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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길온 Gilon Jan 08. 2023

전역의 해가 밝았습니다.

2023.01.17


2023년은 특별하다. 바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절대 오지 않을 것 같던 전역이라는 큰 기념일이 있는 해이다. 신나는 12월 연말과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한껏 취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새로운 달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랐다. 아직 2022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 같은데 벌써 한 살을 더 먹은 게 억울한 느낌도 든다. 전역의 해가 밝아오면서, 부대에서 동기들과 제야의 종 행사를 티비로 보는 것은 이제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뜻깊은 순간이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니 카톡이 여러 개 와 있었다. 내용은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라는 상투적인 의미가 담긴 축하의 말이었다. 근황을 알고 지내지만 오랜만에 먼저 안부를 물어보는 메시지는 언제나 받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있다. 그렇게 2023년 새해 아침도 기분 좋게 시작했다.


흔히들 사람들은 새로운 해가 밝아오면 작년과는 달리 더 열심히 살고 더 큰 목표를 달성하기를 바라면서 많은 다짐을 하는 경향이 있다. 바쁜 일과 삶에 지치더라도 연말과 연초는 항상 축하와 기쁨으로 마무리하는 사람들을 보면 별생각 없던 나도 덩달아 기뻐지는 기분이 든다. 항상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바라보는 일은 많은 통찰과 똑같은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사실 2022.12.31과 2023.01.01은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할 만큼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일 모든 사람한테 동일한 24시간이 주어지고, 그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24시간이 주어진다. 단지 새로운 내일을 맞이했을 뿐, 하루 만에 평소와는 다른 사람으로 급변하거나 하는 그런 특별한 날이 아니다.


더 넓게 생각해 보면, 날짜와 시간 그리고 숫자는 인간이 편리함을 위해 만든 시스템이자 만인의 약속이다.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눈 것도 올해가 2023년인 사실도 다 인간이 지나온 시간을 기념하고 기억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 안 숫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 의미가 부여된 1월 1일은 단순한 숫자의 조합을 넘어서 한 개인과 집단의 큰 영향을 끼치는 이벤트로 바뀌게 된다. 아직 22년이라는 짧은 시간밖에 살지 않았지만, 삶은 계획한 대로 진행되지 않는 걸 느끼면서 삶의 허무함을 벌써 경험하는 시기에 있는 것 같다.


인간은 궁극적인 미래인 죽음을 향해 오늘도 한 발자국 가까워지는 것뿐이지만, 의미가 부여된 오늘을 살아가는 일은 또 다른 희망을 만든다. 새로운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오늘을 재밌게 만드는 것 같다.


2023년 1월 7일부로 군복무의 의무는 18일만 남았다. 우리 아빠는 어떻게 26개월을 버티셨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나한테 18개월은 22년 인생에서 잊지 못할 많은 영향을 받은 시기로 기억될 것 같다.

 

대학을 가기 전 7년간의 기숙사 학교 생활로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나서 누구나 쉽게 하지 못할 경험을 얻었다고 일종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군대는 나한테 더 많은 성장에 자양분이 되는 시기였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다음은 군생활동안 배움을 얻었다고 생각날 때마다 정리해둔 노트이다.

물론 18개월 동안 얻은 배움은 9가지 이상이지만,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배움은 현재로서 9가지 인 것 같다.

 

물론 군생활이 항상 행복하고 재밌는 꽃길을 걷는 느낌은 아니었다.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공동체 생활에서 오는 불편함과 이해되지 않는 타인의 행동과 생각등 많이 부딪히고 화도 냈다.


청춘 같은 20대에 군대를 가는 일도 한국인이 아니라면

쉽게 얻을 수 없는 특별하고 귀중한 경험인 것 같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이제 내 군생활도 거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한 사람이 군 생활을 잘했는지 못했는지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은 전역날 위병소에 마중을 나와 앞으로의 꽃길과 안녕을 빌어주는 사람들이 있냐에 달려있다.


나와의 이별을 기념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바로 군생활을 잘했다는 자랑할 수 있는 증거라는 의미다.

부족한 게 너무나도 많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군대에서 나와의 이별이 짜증이 아닌 슬픔과 동시에 기쁨인 사람이 되고 싶다.


한 사람의 존재가치를 상기시키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타인의 삶에 영감과 선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많은 것을 보고 배운 군대에서 이제 더 힘든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엄마 독수리가 아기 독수리가 생존할 수 있게 절벽에서 떨어뜨려 비행연습을 시키는 것처럼 나도 이제 절벽에서 떨어지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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