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못회 [말 못 하는 작가의 회고록] : 절대
35. 타임워프
우리는 삶의 방향에 있어 갈피를 잡을 때나, 앞서 말한 지도자를 뽑을 때 나만의 기준점을 세우곤 한다. 그것은 절대(絕對)적이어야 하고, 선(善) 해야 하며, 후회는 없어야 한다.
절대(絕對)
[부사]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
절대(絕對)적인 선(善)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 조금 더 후회 없이 살아갈까. 우리는 현대사회가 정립한 선(善)의 기준을 넘어, 시공간을 초월해 보도록 하자.
우리는 1,000년 뒤로 시간여행을 가 보자. 대한민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탈바꿈해 있었다. 미디어에서는 경제 자유주의를 절대 악(惡)이라 표현하고 있고, 나는 날 때부터 그것이 정의(正義)라 믿고 있었으며, 미국 같은 자유주의 국가들은 부도덕적이며 치사하기 그지없다 생각했다. 1,000년 전 민주주의를 표본 삼았던 나의 조상들이 바보 같다고 생각했을 수도.
지난 선거에 당선된 지도자들은 선한가 악한가? 지지난 선거는? 그 당시는 그것이 진리(眞理)라 생각했었는데 변해 버렸지 뭐냐. 패배한 자들은 모두 잊혀질 뿐이다.
나는 나의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여 그것을 사리분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년 뒤에도 그들이 선하다 표현될 수 있는가? 내가 타국에 있어도 그것이 참(眞)이라 생각할 수 있는가?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고 나서, 사흘 만에 부활하였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예수를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는 이슬람교에서는 이 사실을 듣고 콧방귀를 뀔 것이다.
이슬람교에서는 최후의 만찬 날 예수는 이미 하늘로 승천하였고, 예수의 육체에는 갸롯 유다가 빙의되었다고 본다. 십자가에 못 박혀 고통받은 것은 실은 예수가 아니라 유다라고 생각한다. 98%가 무슬림인 파키스탄, 이란에서 우리는 검색엔진을 사용해 보자. 그들의 입장에서는 필히 그것이 참(眞)이고, 우리가 가짜(假)일지도.
대한민국에서는 까도 될 존재가 있고, 까면 안 될 존재가 있다. 통상적으로 위인전에 등장한 인물들은 보통 까면 안 된다. 독일의 화학자인 프리츠 하버는 질소 정제 방법을 발견하여 인공비료를 개발함으로써, 인류의 식량생산 문제 해결이라는 큰 업적을 남겼지만, 1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된 독가스를 개발했다는 이유로 위인전에는 발도 붙이지 못한다. 까도 되는 인물들은 이와 같은데, 대표적인 인물로는 히틀러가 있다.
우리는 그의 업적이 모두 부조리하고 악하다 표현해야 했으며, 나치 문양으로 알려진 ‘하켄크로이츠’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미개하지 그지없었다. 하지만 이란, 파키스탄 같은 이슬람권에서는 히틀러를 딱히 악하다 생각하지 않는다. 인도 또한 그러하며, 곳곳에 하켄크로이츠를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깡패짓을 하는 영국이 조금 더 꼴 보기 싫었을 것이다.
신장 위구르족을 탄압하고 세뇌시키기 위하여, 수용소를 만들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bbc는 위성사진을 토대로 중국은 100만 명가량의 위구르족을 임의 구금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는데, 이에 많은 가설이 속출했다. 그곳은 아우슈비츠 같은 강제수용소이며, 생체실험을 일삼으며, 무차별적인 학살과 고문을 한다는 추리들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유학시절 한족(漢族)들과 이야기를 나눠 본 이후, 잘 알지도 못하는 나는 그들을 무작정 비난할 수 없었다.
(소수의) 중국인들은, 그들이 매우 불평불만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소수민족을 배려하여 세금도 감면해주고, 무료로 교육을 시켜주는 학교도 지어줬는데 불만 투성이라고 했다.
그들은 수용소가 아니라 그것을 학교라 칭하고 있었다. 한국인들이 알고 있던 수용소에서 일어나는 학대, 강간, 고문 등의 인권유린에 대해서는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 했다.
한족(漢族)들은 되려 그들이 무서워 신장지역에 여행을 가기 두려워한다고 했다. 위구르족은 양꼬치를 많이들 파는데, 한족들이 오면 일부러 그 양꼬치에 에이즈에 감염된 피를 섞어 판다고 말했다. 뭐, 그들의 입장에서 그것은 또한 참(眞)이었다.
이렇듯, 이 나라에 가면 A가 이상한 사람이고, 저 나라에 가면 B가 이상한 사람이었다. 우리 또한 그들의 입장에서 그렇지 아니할까. 한국어로만 된 뉴스를 듣고, 초록창만 검색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보고 듣고 있는 것은 참(眞)이며 선(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