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나마밍 Feb 11. 2022

나의 발목 골절기 2

수술 VS 자연치유

다리를 다친 후 가장 큰 이슈가 되었 던 것은 수술을 하느냐 마느냐였다.

아이들 학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치고난 후 딱 한주만 버티면 바로 2주 반의 겨울방학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쉬기엔 괜찮은(?) 타이밍이었다.


우연히도 내가 다치기 바로 전에 발목 수술을 한 지인이 있어 생생한 수술 후 회복기를 듣게 되었다.

최소 2주는 방에서 꼼짝 않고 나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보통 집 안에 계단이 있는 경우가 많기에

침실이 있는 2층에 올라가면 1층으로 내려오지 않고 생활한다고.

과연 나에게 그런 생활이 가능할까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한참을 했다.

12월 중순, 한참 바쁜 남편은 주중에 집에 얼마나 있어줄 수 있는지도 모르고

남편이 사업장에 가서 삼사일 지내고 온다고 하면 남편이 없는 시간 동안 나와 있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는 혼자 있어도 되지만 사 남매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나이었다.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남편도 본인의 상황을 알고 있으니 선뜻 수술을 하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난 수술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마음을 내려놓고 나니 차라리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발목이 살짝 어긋나고 뼈도 비스듬히 기울긴 했으나

그대로 잘 붙어주기만 해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사로잡았던 시기였다.

그만큼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나에겐 너무나도 절박하던 때였다.

주변이 원망스럽지도 않았다.

남을 탓하지 않는 마음은 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학습이 되었다.

주변의 도움을 받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도움을 받는 것이 오히려 불편했다.

아이를 혼자 낳으러 가는 것, 출산 후 5일 만에 운전을 해야만 하는 것 등 모든 것이 나에겐 익숙한 '극한'의 상황들이었지만 그저 익숙해졌을 뿐이고 불평해봤자 내 마음만 손해라는 것을 오랜 시간 겪어오며 학습했기에

이번 상황도 우리 가족 선에서 해결할 수 없다면 수술을 포기하는 것, 그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수술 결정을 해야 하는 초기 2주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다 지인의 남편이 정형외과 수술실 간호사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분에게 골절 상황을 말씀드렸다.

그분은 아주 단호하셨다.

"무조건 수술하셔야 해요. 담당 의사랑 잘 이야기를 나누셨겠지만, 이런 골절 상황에서는 꼭 수술하시길 권해요."

그 말을 듣고 돌아서는데 왜 이리 심란하던지.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고 생각했던 속이 다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남편과 다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정하려면 지금 당장 해야 한다. 수술 골든타임을 놓치면 기회가 없어진다.

남편은 그제야 골절 엑스레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는 수술을 하자고 이야기했다.

12월 9일 골절, 12월 22일 수술 결정.

이미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의사에게 바로 연락을 했다.

의사가 당황해했다.

아직 2주를 넘진 않았지만 이미 다리뼈가 어느 정도 회복세를 타고 있을 텐데 27일에 바로 수술하지 않으면

수술 없이 회복하는 자연치유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필 크리스마스 주간이라 23일부터 26일까지는 수술방을 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갑자기 수술 스케줄을 잡아야 하는 병원 스테프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난 갑자기 수술을 하게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발목 골절기 1 (2021년 12월 9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