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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 Feb 10. 2022

33. 국민의 심부름꾼

말못회 [말 못 하는 작가의 회고록] : 대통령



33. 국민의 심부름꾼 

    

국가의 지도자를 일컫는 단어는 나라마다 상이하다. 대통령, 통치자, 주석, 독재자, 총리, 여왕  따위를 쓸 수 있다. 위 단어들은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곤 한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이라고 칭하는데, 선거철이 되면 한 표 한 표 얻으려고 시장에서 국밥을 먹으며 갑자기 친한 체를 하는 후보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입 모아 말하곤 한다.

     

“국민의 심부름꾼이 되어…”  

   

나는 국민의 심부름꾼인 그들의 단어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大統領)

[명사]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의 원수.

     

‘클 대(大)’ 자는 수량이나 크기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위대한 사람들에게도 ‘대’라는 부사를 사용하여 꾸며주곤 한다. 나의 심부름꾼이며, 내 말에 귀 기울여야 하는 그들은 ‘대’ 자라는 수식어를 사용 하기에는 너무 과찬이 아닌가 싶다. 다음과 같은 단어를 사용한다면, 나는 그들을 기꺼이 영도자(領導者)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민통령(民統領), 노통령(奴統領), 소통령(小統領), 왜통령(矮統領), 시통령(侍統領) 

    

혹여나 국가의 통치자를 이리도 낮잡아 보는 것일까 노여워 말라. 나는 그들에게 더욱더 친근하고 어울리는 단어를 선사해 준 것뿐이다. 아마 그들도 좋아할걸?

위 단어를 하나하나 풀어보도록 하자.     


민통령의 ‘민’은 민주주의를 칭하는 ‘백성, 사람 民’에서 따왔다. 

노통령은 예전에 남자 종을 이르던 말인 ‘종 노 奴’에서 따왔으며, 이것은 저 자신을 낮추어 겸손히 부르는 말일 수도 있다. 

소통령은 작다는 의미가 아니옵고, ‘작을소 小’ 자는 잠시, 잠깐 동안의 의미로도 쓰인다. 

왜통령 또한 자신을 낮출 때 쓸 수 있는데, ‘작을 왜 矮’ 자를 사용하였다. 

마지막으로 시통령은 시중드는 사람을 일컫는 ‘모실 시 侍’ 자를 사용하였다.     


국민을 생각해야 하고, 낮은 곳에서 꼼꼼히 살피어야 하고, 어떨 때는 소머즈가, 어떨 때는 확성기가 되어, 잠시 동안 만이라도 국민의 짐꾼이 되고자 하는 그들은 이러한 단어가 알맞지 않나 싶다. 불완전한 그들을 ‘큰 대大’ 자로 칭하기에는 너무나도 미숙한 점이 많지 않은가? 

이러한 낮은 위치가 싫으다면, 국민의 친근한 심부름꾼이 되기 거북하다면, 그들은 아무래도 독재자(獨裁者)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칫, 소국(小國)으로 무시당할 수도 있을 수도 있으니, 외국에 출장 보낼 때는 국통령(國統領)을 사용하도록 하자. 뽀로로는 초통령으로 초딩을 거느리며, 장문복은 힙통령으로 힙합을 거느린다. 국통령은 국가를 거느리는 사람으로 일컫기에는 외교적으로 충분할 듯싶다. 

나의 ‘클 대大’ 자는 이렇듯 아무에게나 주기 너무 아깝지 말이다.

     

大 클 대, 큰 대

1. 크다, 심하다(甚--: 정도가 지나치다)

2. 높다, 존귀하다(尊貴--)

3. 훌륭하다, 뛰어나다

     

大한민국 이외 국적은 통령(統領)을 국통령(國統領)이라 칭할지언정, 적어도 大한민국의 주인인 우리만은 그들을 주인으로 섬기면 안 된다. 내 나라 통령은 까도 내가 까야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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