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현 Josh Kim Aug 08. 2024

사람이 아닌 시스템으로, 양궁협회에서 배우는 교훈

양궁협회와 축구협회를 비교하며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의한 조직의 중요성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단연 화제가 된 것은 양궁의 전 종목 금메달 석권입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최근 다른 스포츠 종목 협회들에게 많은 부정적 이슈가 생기면서, 양궁협회와의 차이점이 명확하게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특히,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축구협회를 보면서 사람에 의한 조직과 시스템에 의한 조직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속한 사회와 조직들에 대해 생각해 볼 요소들이 많은 듯하여 이렇게 생각을 공유합니다.


<시스템에 의한 조직>

우리나라도 이번 올림픽 양궁의 엄청난 성과를 보며 열광했지만, 특히 해외 취재진들과 해설진들이 한국 양궁의 이 엄청난 업적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합니다. 왜 양궁에서 유독 긴 시간 동안 지속 가능하면서도 최고의 결과들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해외 기자들이 한국 양궁의 비결을 묻자, 협회장인 정의선 회장은 단호히 "시스템"이라고 답했습니다.


양궁협회는 투명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다른 종목의 협회들과 달리,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 코치진을 선발하는 과정 모두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됩니다. 특히 치열한 경쟁을 통해 실력으로 입증된 선수들이 선발됩니다. 이 과정에서 학연, 지연이나 협회 임원들의 마음에 따른 선발이 절대 개입할 수 없습니다. 오직 실력으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입니다.


그 결과, 양궁 선수들은 자신의 출신이나 배경, 협회와의 관계 등을 걱정할 필요 없이 오직 자신의 실력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매 올림픽마다 새로운 선수들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이 시스템 덕분에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지금까지 우리나라 양궁 선수들은 엄청난 성과를 내왔습니다. 여자 단체전에서 10 연속 금메달을 따는 등, 지속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협회는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며, 재능 있는 선수들을 발굴해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협회는 선수와 스태프들이 최고의 성적을 내고 오직 그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협회는 절대 해야 하는 일 외에 선을 넘거나 관여하지 않습니다. 협회, 스태프, 선수 모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해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협회, 스태프, 선수간의 두터운 신뢰와 믿음도 형성합니다. 이번에도 경기가 끝난 후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은 인터뷰에서 항상 협회와 스태프들의 헌신에 감사함을, 협회는 스태프와 선수들에 대한 감사를 보내는 것을 보며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조직의 단단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사람에 의한 조직>

반면, 축구협회의 경우는 정반대입니다. 이번 국가대표 감독 선출 과정과 협회 운영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며,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전 국가대표 감독이었던 클린스만 감독 선출 문제부터, 그의 마지막 감독 업무 마무리 과정까지 매끄럽지 못한 상황들이 이어졌고,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습니다. 협회는 이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후 새로 선임된 홍명보 국가대표 감독 선출 과정에서도 관련 이사회 결정 회의록이나 선발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모두 비공개로 처리되며, 많은 축구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사회의 일원조차 선발과 발표 과정에 대해 모르고 있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는 시스템이 아닌 개인들의 취향과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협회 임원진 또한 정보들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밀실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결정하며, 협회장이나 높은 임원들의 말을 잘 듣고 외부에서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중직에 앉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독들에게 외압을 통해 선수 선발에 관여하는 등, 각종 비리와 공금 사용의 불투명성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40년 만에 처음으로 올림픽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정부기관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감사를 실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팬들의 실망은 커져만 가고, 축구협회는 불신과 비리의 아이콘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사례는 사람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의 전형적인 결과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속한 조직에 던지는 메시지>

양궁협회 사례를 보면서 우리가 속한 조직에 주는 교훈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시스템을 초기부터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한 시스템은 조직 내 신뢰를 구축하며, 명확한 역할 분담과 책임 규정을 통해 효율성을 높입니다.

2. 시스템은 지속적인 개선과 혁신이 필요합니다.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3.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통해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관적인 판단보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을 내릴 때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4. 시스템은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고,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합니다. 리더는 이러한 시스템을 설계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5. 팀워크와 협업을 촉진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협업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6. 시스템은 조직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합니다. 시스템을 통해 반복 가능한 프로세스를 만들고, 이를 통해 스케일업이 가능해집니다.


완벽한 개인도, 완벽한 리더도 없습니다. 저 또한 창업을 하면서 시스템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창업 초기에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려 했지만, 곧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팀이 성장하면서 시스템의 부재는 더욱 큰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그때 저는 조직이 사람에 의존하기보다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사람에 의해 돌아가는 조직은 그 사람이 빠지게 되면 바로 휘청휘청합니다. 그 사람이 절대적 권위와 힘을 가지는 구조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투명성을 해치고 나머지 조직원들의 신뢰도 떨어지고 개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사라지게 됩니다. 좋은 사람이 들어와 기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더 좋은 시스템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게 한다면 그 사람이 혹여 나가게 되더라도 조직은 시스템에 의해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시스템은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고,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합니다. 리더는 이러한 시스템을 설계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는 비단 스포츠 협회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조직과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시스템을 통해 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과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 조직은 더 건강하고, 사회는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에 의한 운영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입니다. 이는 개인의 역량과 노력, 그리고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며, 조직 전체의 발전을 이끌어낼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켜나가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아메리칸 셰프가 스타트업에게 주는 10가지 교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