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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RDY Jun 15. 2024

#8 A 카페 이야기 -2

나, VIP카드 받은 사람이야~

얼마 전 A 카페에 대한 글을 썼던 적이 있다. 단골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단골임이 확실해졌다고나 할까?

생각만으로도 슬며시 미소가 번진다.      


A 카페는 오후 5시까지는 아르바이트생이 근무하고, 그 후 카페 주인과 교대를 한다. 내가 카페에 오는 시간은 보통 4시 30분에서 5시 사이다. 카페 주인이 근무하기 전이라 대부분 교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날도 그랬다. 한차례 손님이 지나가고 조용한 카페에 손님은 나 혼자다.      


그때 조용히 다가온 카페 주인이 테이블에 뭔가를 쓱 밀어놓는다.      

“어머, 이건 뭐예요?”      

황금색 카드인데 A 카페 VIP 카드다. 게다가 커피만 할인이라는 글씨 위에 줄이 쫙 그어져 있고 모든 음료 20% 할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할인율도 UP이다. 놀라는 나를 보며 카페 주인이 말한다. 자기 없을 때 오면 쓰라고 한다. 감동이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 호의와 선물이 주는 기쁨은 몇 배나 크다는 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며칠 후 드디어 아르바이트생에게 주문하며 VIP 카드를 자랑스럽게 내밀어 본다. 아르바이트생이 오~하는 표정을 짓는 것 같이 느껴졌다. 어쨌든 호사를 누리는 것 같아 뿌듯하다. 어쩐지 라떼가 더 고소하고 따스하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인가?    

 

갑자기 피식 웃으며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단골로서 젤 큰 의리는 집 주변에서는 다른 카페를 가지 않고 A 카페를 많이 이용해 주는 것이겠구나. 사실 장사를 하는 곳은 단골이 있기 마련이지만 언제든 돌아설 수 있는 것도 단골의 속성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테지만 우리 동네에서 한때 잘 나가든 카페를 보면 단골의 의무를 다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때도 있다.

   

우리 동네에 G 카페가 몇 년 전 새로 오픈을 했었다. 하얀 실내장식에 동네 카페치고는 넓은 공간이었고, 테이블과 의자도 신경을 썼는지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올 수 있었다. 제일 중요한 커피 맛도 좋다는 손님들이 많아 점점 단골들이 늘어나는 집이었다.   

   

그런데 동업자 중 한 사람이 빠지고, 카페 이름이 바뀌고, 조용히 무언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늘 피곤함에 지친 사장님의 표정과 무성의함이 보이고, 묘하게 삐거덕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카페의  문을 여는 시간과 닫는 시간도 불규칙해졌다.


결정적으로 변해버린 커피 맛은 어쩔 도리가 없는 듯, 북적거리든 카페는 점점 한산해졌고 손님들은 주변의 다른 카페를 찾아 떠나갔고, 영업을 끝낸다는 안내문 하나 없이 영업을 종료했다.     


그때 그 생각을 하면 참 아쉽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은 문을 닫은 카페. 속사정을 알 수 없으니 다른 말은 할 수가 없지만, 아쉬움이 남는 마지막이다. 그래도 그때 맛난 커피를 마실 수 있어서 감사하며, 어디에서든 번창하길 기원한다.     


G 카페가 문을 닫고 그다음에 애용하던 카페도 상호 변경을 한다며 긴 공사에 들어간 사이에 인연이 된 곳이 지금 A 카페이다.

   

A 카페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생겨날까?      



#A카페이야기#VIP카드#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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