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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RDY Jun 05. 2024

#5 있잖아, 울 엄마가...

엄마의 말씀....

이가 한 번씩 콜록대며 뒤척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아침이다. 반갑지 않은데, 감기 손님! 어쩜 이렇게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노크도 없이 잘 들어오는지 모르겠다.


마가 그러셨다. “손님은 나갈 때 뒤통수가 제일 이쁘다고.” 감기 너란 손님도 그렇게 이쁜 뒤통수 보이며 사라져 줄래?


“손님은 나갈 때 뒤통수가 제일 이쁘다.”라는 말은 어찌 보면 당시 시대 상황과 맞물린다고 할 수 있겠다. 다들 팍팍한 살림살이에 제 새끼 입에 풀칠하는 것도 어려웠던 시절이니, 가지 않고 눌러앉은 손님이 마냥 반갑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도 손님은 눈치껏 일어나주는 센스가 필요한데 저 시절엔 오죽했을까 싶다. ​​



이왕 생각났으니 몇 개를 더 적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세상에서 제일 싼 게 쌀이다.” 쌀은 한번 사면 몇 날 며칠을 먹고, 온 식구의 배를 불리는 음식인데 쌀 사는데 돈 아끼지 말고 질 좋은 것으로 사라며 해주셨던 말이다. 지금이야 쌀뿐 아니라 먹을 게 넘치는 세상이지만, 먹거리가 귀한 시절 쌀은 하얀 밥으로 변신해 밥상을 풍성하게 하는 주인공이었다. 저 말은 어쩌면 엄마가 당신에게 하는 슬픈 말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이지만 지나간다. 밀려오는 가난에 늘 빈약한 밥상이 가슴에 남아 어른이 된 나에게 너는 윤기 넘치는 하얀 쌀밥 먹고 살라는 엄마의 마음인 것 같으니 말이다.



엄마는 학창 시절엔 공부에 관해 이렇다 저렇다 말씀이 전혀 없는 분이었다. 하지만 엄마 품을 떠나 홀로 독립한 딸에겐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애한테도 배울 게 있으면 배워야지.”라고 하신다. 그때만 해도 여성 운전자가 드문 시절이었다. 신기하게도 엄마는 미래를 내다보셨는지 앞으로는 여자도 운전하는 시대가 올 거다. 그러시면서 학원 등록비를 통장에 입금해 주셨다. “배워서 남 안 준다. 배워놓으면 쓸 데가 있다.”라는 엄마의 말씀은 늘 옳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적자면, “남 말 함부로 하지 마라.”라고 항상 강조하시며 남의 말을 하고 다니는 것을 싫어하셨다. 엄마의 평소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단 한 문장이라 해도 될 것 같다. 엄마는 이왕 남의 말을 하려면 좋은 말을 해줄 것이지, 결국 너에게 다 돌아오는 말들이니 함부로 말하지 말 것을 당부하셨다.



엄마의 말은 지나온 시간 동안 깊은 뿌리를 내렸을 것이고, 내 삶의 곳곳에서 그 힘을 발휘했을 것이다. 엄마가 딸에게 했을 수많은 말들은 기억 저편에서 고정관념이 된 것도 있을 테지만 나는 엄마의 말을 먹고 자라서 내 식구들이 먹는 밥상의 쌀은 좋은 것으로 사고, 지금까지도 공부하고 글 쓰는 사람으로 산다. 그리고 남 말 함부로 하지 말라는 말은 행여 잊을세라 가슴에 새겼다.


내가 아는 울 엄마는 자기 인생을 개척한 멋지고 멋진 사람이다.



#소행성#울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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