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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언더독에서 위대한 팀으로

저마다의 아픔을 딛고, 하나의 팀으로 완성되다

by 김성현

혹시 당신의 팀은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절대 강자'와 싸우고 있습니까? 혹은, 더 무서운 것은 외부의 강자가 아니라 “우리는 안 될 거야”라고 속삭이는 팀 내부의 패배감일지도 모릅니다. 시장을 선점한 거인,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경쟁사 앞에서 우리의 존재가 너무나 작게 느껴질 때가 있을 겁니다. 모든 지표가 패배를 가리키고, 주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팀을 계속 나아가게 하는 동력은 과연 무엇일까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단순한 추억 소환이나 스포츠 영화가 아닙니다. 각자의 결핍과 아픔을 가진 '문제아'들이 어떻게 서로의 조각을 맞춰 최강의 팀으로 거듭나는지, 그 위대한 과정을 담은 한 편의 '팀 빌딩 교과서'입니다.


이 글은 바로 그 지점, 북산(쇼호쿠) 고등학교 농구부가 최강 산왕(산노) 공고를 상대로 만들어낸 기적의 순간들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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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만든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이야기

이야기의 주 무대인 전국대회. 북산은 지난 3년간 우승을 독차지한 '절대王者' 산왕공고와 마주합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산왕은 그들의 상징인 '올코트 프레스' 수비로 북산의 숨통을 조여옵니다. 패스 길은 모두 막히고, 선수들은 공을 운반하는 것조차 버거워하며 속수무책으로 점수를 내줍니다. 순식간에 20점 이상 벌어지는 점수 차에 관중석은 냉소로 가득 차고, 코트 위에는 깊은 패배감이 드리웁니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북산의 선수들은 각자 내면의 한계와 마주합니다.


팀의 기둥인 주장 채치수는 자신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상대 센터 신현철에게 압도당하며, '전국 제패'라는 오랜 꿈이 무너지는 것을 느끼고 흔들립니다. 슈터 정대만은 경기 초반의 활약이 무색하게, 체력적 한계에 부딪혀 팔을 들 힘도 없이 코트에 서 있습니다. 팀의 에이스 서태웅은 난생처음 만난 자신보다 강한 상대, 정우성에게 철저히 봉쇄당하며 고독한 천재의 한계를 절감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지휘해야 하는 송태섭은 자신을 짓누르는 과거의 트라우마와 싸우며 팀을 이끌어야 하는 이중의 압박감에 시달립니다. 강백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무력감과 이기고 싶다는 뜨거운 열망 사이에서 들끓습니다.


패배가 눈앞에 아른거리던 그 순간, 북산은 기적적인 반격을 시작합니다. 각자의 아픔과 한계를 안고 있던 문제아 5인방이, 비로소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각자의 역할에 집중하며 끈질기게 따라붙는 북산의 플레이에 절대 강자 산왕은 서서히 균열을 보이기 시작하고, 경기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치열한 접전으로 흘러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세계가 침묵하는 마지막 1분. 그들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기적을 향해 마지막 힘을 쏟아붓습니다.


1. 과거의 트라우마를 성장의 나침반으로 삼아라 (송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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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위, 송태섭은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고 있습니다. 산왕의 강력한 수비수들이 그의 앞을 막아서지만, 그의 눈에는 그들 위로 죽은 형의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형이라면 뚫었을 텐데." 귓가에 맴도는 이 목소리는 그를 옭아매는 족쇄입니다. 작은 키 때문에 코트 위 누구보다 빨라야 했지만, 형의 그림자라는 심리적 압박감은 그의 발을 무겁게 만듭니다. 형을 따라 농구를 시작했고, 형처럼 되고 싶었지만, 결코 형이 될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형을 잃은 슬픔을 홀로 감당해야 했던 과거가 그의 플레이를 주저하게 만듭니다.


패배 직전의 순간, 그는 가장 아팠던 기억을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절규하던 엄마의 모습, 그리고 형의 방에서 홀로 오열하던 그 밤. 그는 더 이상 과거로부터 도망치지 않습니다. 그 모든 아픔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그 순간, 그의 드리블이 달라집니다. 낮고 빠르게, 코트에 붙어 질주하며 그는 스스로에게 외칩니다.


"뚫어!"


그는 자신을 짓누르던 산왕의 프레스를 돌파해 팀의 공격 활로를 엽니다. 그는 형의 대체자가 아닌, '북산의 No.1 가드' 송태섭 자신으로서 존재 가치를 증명합니다. 과거의 아픔은 더 이상 약점이 아니라,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성장의 나침반이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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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스타트업에는 아픈 과거가 있습니다. 야심 차게 출시했지만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첫 제품, 믿었던 핵심 멤버의 갑작스러운 이탈, 거의 다 성사되었다가 막판에 엎어진 투자 계약. 이런 '트라우마'는 조직 전체에 "또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무기력한 공포를 심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주저하게 만들고, 안정적인 선택지만을 찾게 만듭니다. 하지만 송태섭이 자신의 아픔을 정면으로 돌파했을 때 비로소 성장했듯, 스타트업 역시 과거의 실패를 '감춰야 할 부끄러운 역사'가 아니라, '우리 팀만이 가진 고유한 자산'으로 재해석해야 합니다. 그 실패 데이터는 경쟁사가 결코 가질 수 없는 우리만의 교훈이며,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는 가장 정확한 나침반입니다.

� Coach’s Tip:
- 우리 팀이 겪었던 가장 아픈 실패(프로젝트 중단, 고객 이탈 등)는 무엇이었습니까? 그 경험을 '실패 사례'가 아닌 '학습 노트'로 다시 정리해 보십시오.
- "그때 우린 왜 실패했는가?"가 아니라, "그 실패 덕분에 우리는 무엇을 알게 되었는가?"라고 질문을 바꿔보십시오. 이 과정을 통해 실패는 미래의 성공을 위한 가장 값진 자산이 될 것입니다.


2. '초짜'의 순수한 집중력이 게임의 판도를 뒤집는다 (강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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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초반, 북산은 산왕의 압도적인 실력에 눌려 속수무책으로 점수를 내줍니다. 팀의 분위기는 가라앉고, 누구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합니다. 그때 안한수 감독은 벤치에 있던 강백호에게 다가가 명확한 미션을 부여합니다. "리바운드를 제압하면, 팀에 승리의 발판을 마련해 줄 수 있다."


코트에 투입된 강백호는 다른 모든 것을 잊고 오직 '리바운드' 하나에만 미친 듯이 집중합니다. 그의 상식 밖의 에너지와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은 산왕의 계산된 플레이에 균열을 일으키고, 연이은 공격 리바운드로 팀에 새로운 공격 기회를 불어넣습니다. 그의 순수한 집중력 덕분에, 꺼져가던 북산의 공격은 다시 불붙기 시작하고 경기의 흐름은 극적으로 반전됩니다.


하지만 흐름을 바꾸는 과정에서 몸을 아끼지 않던 그는 결국 등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벤치로 실려 나옵니다. 모두가 그의 선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순간, 그는 팀의 위기를 보며 다시 뛰겠다고 고집합니다. 안 감독이 그의 미래를 위해 말리자, 강백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건 한마디를 내뱉습니다.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국가대표였을 때였나요?
난… 난 지금입니다!"



이 절실한 외침과 함께 코트로 복귀한 그는, 팀의 승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진정한 팀원으로 거듭납니다.


초기 스타트업은 종종 '만능 제품'의 함정에 빠집니다. 경쟁사의 모든 기능을 따라 하고, 고객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려다 결국 아무런 특징 없는 서비스가 되어버립니다. 안 감독이 강백호에게 '리바운드'라는 단 하나의 미션을 주었듯, 리더는 팀에게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목표, 즉 '이것만 해결하면 판을 뒤집을 수 있다'는 명확한 '원 씽(One Thing)'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강백호처럼, 팀은 그 하나의 목표에 순수하게 집중할 때 비로소 거대한 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설령 그 과정에서 넘어지고 다치더라도, "우리의 영광은 과거나 미래가 아닌 바로 지금"이라는 절실함이 있다면 어떤 위기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 Coach’s Tip:
- 지금 우리 팀을 짓누르는 수많은 문제 중, 단 하나, 이것만 해결하면 모든 것이 풀릴 것 같은 '핵심 리바운드'는 무엇입니까?
- 우리 팀의 '영광의 시대는 지금'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가장 중요한 그 목표에 모든 자원과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습니까? 팀원들과 함께 우리 팀의 '원 씽'을 정의하고 공유해 보십시오.


3. 한계에 부딪힌 스페셜리스트를 다시 일으키는 '믿음'의 힘 (정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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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남자' 정대만은 경기 후반, 체력적 한계에 부딪힙니다. 시야는 흐릿해지고, 다리는 풀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합니다. 슛을 쏘기 위해 점프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는 스스로 "더 이상 쏠 수 없다"라고 생각하며 절망합니다. 그의 머릿속에는 방황하던 시절의 후회와, 이대로 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끝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가득합니다.


바로 그때, 팀원들은 본능적으로 압니다. 이 위기를 끝낼 사람은 오직 정대만뿐이라는 것을. 송태섭은 그에게 정확한 패스를 건넵니다. 동료들의 절대적인 신뢰는 꺼져가던 그의 심지에 다시 불을 붙입니다. 그는 공을 잡고 림을 향해 던지며, 그 짜릿한 소리와 함께 부활합니다.


"그래, 이 소리가 날 되살아나게 한다. 몇 번이라도."

그는 한계를 초월한 3점 슛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기적의 추격전을 이끌고, 마침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이렇게 증명합니다. "그래, 난 정대만.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모든 스타트업에는 결정적인 순간을 해결해 줄 '스페셜리스트'가 있습니다. 복잡한 서버 장애를 밤새워 해결하는 백엔드 개발자, 누구도 뚫지 못한 고객사를 뚫는 영업 담당자. 하지만 그들도 인간이기에 때로는 한계에 부딪히고, 스스로를 의심합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리더의 질책이나 "왜 그것밖에 못해?"라는 압박이 아닙니다. "우리는 당신을 믿는다"는 동료들의 절대적인 믿음입니다. 그가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른 팀원들이 기꺼이 조력자가 되어줄 때, 한계에 부딪혔던 스페셜리스트는 다시 한번 팀을 구원하는 영웅이 될 수 있습니다.

� Coach’s Tip:
- 우리 팀의 '정대만'은 누구입니까? 그가 지쳐 보일 때, 우리는 "왜 그것밖에 못해?"라고 다그칩니까, 아니면 "당신이 필요하다"며 믿음의 패스를 건네고 있습니까?
- 다음 프로젝트에서, 각 분야의 스페셜리스트에게 "이 부분은 온전히 당신을 믿고 맡기겠습니다"라고 선언해 보십시오. 그리고 다른 팀원들은 그가 최고의 슛을 쏠 수 있도록 '스크린'을 걸어주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독려해 보십시오.


4. 최고의 경쟁자가 최고의 나를 만든다 (서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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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코트 위의 왕으로 군림했던 천재 서태웅. 그는 난생처음으로 자신보다 더 높은 벽, 산왕의 에이스 정우성을 만납니다. 화려한 개인기는 번번이 막히고, 1대 1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합니다. 그의 얼굴에는 처음으로 당혹감과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그의 무기였던 '개인 돌파'가 통하지 않자, 그는 코트 위에서 길을 잃습니다.


그는 좌절하는 대신, 처음으로 '팀'을 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패스'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떠올립니다. 정우성을 자신에게 집중시켜 강력한 미끼가 된 뒤, 비어있는 동료에게 공을 건네기 시작합니다. 상대를 이기기 위한 이타적인 플레이는 역설적으로 서태웅 자신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킵니다. 경기 마지막, 그는 정우성을 앞에 두고도 영웅적인 슛 대신, 자신을 믿고 달려온 강백호에게 생애 가장 중요한 패스를 건넵니다. 고독한 천재가 팀의 승리를 위해 자신을 내려놓은, 그 어떤 대사보다 울림이 큰 '행동의 언어'였습니다.


시장에 등장한 강력한 경쟁자는 우리를 파괴하러 온 재앙이 아니라, 우리를 성장시키러 온 '선물'일 수 있습니다. 경쟁사의 출현은 우리 제품의 약점과 시장의 빈틈을 명확히 보게 하고, "이만하면 됐다"라고 안주하려던 조직에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습니다. 서태웅이 정우성 때문에 '패스'를 배웠듯, 스타트업은 강력한 경쟁자 때문에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하고, 더 고객 중심적인 서비스를 만들고, 더 효율적인 팀워크를 갖추게 됩니다. 경쟁사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줄 '스파링 파트너'로 여겨야 합니다.

� Coach’s Tip:
- 우리를 가장 괴롭히는 경쟁사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입니까? 그 강점을 이기기 위해 우리는 어떤 '새로운 플레이(기술, 전략)'를 시도해야 합니까?
- 팀원들과 함께 '경쟁사 분석 회의'를 열어보십시오. 단순한 비난이나 모방이 아닌, "경쟁사 덕분에 우리가 무엇을 개선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학습의 기회로 삼아보십시오.


5. 리더는 '기둥'이 아니라 '무대'를 만드는 사람이다 (채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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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채치수는 산왕의 최고 센터 신현철에게 농락당하며 무력감을 느낍니다. '내가 팀의 기둥인데, 내가 무너지면 모든 게 끝난다'는 중압감에 짓눌려 그는 코트 위에서 고립됩니다. 그의 머릿속은 '전국 제패'라는 꿈이 이대로 좌절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로 가득 찹니다.


그 순간 채치수는 코트 위에서 자신을 믿고 뛰는 동료들을 바라봅니다. 자신보다 더 아픈 과거를 짊어진 송태섭, 한계를 넘어서려는 정대만, 성장하는 서태웅과 강백호. 그는 깨닫습니다. 자신이 모든 득점을 책임지는 화려한 주인공이 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자신이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줄 때, 비로소 다른 팀원들이 빛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팀원들이 마음껏 날뛸 수 있도록 궂은일을 도맡는 '무대'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몸을 던져 스크린을 걸고, 묵묵히 리바운드를 따냅니다. 이 깨달음 이후, 그는 오히려 더 단단한 플레이로 팀의 중심을 잡고, 북산은 비로소 하나의 팀으로 완성됩니다.


많은 창업가들이 '내가 우리 회사의 기둥이자 전부'라는 영웅주의에 빠집니다. 모든 것을 직접 결정하고, 모든 책임을 짊어지려 합니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할수록 리더의 어깨는 무거워지고, 결국 혼자서는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없는 순간이 옵니다. 위대한 리더는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아니라, 팀원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무대'의 역할을 자처합니다. 팀원들의 성공을 위해 기꺼이 궂은일을 하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 기반이 되어줄 때, 팀 전체의 역량은 극대화됩니다.

� Coach’s Tip:
- 리더로서 나는 팀의 '주인공'이 되려 합니까, 아니면 '조력자'가 되려 합니까? 최근 일주일간 나의 업무를 돌아보며, 팀원을 빛나게 하기 위해 어떤 '궂은일'을 했는지 점검해 보십시오.
- 팀원에게 "당신이 이 프로젝트의 주인공입니다"라고 말해주며, 그가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십시오. 리더의 가장 큰 역할은 방향을 제시하고, 장애물을 치워주는 것입니다.


6. 위대한 리더는 '지시'하지 않고 '믿어'준다 (안한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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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선수들은 패닉에 빠져 우왕좌왕합니다. 20점 차 이상 벌어진 상황, 타임아웃이 불리고 모두가 안한수 감독의 '지시'를 기다립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리지만, 그는 복잡한 작전을 꺼내는 대신, 선수들의 마음을 다잡아주는 한마디를 던집니다.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예요."


이 말은 단순한 격려가 아니라, 북산 농구부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철학입니다. 그는 선수들이 스스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었고, 그 믿음은 선수들에게 어떤 화려한 전략보다 더 큰 용기가 되었습니다.


안 감독은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선수들 안에 이미 정답이 있음을 믿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강백호가 부상에도 불구하고 코트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을 때, 안 감독은 그의 의지를 믿고 그를 다시 투입하는 결단을 내립니다. 선수의 성장을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그의 믿음 속에서, 선수들은 각자 최고의 잠재력을 스스로 끌어내기 시작합니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스타트업의 세계에서 리더가 모든 정답을 알 수는 없습니다. 특히 시장이 급변하고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 리더의 경험은 오히려 족쇄가 될 수 있습니다. 이때 마이크로매니징하며 하나하나 지시하는 리더는 팀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죽일 뿐입니다. 진정한 리더십은 명확한 비전을 공유하되, 실행 과정은 팀원들을 믿고 맡기는 것입니다. "나는 당신의 가능성을 믿는다"는 리더의 굳건한 신뢰가 팀원들에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입니다.

� Coach’s Tip:
- 최근 팀원에게 지시나 명령 대신 질문을 던져본 적이 언제입니까? ("~는 어떻게 생각해요?", "이 문제를 해결할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 팀원에게 업무를 맡길 때, 과정(How)까지 세세하게 관리합니까, 아니면 목표(What)와 이유(Why)를 명확히 설명하고 권한을 위임합니까? 리더의 조바심을 참고 기다려주는 것, 그것이 가장 위대한 리더십일 수 있습니다.


7. 최고의 팀은 말이 아닌 '신뢰'로 동기화된다 (마지막 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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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마지막 1분, 경기장에는 어떤 대사나 배경음악도 흐르지 않습니다. 오직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농구공 소리, 운동화의 마찰음만이 가득합니다. 1점 차로 뒤진 상황, 마지막 공격 기회. 공을 가진 서태웅은 늘 그랬듯 자신이 해결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는 골대를 향해 달려가면서도, 코트 반대편에서 자신을 믿고 함께 달려오는 붉은 머리의 강백호를 보고 있었습니다.


산왕 선수들의 블로킹을 앞에 두고, 서태웅은 주저 없이 패스합니다. 에이스의 패스를 받은 강백호는, 혹독한 슛 연습으로 몸에 새겨진 기억을 믿고 침착하게 점프합니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은 깨끗한 포물선을 그리며 그대로 림을 통과합니다. 버저가 울리고, 기적적인 역전승이 확정됩니다. 평생을 라이벌로 으르렁대던 두 사람이 눈빛만으로 교감하고, 서로를 완벽하게 믿었기에 가능했던 순간입니다. 이것이 바로 최고의 팀이 도달하는 '무아지경(Flow)'의 상태입니다.


최고의 스타트업 팀은 불필요한 회의나 문서 없이도 물 흐르듯 협업하는 순간을 경험합니다. 개발자가 요청하기 전에 디자이너는 필요한 UI 키트를 미리 준비하고, 마케터가 캠페인 결과를 공유하기 전에 데이터 분석가는 이미 관련 대시보드를 만들어 놓습니다. 이는 단순히 업무 프로세스가 잘 짜여있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수많은 시간 동안 함께 부딪히고,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이해하며, '우리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간다'는 공동의 믿음, 즉 '조직적 신뢰'가 쌓였을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 Coach’s Tip:
- 우리 팀은 서로의 업무 스타일과 생각의 흐름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습니까? 정기적인 회고(Retrospective)를 통해 "어떻게 하면 우리가 더 손발을 잘 맞출 수 있을까?"를 논의해 보십시오.
- 불필요한 보고나 회의를 줄이고, 각자의 역할을 믿고 맡기는 '자율성'의 범위를 점진적으로 넓혀보십시오. 신뢰는 신뢰를 먹고 자랍니다.


마무리하며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결국 '결핍을 가진 개인들이 모여 어떻게 완벽한 하나가 되는가'에 대한 위대한 서사입니다. 과거의 트라우마(송태섭), 풋내기의 열정(강백호), 스페셜리스트의 한계(정대만), 에이스의 성장(서태웅), 그리고 리더의 자기희생(채치수)이라는 각기 다른 퍼즐 조각이 '신뢰'라는 접착제로 만나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결국 스타트업의 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고, 각자의 역할을 믿으며, 기꺼이 조력자가 되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입니다.


만약 지금 당신의 팀이 '산왕'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좌절하고 있다면, 이 영화를 함께 보며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플레이에 집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코트 위 선수들처럼 외쳐보시길 바랍니다.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의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여러분의 위대한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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