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 무너진 주방, 새로운 리더의 탄생
어쩌면 모든 스타트업의 시간은 '오픈 전 주방'과 같을지 모릅니다. 설렘과 기대감 속에서 문을 열었지만, 이내 예측 불가능한 주문서가 쏟아지고,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문제와 뒤엉킨 소통 속에서 방향을 잃은 채, 그저 '오늘 하루를 버텨내는 것'이 유일한 목표가 되어버린 당신에게, 이 드라마는 나지막이 말을 건넵니다.
드라마 '더 베어'는 현재 시즌 4까지 공개되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 위대한 여정의 시작을 알린 '시즌 1'부터 차근차근, 각 시즌이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에 던지는 깊은 질문들을 시리즈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이번 글은 그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스타트업에 몸을 담다 보니, 이 드라마의 모든 장면, 모든 대사가 마치 우리의 이야기처럼 느껴져 깊은 교훈과 위로를 받았습니다. 오늘은 뉴욕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이끌던 천재 셰프 '카미'가 형의 죽음으로 갑작스럽게 물려받게 된 낡고 문제투성이인 샌드위치 가게 '더 비프'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혼돈 속에서 질서를 만들고 팀을 성장시켜 나가는 스타트업의 생존 전략을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주인공 '카르멘(카미)'. 그는 형의 갑작스러운 자살 소식과 함께, 형이 운영하던 시카고의 작은 샌드위치 가게 '더 비프'를 유산으로 물려받습니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현실은 낭만과는 거리가 멉니다. 위생은 엉망이고, 재무 상태는 파산 직전이며, 주방 팀원들은 서로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일하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의 상황입니다.
카미는 이곳을 바꾸기 위해 자신이 경험한 최고 수준의 '시스템'을 도입하려 하지만, 오랜 관성에 젖어있던 팀원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힙니다. 특히 형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게의 터줏대감인 '리치'와의 갈등은 극에 달합니다. 여기에 하버드 출신의 야심 찬 젊은 셰프 '시드니'가 합류하며 '더 비프'의 주방은 새로운 변화와 갈등의 폭풍 속으로 빠져듭니다.
결국 '더 베어 시즌1'은 무너져가는 가게를 살리려는 한 리더의 고군분투기이자, 오합지졸의 팀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의 팀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가장 현실적인 '스타트업 성장 드라마'입니다.
카미가 처음 마주한 '더 비프'의 주방은 소음과 무시로 가득한 적대적인 공간이었습니다. 베테랑 셰프 '티나'는 카미의 지시를 못 들은 척하며 스페인어로 불평을 늘어놓고, '리치'는 그를 "애송이"라 부르며 사사건건 그의 권위를 깎아내립니다. 이곳에서 '셰프'는 존중의 호칭이 아니라, 외부인인 카미를 조롱하는 단어에 불과했습니다. 아무도 서로의 말을 듣지 않았고, 당연히 그 어떤 협력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 무너진 신뢰의 폐허 위에서, 카미는 가장 먼저 '언어'를 바꾸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향한 냉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팀원 모두를 "셰프"라고 부릅니다. 특히 자신을 가장 완강하게 밀어내던 티나를 향해서도 꾸준히 "셰프"라 칭하며 그녀의 경험과 존재를 인정합니다. 변화의 순간은 극적으로 찾아옵니다. 티나가 마지못해 카미의 레시피대로 만든 매쉬드 포테이토를 맛본 카미가, 진심 어린 눈빛으로 "훌륭해요, 셰프 (It's beautiful, chef)"라고 말하는 순간입니다.
생전 처음 자신의 실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티나의 얼굴에 굳었던 표정이 녹아내리고, 자부심 섞인 희미한 미소가 번집니다. 그날 이후, 그녀는 팀의 가장 든든한 일원이 되어 자신의 노하우를 시드니에게 전수하기 시작합니다. "Yes, Chef"라는 외침은, 더 이상 강요된 구호가 아니라 "당신의 전문성을 믿고 따르겠습니다"라는 신뢰의 약속이자, 팀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문화적 코드가 된 것입니다.
스타트업의 성패는 각기 다른 전문성을 가진 팀원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시너지를 내느냐에 달려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조직이 '심리적 안정감'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리더의 권위적인 태도, 동료 간의 미묘한 무시는 팀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결국 조직 전체의 잠재력을 갉아먹습니다. 픽사(Pixar)의 '브레인트러스트' 미팅이 세계 최고의 창의력을 발휘하는 비결은, 직급과 상관없이 서로의 작품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 근간에는 서로의 전문성에 대한 절대적인 '존중'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Coach’s Tip: 존중의 문화를 만드는 액션 아이템
- '전문가'로 인정하기: 회의에서 의견을 구할 때, "OOO님 생각은 어떠세요?"가 아니라 "우리 팀 최고의 마케팅 전문가이신 OOO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처럼 상대의 전문성을 명확히 인정하며 질문해 보세요.
- 반대 의견에 감사하기: 리더부터 "좋은 지적입니다. 제가 놓친 부분이네요. 더 깊게 이야기해 주세요."와 같이 반대 의견에 공개적으로 감사하고, 그 의견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 성공의 공을 돌리기: 프로젝트가 성공했을 때, "제가 잘했다"가 아니라 "이건 OOO님의 디테일 덕분이었고, XXX님의 헌신 덕분이었습니다"라며 각자의 기여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공을 돌리세요.
어느 날 점심, 주문 티켓이 프린터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옵니다. 주방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입니다. 재료는 뒤섞이고, 리치와 시드니는 동선이 꼬여 칼에 찔리는 사고까지 발생합니다. 고성과 실수, 그리고 자포자기의 한숨이 가득한 주방. 카미는 이 모든 재앙이 팀원들의 실력 부족이 아닌, '시스템의 부재' 때문임을 처절하게 깨닫습니다.
카미는 프랑스 요리의 '브리게이드 시스템'이라는 칼을 빼어 듭니다. 각자 야채(Garde Manger), 고기(Saucier) 등 명확한 스테이션(역할)을 부여하고, 모든 동선과 소통 방식을 매뉴얼화합니다. 당연히 엄청난 저항이 뒤따릅니다. "예전엔 10분이면 하던 걸 왜 30분이나 걸려야 하냐"는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하지만 카미는 묵묵히 시스템을 밀어붙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시스템이 몸에 익은 어느 날. 끝없이 밀려드는 주문에도 불구하고 주방은 마치 잘 짜인 오케스트라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입니다. "코너!", "핫!", "핸즈!" 약속된 언어가 리드미컬하게 오가고, 모두가 자신의 역할에 집중하며 완벽한 합을 이룹니다. 혼돈 속에서 처음으로 '완벽한 통제'와 '효율'을 맛본 팀원들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함께 벅찬 성취감이 피어오릅니다. 시스템이 개인의 역량을 어떻게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는지, 그 짜릿함을 온몸으로 체험한 것입니다.
맥도널드를 세계적인 제국으로 만든 레이 크록은 햄버거 맛이 아니라 '시스템'을 팔았습니다. 그는 누가 만들어도 동일한 맛과 경험을 제공하는 '스피디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여 확장성의 기반을 닦았습니다. 스타트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초기에는 소수정예의 열정만으로 달릴 수 있지만, 고객이 늘고 팀원이 합류할수록 체계적인 시스템 없이는 성장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집니다. 개발팀의 애자일 스프린트, 마케팅팀의 콘텐츠 발행 캘린더, 전사적인 OKR 도입 등은 모두 혼돈을 질서로 바꾸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Coach’s Tip: 우리 팀의 시스템 구축하기
- 병목 현상 찾기: 우리 팀에서 가장 자주 반복되는 실수나 업무가 지연되는 구간은 어디인가요? 그 원인을 파악하고, 그 부분부터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만들어보세요.
- 모든 것을 기록하기: 회의록, 업무 매뉴얼, 의사결정 과정 등 모든 것을 기록하고 투명하게 공유하는 문화를 만드세요. 이는 특정인에게 업무가 종속되는 것을 막고, 새로운 팀원이 빠르게 적응하도록 돕습니다.
- 자동화 도구 활용하기: 슬랙, 노션, 아사나 등 반복적인 소통과 업무 관리를 줄여줄 수 있는 협업 툴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팀이 더 중요한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세요.
"이게 우리 방식이야!" 형의 절친 '리치'는 카미의 모든 변화에 저항하는 '과거' 그 자체입니다. 그는 비효율적이고 낡았지만, 가게의 역사와 영혼, 그리고 죽은 친구와의 추억이 담긴 방식을 지키려 합니다. 가게 뒷골목에서 몰래 코카인을 팔고, 카미를 무시하며, 심지어 그의 계획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기까지 합니다. 카미의 눈에 리치는 그저 청산해야 할 '구시대의 잔재'일뿐입니다.
두 사람의 갈등이 폭발 직전에 이르렀을 때, 카미는 리치를 해고하는 가장 쉬운 길 대신, 가장 어려운 길을 선택합니다. 그는 리치가 고객을 대하는 천부적인 재능, 가게의 모든 단골을 기억하는 애정, 그리고 누구보다 '더 비프'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에게 주방이 아닌 '프런트 오브 하우스(FOH)'의 매니저 역할을 맡깁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자신의 전문 영역(유산)을 존중받은 리치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책임감을 보이며 가게의 얼굴 역할을 완벽하게 해냅니다. 카미는 주방의 '혁신'에 온전히 집중하고, 리치는 가게의 '정체성'을 지키며 각자의 강점을 극대화합니다. 이들의 위태로운 충돌은 결국 파괴가 아닌, 서로의 가치를 인정한 '건강한 역할 분담'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많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혁신'을 외치며 조직의 '유산(Legacy)'을 무조건 낡고 버려야 할 것으로 취급하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피봇(Pivot)이나 성장은 종종 기존에 쌓아온 자산(초기 고객 데이터, 팀의 경험, 브랜드의 첫인상 등)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진정한 리더는 혁신을 이끄는 '카미'인 동시에, 조직의 역사와 강점을 대변하는 '리치'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합니다. 기존 멤버의 경험을 '낡은 것'으로 치부하지 말고, 그들의 경험을 새로운 비전 안에서 어떻게 빛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Coach’s Tip: 혁신과 유산의 조화 찾기
- 'Old & New' 워크숍: 기존 멤버와 신규 멤버가 함께 모여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우리만의 강점(유산)은 무엇인가?"와 "우리가 반드시 버려야 할 낡은 관행은 무엇인가?"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어보세요.
- 역할의 재정의: 성과가 나지 않는 기존 팀원이 있다면, 그를 '무능'하다고 낙인찍기 전에, 그의 숨겨진 강점이나 회사가 놓치고 있는 전문성은 없는지 파악하고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것을 고려해 보세요.
카미는 최고의 실력을 가진 셰프지만, 그의 내면은 형의 죽음과 세계 최고 레스토랑에서의 실패 경험으로 인한 깊은 트라우마에 잠식되어 있습니다. 그는 이 불안과 압박감을 누구와도 나누지 못한 채, 괜찮은 척하며 홀로 짊어지고 갑니다. 그가 애써 쌓아 올린 침착함은 위태로운 살얼음판과 같았습니다.
결국 그 살얼음판은 시즌 마지막 화에서 최악의 형태로 깨져버립니다. 새로 도입한 '투고(To-go)' 서비스의 주문 시스템이 꼬이자, 억눌려왔던 그의 불안이 통제 불능의 분노로 폭발합니다. 그는 자신을 동경하던 마커스에게 "멍청하냐"며 인격 모독적인 폭언을 퍼붓고, 가게의 혁신을 이끌던 시드니를 극한으로 몰아붙입니다. 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팀의 핵심 동력이었던 두 사람이 가게를 떠나고, 애써 쌓아 올린 팀워크는 한순간에 재가 되어버립니다. 리더 한 사람의 관리되지 않은 마음이 팀 전체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처절하게 보여준 것입니다.
스타트업 창업가는 본질적으로 외롭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자리입니다. 많은 리더들이 '강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자신의 약점이나 불안을 애써 외면합니다. 하지만 리더의 해결되지 않은 내면의 문제는 결국 비합리적인 의사결정, 팀원들을 향한 짜증, 예측 불가능한 분노 등으로 나타나며 조직 전체에 독처럼 퍼져나갑니다. 창업자에게 비즈니스 코칭이나 심리 상담이 사치가 아닌 필수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Coach’s Tip: 리더의 정신 건강 관리하기
- 나만의 '안전지대' 만들기: 업무와 완전히 분리되어 당신의 이야기를 조건적으로 들어줄 수 있는 멘토, 코치, 혹은 동료 창업가 그룹을 만드세요.
- '약점'을 공개하기: 팀 미팅에서 "솔직히 요즘 이 문제 때문에 밤에 잠이 잘 안 온다. 여러분의 지혜가 필요하다"라고 먼저 당신의 취약함을 드러내 보세요. 리더의 솔직함은 팀의 결속력을 오히려 더 단단하게 만듭니다.
- 의도적으로 쉬기: 번아웃은 갑자기 찾아옵니다. 일주일에 반나절이라도 완전히 일에서 벗어나 재충전하는 시간을 의무적으로 확보하세요.
제빵사 '마커스'는 처음엔 그저 월급날만 기다리며 시키는 일만 하던 무기력한 직원이었습니다. 그는 가게에서 파는 초콜릿 케이크 레시피조차 제대로 모르고, 데코레이션은 엉망이라 리치에게 구박받기 일쑤였습니다. 그의 자리에는 '성장'이나 '탁월함'에 대한 열망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가 카미의 요리에 대한 광적인 열정과 완벽을 추구하는 집요한 모습을 어깨너머로 보며 조금씩 변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스스로 '완벽한 도넛'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카미의 낡은 요리책을 탐독하며 밤을 새워 연구에 몰두합니다. 밀가루 반죽에 파묻혀 수많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완벽한 도넛을 만들어냈을 때, 그 작은 성공은 혼돈의 주방 전체에 신선한 영감과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리더가 직접 동기를 부여하지 않았음에도, 그의 묵묵한 열정이 팀원 한 명에게 전염되어 자발적인 '탁월함'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구글의 유명한 '20% 타임' 정책은 직원들이 업무 시간의 일부를 자신의 관심 프로젝트에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지메일(Gmail), 구글 뉴스 등 구글의 혁신적인 서비스 중 상당수가 이 '자발적 열정'에서 탄생했습니다. 리더의 역할은 모든 것을 지시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이 스스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환경'과 '영감'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Coach’s Tip: 팀의 열정을 끌어내는 환경 조성
- '아이디어와 자유로운 도전' 장려하기: 분기별로 한 번씩, 현재의 KPI와 상관없이 팀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실험해 볼 수 있는 '해커톤'이나 '아이디어 피칭 데이'를 열어보세요.
- 실패를 '학습'으로 정의하기: 새로운 시도를 하다 실패했을 때, 질책이 아닌 "이번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웠죠? 다음엔 어떻게 다르게 해 볼까요?"라고 질문하며 실패를 성장의 과정으로 인정하는 문화를 만드세요
- 학습비 지원하기: 팀원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원하는 강의, 도서, 세미나 등을 자유롭게 신청하고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세요.
CIA(미국 요리학교) 출신의 유능하고 야심 찬 셰프 '시드니'. 그녀는 합류 첫날부터 가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쏟아냅니다. 그녀의 눈에 '더 비프'는 기회와 문제점이 공존하는, 잠재력 있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녀는 기존 메뉴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만의 '콜라 브레이징 쇼트립 리소토'를 개발하여 카미에게 제안합니다. 하지만 카미는 "우리 가게와 맞지 않는다"며 그녀의 도전을 단칼에 무시합니다. 그럼에도 시드니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요리가 '더 비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음을 실력으로 증명하고자 합니다. 마침내 그녀의 리소토는 우연히 가게를 찾은 음식 평론가의 극찬을 받으며, 망해가던 가게에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지핍니다. 리더의 "아니"라는 말에 순응하는 대신, "왜 안 되죠?"라고 끈질기게 묻고 실력으로 증명해 보인 그녀의 도전이 가게를 위기에서 구한 것입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자신에게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A급 인재들과 일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리더의 결정에 무조건 "네"라고 말하는 'Yes-man'들은 조직을 편안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결국 혁신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조직을 도태되게 만듭니다. 우리 회사의 제품과 전략에 끊임없이 '왜?'라고 질문하며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동료야말로 스타트업의 가장 소중한 자산입니다.
Coach’s Tip: 건강한 비판 문화 만들기
- '악마의 변호인' 지정하기: 중요한 의사결정 회의에서, 의도적으로 한 명을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 역할로 지정하여 제안된 아이디어의 약점과 반대 논리를 찾게 해 보세요.
- 익명 피드백 채널 운영하기: 리더에게 직접 말하기 어려운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익명 설문조사나 건의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세요.
- 질문을 칭찬하기: "그 부분은 미처 생각 못 했네요. 아주 예리한 질문입니다"처럼, 리더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처럼 보이는 질문일수록 공개적으로 칭찬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세요.
시즌 내내 카미와 팀원들은 빚 독촉에 시달리고, 주방 기구는 망가지고, 관계는 깨져나갑니다. 가게를 살리기 위해 발버둥 칠수록 상황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만 같습니다. 카미는 아끼던 빈티지 데님을 팔아 고기를 사야 할 만큼 재정적으로 최악의 상황에 몰립니다. 그야말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절망의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던 바로 그 순간, 카미는 형이 남긴 "토마토 스파게티를 만들어봐"라는 쪽지의 진짜 의미를 깨닫습니다. 그는 주방 선반에 쌓여있던 토마토소스 캔을 열고, 그 안에서 비닐에 싸인 거액의 현금 뭉치를 발견합니다. 형이 가게 곳곳에 숨겨두었던 돈이었습니다. 혼돈과 절망의 상징이었던 가게가, 사실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희망의 종잣돈'을 품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예상치 못한 행운은, 그 모든 고통의 시간을 함께 버텨낸 팀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보상이자, '더 비프'가 '더 베어'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 하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됩니다.
스타트업의 여정은 어둡고 긴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을 지나는 것과 같습니다. 수많은 밤을 새워 만든 제품이 시장의 외면을 받고, 믿었던 팀원이 떠나가고, 통장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는 순간은 반드시 찾아옵니다. 하지만 역사에 기록된 수많은 성공 신화는 바로 그 혹독한 시간을 끝까지 '버텨낸' 자들의 이야기입니다.
Coach’s Tip: 버티는 힘을 기르기
- '작은 성공'을 기념하기: 거창한 목표 달성이 아니더라도, '이번 주 고객 불만 0건 달성', '새로운 기능 버그 없이 배포 성공' 등 팀의 작은 성공들을 매주 찾아내고 함께 축하하며 에너지를 충전하세요.
- '고객의 감사 편지' 공유하기: 우리 제품/서비스를 통해 긍정적인 경험을 한 고객의 리뷰나 감사 메시지를 팀 전체에 공유하세요. 우리가 왜 이 힘든 일을 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끊임없이 상기시켜 줍니다.
- 함께 실패하고 함께 일어서기: 힘든 순간일수록 리더가 모든 짐을 지려 하지 말고, "지금 우리 상황이 어렵다. 하지만 함께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라며 팀과 투명하게 상황을 공유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세요.
드라마 '더 베어' 시즌 1은 단순히 망해가는 가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는 혼돈과 절망 속에서 어떻게 질서가 탄생하고, 서로를 불신하던 오합지졸이 어떻게 하나의 팀으로 거듭나는지를 보여주는, 한 스타트업의 가장 현실적인 탄생 기록입니다. 무시와 비난이 오가던 주방에 '존중'의 언어가 자리 잡고, 주먹구구식 운영에 '시스템'이라는 뼈대가 세워지며, 마침내 모두가 포기하려던 순간 '희망'이라는 결정적인 재료를 발견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창업가와 팀원 여러분의 '주방'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문제들과 싸우고, 때로는 동료와 부딪히고,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할 것입니다. '더 베어'는 리더의 역할, 팀워크의 중요성, 그리고 열정의 가치와 같은 익숙한 교훈들이 단순한 경영 이론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처절한 현실 그 자체임을 우리에게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기억하십시오. 가장 절망적인 순간, 카미가 열었던 것은 화려한 금고가 아니라 매일 사용하던 평범한 토마토 캔이었습니다. 우리 스타트업의 희망 또한 거창한 곳이 아닌, 매일 반복되는 치열한 업무와 고객과의 소통, 동료와의 논쟁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토마토 캔' 안에 숨어있을지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안을 들여다볼 용기를 잃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더 베어' 시즌 1은 생존을 위한 기반을 성공적으로 다졌습니다. 다음 시리즈에서는 이 희망의 종잣돈을 가지고 레스토랑의 리모델링과 새로운 메뉴 개발 등, 본격적인 '성장'의 과제와 그 과정에서 오는 더 복잡한 '성장통'을 겪는 시즌 2의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당신의 열정이 담긴 그 토마토 캔을 열어보는 것을, 부디 멈추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