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국 10만 명 자영업자분들의 멘토로 활동 중인 주식회사 창플 한범구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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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작디작은 프랜차이즈 회사에서 일을 했었어요.
호프집 프랜차이즈를 하던 회사였는데 호프집으로 잘 안되니까 순댓국 프랜차이즈를 기획 중이었죠.
근데 이 순댓국이라는 게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죠.
개발도 개발이지만 명성도 있어야 하고, 그걸 개발하고 매장을 차려 검증까지 받으려면 벅차죠.
당시 그 동네에서 제법 유명한 순댓국집 사장님을 만나게 됩니다.
내가 만드는 거보다 원래 있는 것으로 하는 게 쉬운 길이니까.
완전 아저씨였어요. 그냥 평생 장사만 하던 아저씨.
순대 만지고 육수 빼는 기술 잘 알고 있는 아저씨.
근데 그 동네에선 정말 유명한 순댓국집이었습니다.
지금으로 따지면 수요 미식회 맛집 정도인 거죠.
그리고 그분께 이렇게 제안을 하죠.
"당신은 순대 고기 전문가이고, 순대 육수 전문가이니까
우리가 가맹사업을 할 테니 순대와 육수를 공급해 주세요" 라고요.
당신은 다른 거 할 거 하나 없이 그냥 당신 가게 똑같이 운영하면서 우리가 하나 출점할 때마다
가맹비 얼마에 물류수익을 가져가고,
우리는 당신이 준 물류 가격으로 가맹점에 마진 붙여 공급하고, 교육비와 인테리어 수익을 가져가겠소.
이렇게 협상이 타결되고, 순댓국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을 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이 순댓국 가맹점이 17개 정도 늘어났을 때, 그 아저씨가 우리 사무실로 들어오는데
맙소사..
재규어를 끌고 오더군요 ㅋㅋㅋ
그 당시 장면이 너무 웃겼습니다.
진짜 시골 아저씨인데 갑자기 재규어를 끌고 오시더라고요.
처음에 완전 포터 끄는 느낌의 그냥 아저씨였는데 말이죠.
우리 회사는 그 아저씨가 공급해 주는 단가에서 마진을 많이 못 붙이고 넘기니까 물류수익은 적은데,
한번 오픈할 때마다 인테리어 수익이 3천~4천 정도는 되니 그냥 그렇게 다달이 오픈할 때마다 들어오는 돈으로 삽니다.
근데 이 개설 수익이라는 게 들어올 땐 뭐가 많이 들어오는 거 같지만 지나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회사 운영비, 경비, 인건비, 관리비. 그리고 세금까지.
이렇다 보니, 뭔가 많이 한 것 같아도 진짜 실속이 없는 거죠.
바로 눈앞에 보이는 황금을 보고 하는 사업이 이렇게 부질없는 겁니다.
여기서 최종 승자는 그 순댓국 아저씨입니다 ㅋㅋㅋ
그 아저씨는 아무런 고정경비 없이 그냥 자기 장사하고 있는데 갑자기 순댓국 물량이 늘어난 거예요.
꼬박꼬박 공장이 제조도 해주고, 파트너인 우리 프랜차이즈에서 배송 관리 해주고,
그냥 다달이 매장 하나에서 100~200만 원씩 계속 들어오니
이건 뭐..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진 셈인 겁니다.
돈 쓸 곳도 없고, 쓰려고 해도 어떻게 쓸지도 모르고
차나 한대 바꾸자 한 건데...
당시 재규어가 1억이 넘었어도 다달이 250만 원만 쓰면 리스로 뽑아서 탈수 있는 건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맹점이 더 출점을 하지 않아도 이미 다달이 1000~2000만 원씩 꾸준히,
계속해서 들어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보유한 셈이라 아주 해피하게 산 거예요.
결과적으로 2009년 구제역이 발발하면서
거짓말처럼 우리는 망했고,
그 순댓국 아저씨는 더 부자가 됐습니다.
구제역이 터지고 나니 돼지고기들을 시장에 풀지 않는 상황이 됐고,
그로 인해 돼지가격이 천정부지로 급등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돼지 유통하는 사람들은 돈을 엄청 벌었어요.
이렇게 폭등한 돼지가격으로는 한 그릇 6천 원이었던 것을 9천 원에는 팔아야 하는데,
어느 누가 가맹점을 하려고 할 것이고, 기존 가맹점들도 수익률이 최악이 되어버리게 되니
가맹 사업은 끝이 난 거죠.
당시 우리 회사 사장은 인테리어하던 사람이라
당장 현금이 들어오는 일에 집중을 했던 거고, 브랜드들도 작은 평수 브랜드는 안 하고
인테리어를 많이 하고 많이 남길 수 있는 최소 30평 이상 되는 브랜드만 했었어요.
어쨌든 결과적으로 저는 그 사람 때문에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매우 고마운 사람인 건 맞아요.
왜냐하면 당시 순댓국 프랜차이즈가 망하고, 내부적으로 개발했던 메뉴가 바로 오븐구이 치킨이었고,
그 오븐구이 치킨브랜드를 만들고 새롭게 사업으로 출시를 하려고 하는데
그 사장이 하지 말라고 했었거든요.
그 이유는 10평짜리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기획했기 때문이었죠.
10평짜리 공사할 생각을 해보니 당장 돈이 될 것 같지도 않고,
아예 사업성이 없다고 스스로 단정 짓더니 하려면 너희들끼리 나가서 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 회사 나와서 치킨 프랜차이즈를 만듭니다.
지금도 당시 제가 지었던 이름을 강탈해갔던 것 만 생각 하면 분노가 치밀지만,
어쨌든 그 인간은 아직도 그 바로 눈앞에 이익만을 위한 일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사업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행위가 당장의 이익이 보이는 일인지,
미래에도 계속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인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지금은 작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울 것인지,
당장은 좀 커 보이지만
그냥 황금 한번 얻고 말 것인지를 생각해야 된다는 것이죠.
이게 바로 장사와 사업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데 정력을 써야 하냐에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엄청 유명했던 와바라는 브랜드가 있었어요.
정말 이쁘고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회사였죠.
근데, 어느 순간 순식간에 망하더라고요.
그 이휴는 더 이상 인테리어 기반으로 한 사업이 출점이 안됐기 때문이에요.
지금도 수십 년동안 동네에서 한 번씩 볼만한 코다리찜 전문점, 콩나물국밥 전문점, 한식뷔페 전문점,
이게 프랜차이즈인지 개인집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허름해 보이는 그런 밥집 브랜드들 등.
그래 보여도 대표들은 진짜 알짜 부자들입니다.
500원짜리 소스 2000원 - 3000천원 받아먹으면서
본인 역할 줄이고, 고정비 아끼고,
비록 화려함은 없지만 망하지 않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진채 안정적으로 살아가요.
1회 성으로 수익되고 끝나는 건 투자 시장에서도 아예 가치가 없습니다.
같은 200개 매장을 가지고 있어도 소고기 브랜드 그램그램이 400억일때,
pc방 브랜드는 2억에 매각이 되었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지금 다달이 발생되는 수익이 가치예요
과거 건물주가 되려는 이유도 바로 이거였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그것을 소유해서 다달이 얼마가 변함없이 들어오느냐..
그래서 건물 가격이 정해지는 겁니다.
지금은 오프라인 시대가 아니라 온라인 시대이다 보니 온라인 건물주가 되려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고,
그게 바로 플랫폼이나 애플리케이션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되는 거죠.
자본이 향하는 곳은 항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들입니다.
사업가들은 그래서 항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만들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저 노력해서 눈앞에 황금을 얻는 건, 항상 조금은 수준 낮은 장사꾼들인 거죠.
내가 하는 업의 본질과 내가 앞으로 하려고 하는 본질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