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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RDY Jun 17. 2024

#9 카페 이야기

오늘은 C 카페 등판이요...


오늘은 한낮의 열기가 그럭저럭 견딜만하다. 산들바람이 도시의 가로수를 흔들고 나는 그 사이로 걷는다. 산바람처럼 청량하고 땀을 뽀송뽀송 말릴 정도로 개운하고 시원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다.


오늘은 더운 날 다음에 또 더운 날의 연속인 요즘에 반가운 선물처럼 감사히 즐긴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밤에 하던 만보 걷기를 오늘은 지금 하고 있는 중이다. 딱 5천보 정도 걸었고 이제 다시 돌아가기를 하면 오늘의 운동은 산뜻하게 끝이 난다.


다시 걸음을 돌리기 전 잠시 쉬어가는 곳이 여기다.

 

C 카페.

걸어온 가로수길이 잠시 끝나는 곳. 횡단보도만 건너면 다시 가로수길이 연결되지만 내 마음속 길의 끝은 여기다.

그 모퉁이에 있는 C 카페.


아무리 바람이 불어주고 그늘진 가로수 사이로 왔어도 여름이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라떼 아이스로 주세요."라는 주문에

"오랜만에 오셨네요."라고 베레모를 멋스럽게 쓴 직원이 알은체를 해 준다.

"한동안 못 뵌 것 같은데 알아보시네요."라고 웃으며 말을 건네자.

"예전 다른 동네 카페 했을 때 자주 오던 손님이랑 닮으셨어요."라고 한다.


살면서 가끔 듣는 말, 어디선가 뵌 적이 있는 것 같다. 어디서? ㅋㅋ

그만큼 평범하게 생겼다는 말이려니 한다. 그리고 내가 주는 인상이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겠구나 생각도 해 본다. 내 마음대로 해석이다!


동동 얼음이 떠있는 유리잔에 라떼가 나온다.

휘저어 한 모금 쭉 빨아당기자 알아서 목으로 넘어간다. 차가운 커피가 목을 타고 식도를 지나 위에 차갑게 도착한다.
'크~시원하다.'

커피 원두가 좋아 라떼도 맛있다는 직원의 말처럼 라떼가 마음에 든다. 내 입에 맞으면 맛있는 법!

여기저기 안면을 튼 카페가 많아지고 있다. 매일 글쓰기와 책을 읽기 위한 A 카페, 지금처럼 낮에 운동을 하면서 쉬어가는 C 카페, A 카페를 갈 수 없을 때 찾는 빵이 맛있는 S 카페 등등..

내가 이렇게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단 말인가?
음, 그건 아닌 것 같다. 커피를 좋아한다기 보다 공간이 필요하고 좋아서 간다. 커피 한 잔으로 공간을 산다고 하면 너무 삭막할지 모르지만. 아니 이용할 수 있는 임시 사용권에 대한  권리를 얻는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카페를 예전엔 손님을 만날 때 외에는 갈 일이 없었다. 카페라고 하기보다 커피숍이라는 말이 더 친숙하기도 했고. 지금은 손님 중 반은 1인 손님인 경우도 본 것 같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란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나 역시 이제 혼자 카페 가는 것을 전혀 어색해하지 않는다. 처음 며칠은 괜히 쭈뼛거리고 눈에 띄지 않는 젤 구석 자리로 숨어들듯 앉아있었던 기억이 난다.

카페를 다니면서 이제 카페가 내게 이야깃거리를 툭툭 던져주고 있다. 무엇이든지 가까이하고 오래 보고 관심이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말을 건다.

'이건 어때?' 하면서.

그럼 망설일 게 뭐 있나. 냉큼 잡아야지.

오늘도 카페 이야기를 쓸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말이야! C 카페가 말을 걸어서 또 쓴다.
땡큐다!!


호로록~

남은 커피 마시고,


이제 다 썼으니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다시 걷는다!!

● 격세지감(隔世之感): 그리 오래지 않은 동안에 상당히 많이 달라져서 전혀 다른 세상 혹은 다른 세대가 된 것 같은 느낌(출처: 다음 사전)



#C카페#공간#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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