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3: 가장 높은 곳에서 시작된 균열
시즌 2의 마지막, 수많은 혼돈과 희생 끝에 '더 베어'는 마침내 성공적으로 문을 엽니다. 이제 남은 것은 찬란한 영광 뿐일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시즌 3은 우리에게 훨씬 더 냉정하고 현실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성공을 이루는 것보다, 성공을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더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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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베어'는 이제 단순한 동네 맛집이 아닙니다. 비평가들의 호평과 손님들의 기대로 가득 찬, 매일매일이 시험대 위에 오르는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시즌 3은 이 살얼음판 같은 현실 속에서 '탁월함'을 유지하기 위해 분투하는 팀의 모습을 그립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을 위해' 이토록 처절하게 일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는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한 스타트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 겪는 과정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습니다. 제품-시장 적합성(PMF)을 찾고, 성공적인 투자 유치를 이뤄낸 후, 이제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와 '건강한 조직 문화'라는 훨씬 더 복잡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시기. '더 베어' 시즌 3은 바로 이 단계에 접어든 리더와 팀원들에게 쓰디쓴 공감과 함께 깊은 통찰을 안겨줄 것입니다.
성공적으로 문을 연 '더 베어'. 하지만 주방은 하루도 평온할 날이 없습니다. 리더 '카미'는 미슐랭 스타라는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자신과 팀원 모두를 극한으로 몰아붙입니다. 그는 주방의 모든 구성원이 지켜야 할 '타협 불가 원칙(Non-Negotiables)' 리스트를 만들어, 완벽이 아니면 용납하지 않는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그의 이런 태도는 음식의 퀄리티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리지만, 동시에 팀원들을 서서히 지치게 만듭니다. 파트너인 '시드니'는 카미의 예술가적 고집과 레스토랑의 재정적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삼촌 '지미'의 투자금 상환 압박은 날마다 거세집니다. 팀원들은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과, 비인간적인 압박감 사이에서 매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합니다.
시즌 3은 성공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탁월함을 유지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팀의 균열, 그리고 '좋은 레스토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성공의 진짜 얼굴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시즌 3에서 카미는 주방에 '타협 불가 원칙' 리스트를 붙여놓습니다. '존중', '청결', '긍정성' 등 훌륭한 가치들이 적혀있지만, 현실의 주방은 정반대로 흘러갑니다. 카미 자신부터가 압박감 속에서 팀원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비판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스스로 정한 원칙을 무너뜨립니다. 원칙은 벽에 걸린 장식품이 되고, 주방에는 다시 긴장과 불안이 감돌기 시작합니다.
시드니와 다른 팀원들은 이 모순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들은 카미에게 "우리가 정한 원칙을 왜 당신이 지키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이는 더 이상 리더의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함께 만든 약속'을 지키기 위한 팀의 건강한 저항이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그들은 문화란 리더 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팀원이 매일의 행동 속에서 함께 지켜내야 하는 '살아있는 약속'임을 깨닫게 됩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회사의 '핵심 가치(Core Values)'를 정해두고 웹사이트나 사무실 벽에 멋지게 붙여놓습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의 순간이나, 압박이 심한 위기의 순간에 그 가치들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합니다. 문화는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매일의 사소한 선택 속에서 증명해 보이는 것입니다. 특히 회사가 성장하고 바빠질수록, 이 가치를 지키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없다면 문화는 쉽게 변질됩니다.
Coach’s Tip: 문화를 살아있게 만드는 시스템
- '가치 기반' 피드백: 동료 피드백이나 성과 리뷰 시, "업무를 잘했다/못했다"를 넘어 "그 과정에서 우리 회사의 핵심 가치인 'X'를 어떻게 실천했나요?"라는 질문을 포함하여, 가치가 실제 행동의 기준이 되게 하세요.
- 리더의 자기 고백: 리더가 먼저 "최근에 스트레스 때문에 '투명성'이라는 우리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 같다. 미안하다"라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리더의 이런 모습은 팀 전체에 강력한 메시지를 줍니다.
- 가치 위반에 대한 명확한 원칙 수립: 회사의 핵심 가치를 명백하게 위반하는 행동(예: 동료에 대한 비난, 정보의 독점)에 대해서는 직급에 상관없이 엄격하게 대응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공유하세요.
미슐랭 스타를 향한 카미의 열망은 그를 완벽주의의 화신으로 만듭니다. 그는 음식의 맛, 접시의 온도, 재료의 신선도 등 모든 디테일에 집착하며 레스토랑의 수준을 끌어올립니다. 하지만 그의 이런 집착은 점차 팀원들을 믿지 못하고 모든 것을 직접 통제하려는 '독선'으로 변질됩니다. 그의 행동 기저에는 과거 뉴욕 시절의 스승에게서 받은 모욕과 실패의 기억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자기 방어적 주문, 그리고 형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깊은 공포가 깔려 있었습니다.
이 공포는 그를 '위대한 리더'가 아닌 '불안한 독재자'로 만듭니다. 그는 칭찬에 인색하고, 오직 잘못된 점을 찾아내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팀의 사기를 꺾습니다. 주방에는 창의성 대신 두려움이 심어지고, 팀원들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 실수를 피하는 데 급급한 수동적인 존재가 되어갑니다. 결국 파트너인 시드니는 "당신은 탁월함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밀어내고 있을 뿐"이라며 그의 리더십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합니다. 탁월함을 향한 리더의 열정이 팀을 성장시키는 동력이 아니라, 오히려 질식시키는 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제품에 미쳐있는 창업가'는 스타트업의 가장 강력한 엔진입니다. 하지만 그 열정이 팀에 대한 신뢰를 넘어서는 순간, 엔진은 폭주하기 시작합니다. 모든 것을 직접 챙겨야 직성이 풀리는 마이크로매니지먼트, 팀원의 결과물을 사소한 이유로 끊임없이 반려하는 태도, 결과에 대한 공은 자신에게 돌리고 실패의 책임은 팀에게 묻는 모습. 이 모든 것은 '탁월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독선'이며, A급 인재들이 가장 먼저 회사를 떠나는 이유입니다.
Coach’s Tip: 신뢰 기반의 위임과 권한 부여
- '최종 결정권' 위임하기: 팀원이 충분히 역량이 있다고 판단되는 영역에 대해서는,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포함하여 '최종 결정권'을 과감하게 위임해 보세요. 리더의 신뢰가 팀원의 잠재력을 깨웁니다.
- 결과가 아닌 '과정'을 칭찬하기: 설령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더라도, 그 과정에서 팀원이 보여준 노력, 새로운 시도, 문제 해결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짚어 칭찬해 주세요.
- '실수해도 괜찮다'는 안전망 만들어주기: 리더가 자신의 과거 실수 경험을 먼저 공유하며, "실패는 성장을 위한 데이터일 뿐"이라는 인식을 팀에 심어주세요.
코펜하겐에서 예술적 영감을 받고 돌아온 제빵사 '마커스'는 이전과 차원이 다른, 복잡하고 아름다운 디저트를 만들어냅니다. 그의 디저트는 분명 '위대한 제품'이지만, 만드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 레스토랑 운영에는 부담이 됩니다. 한편, 공동 대표인 '시드니'는 레스토랑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메뉴의 원가를 계산하고 효율적인 동선을 고민합니다.
'최고의 요리'를 만들고 싶은 예술가적 열망과 '수익을 내야 하는' 비즈니스의 현실이 주방 안에서 첨예하게 충돌합니다. 카미는 예술성에, 시드니는 수익성에 더 무게를 두면서 두 사람의 파트너십에도 미묘한 균열이 생깁니다. 이들은 '훌륭한 레스토랑'이 되기 위해, 단지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을 넘어, 이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지에 대한 어려운 문제에 직면합니다.
이는 스타트업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갈등입니다. '최고의 기술로 완벽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개발팀의 열망과 '제한된 자원으로 어떻게든 수익 모델을 만들고 생존해야 한다'는 사업팀의 현실적 압박이 부딪히는 것입니다. 많은 창업가들이 '위대한 제품을 만들면 돈은 따라올 것'이라고 믿지만, 현실에서는 위대한 제품이 위대한 비즈니스로 이어지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제품의 완성도와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 사이에서 현명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야말로 스타트업의 가장 큰 숙제입니다.
Coach’s Tip: 제품과 비즈니스의 균형 찾기
- '수익성'을 개발 초기부터 논의하기: 제품을 기획하는 가장 첫 단계부터 개발팀과 사업팀이 함께 모여, 이 제품의 '비용 구조'와 '수익 모델'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목표를 설정하세요.
- MVP(최소기능제품) 원칙을 잊지 않기: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기능'에 집중하고, 부가적인 기능들은 시장의 반응을 보며 점진적으로 추가해 나가세요. 완벽을 추구하다 적절한 출시 시점을 놓치는 것이 최악의 선택입니다.
- '고객이 지불할 가치'에 집중하기: '우리가 만들고 싶은 멋진 기능'이 아니라, '고객이 기꺼이 돈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검증하세요.
시즌 3에서 카미와 시드니의 파트너십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릅니다. 두 사람은 레스토랑의 공동 대표이지만, 점차 다른 곳을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카미는 오직 요리의 예술성과 미슐랭 스타라는 '결과'에 집착하는 반면, 시드니는 레스토랑의 안정적인 운영과 수익성, 그리고 팀원들의 성장이라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들의 우선순위 충돌은 사소한 메뉴 결정에서부터 재정 문제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마찰을 일으킵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이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어떻게든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서로의 의견이 전략적으로 '틀려서'가 아니라, 단지 '다를 뿐'임을 인정하는 과정을 통해, 파트너십이란 결국 계산이 아닌 신뢰의 문제임을 깨달아갑니다.
공동창업자 간의 갈등은 스타트업 실패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처음에는 같은 꿈을 보고 시작했지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각자의 우선순위와 역할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누가 더 기여했는가"를 따지기 시작하고, 중요한 정보를 독점하며, 서로를 견제하는 순간 파트너십은 무너집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불편하고 고통스럽더라도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가장 최악의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대화하며,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를 지켜나가는 것뿐입니다.
Coach’s Tip: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대화
- '창업자 1:1' 정례화: 다른 어떤 미팅보다 우선하여, 공동창업자끼리 매주 정기적으로 만나 사업 이야기가 아닌 서로의 생각, 감정, 어려움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 '역할과 책임' 문서화 및 주기적 업데이트: 각자의 역할과 책임(R&R), 그리고 최종 의사결정 권한을 명확하게 문서로 정의하고, 회사의 성장 단계에 맞춰 이를 주기적으로 함께 리뷰하고 업데이트하세요.
- 최악의 시나리오 논의하기: "만약 우리 중 한 명이 회사를 떠나고 싶다면?", "만약 회사를 매각하게 된다면?"과 같이, 당장은 상상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 미리 함께 이야기하고 원칙을 정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 베어'는 평론가들의 극찬과 함께 시카고에서 가장 '핫한' 레스토랑으로 떠오릅니다. 예약은 몇 달 치가 꽉 차고, 가게 앞은 손님들로 연일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모두가 성공을 축하하지만, 이 성공은 곧바로 새로운 종류의 압박감으로 변합니다. 높아진 고객의 기대치를 매일같이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 이 성공이 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팀은 시달립니다.
초기의 성공에 안주하는 순간, 위기는 찾아옵니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음식의 질이 떨어지거나, 서비스에 실수가 발생합니다. 카미와 시드니는 이 '성공의 함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팀의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 더욱더 채찍질합니다. 이 과정에서 성공을 지키려는 압박이 오히려 팀을 해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합니다. 성공은 끝이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일관성과 운영 능력을 요구하는 새로운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초기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거나,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이 오히려 그 이후에 위기를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공의 덫(Success Trap)'에 빠지는 것입니다. 갑자기 늘어난 고객을 감당하지 못해 서비스 품질이 저하되거나, 넘치는 자금으로 무리한 사업 확장을 시도하다 본질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성공은 자만심을 낳고, 자만심은 시장의 변화에 둔감하게 만듭니다. 성공했을 때야말로, 가장 겸손한 자세로 '우리가 왜 성공했는가'라는 본질을 되짚어보고,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Coach’s Tip: 성공의 함정을 피하는 법
- '성공 방정식' 문서화하기: 우리 팀이 초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핵심적인 이유(가설, 전략, 실행 방법 등)를 명확하게 문서화하고, 모든 팀원이 이를 공유하게 하세요.
- '실패 회고'만큼 '성공 회고'하기: 성공한 프로젝트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잘했고, 어떤 운이 따랐으며, 이 성공을 재현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분석하는 회고를 통해 성공을 '시스템'으로 만드세요.
- 레드팀(Red Team) 운영하기: 내부적으로 우리 회사의 성공 모델을 비판하고 약점을 공격하는 '레드팀'을 의도적으로 운영하여, 외부의 위협과 시장 변화에 미리 대비하고 건강한 위기감을 유지하세요.
드라마 '더 베어' 시즌 3은 성공이라는 화려한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고독하고 치열한 사투를 보여줍니다. 꿈을 이루는 것만큼이나, 그 꿈을 지키고 가꾸어 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현실적으로 그려냅니다. 생존과 성장의 단계를 넘어, 이제 '지속가능성'이라는 새로운 질문 앞에 선 스타트업이라면 깊은 공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결국 '더 베어'가 우리에게 던지는 궁극적인 질문은 이것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만들고 싶은 '위대한 회사'란 과연 어떤 모습인가?" 그것은 최고의 제품인가, 행복한 팀인가, 혹은 압도적인 재무적 성공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더 베어'. 하지만 아직 그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시리즈에서는 그들이 어떤 선택을 통해 자신들의 '위대함'을 증명해 나가는지, 시즌 4의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당신의 조직은 무엇을 위해, 무엇을 타협하지 않고 있습니까?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