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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한 Jun 26. 2024

어느 가지를 잘라야 하나?

아보리스트의 시선

나무의 불필요한 가지를 잘라 정리해주는 작업을 전지작업이라고 합니다.

도시에 살다보면 바가지나 스카이라고 불리는 고소작업차량에 올라타고 가로수를 전지하는 것을 볼 수 있고 시골에 살다보면 마당의 소나무를 많이 전지합니다.

저같은 아보리스트는 고소장비를 사용할 수 없는(또는 예산때문에 장비를 지원해주지 않는)

높은 나무에 올라 전지작업을 합니다.


나무에 올라 전지작업을 하다보면 자세가 불편합니다.

줄에 매달린 상태로 작업을 할 수도 있고, 쭈그려 앉은채로, 또는 팔을 쭉 뻗거나

고지가위나 고지톱 같은 길~쭉한 장비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땅에서 하는 작업이나 고소장비를 사용할 때보다 힘이 듭니다.

힘이 들다보면 여유가 없어지고 여유가 없어지면 시야가 좁아지게 마련입니다.


일을 처음 시작 하였을 때를 되돌아보면 높은 나무위에서 바람은 불지, 자세는 불편하지,

계속된 톱질과 고지가위의 무게로 손목은 아프지... 어서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눈에 보이는 대로 가지를 자르던 때가 있었습니다.

"야! 주한아! 너 그 가지를 자르면 어떻하냐!"

반장님의 호통소리를 듣고 다시 살펴보니 꼭 잘라야 하는 가지는 놔 두고

자르지 않아도 될 것을 잘라버렸습니다.


가지를 잘 못 자르면 수형이 안 좋아 질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성장에도 영향을 줄 수 도 있습니다.

나무에게 해가 되지는 않더라도 일을 두번 세번 해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무의 주간에서 가지를 제거하면 될 것을 그 가지의 끝부분이나 중간부분만 보고

한참 정리를 하다가 안쪽으로 시야를 돌려보면 '아 이 가지는 전체를 잘라야 했었네!'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뜩이나 힘든데 힘쓰고 시간도 버리는 경우죠.


회사에서도 마찬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실무에서 경력이 되어 경험과 연차가 쌓이면 고과에 따라 자연스럽게 관리자로 승진을 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숙련된 실무자와 관리자는 구분을 해 주는 것이 조직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길이라고 보는데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조직은 아직 그런 문화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따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주제이기도 합니다.)

관리자가 되면 실무자와는 일을 보는 시야가 달라져야 합니다.

실무자는 자기가 맡은 영역에 대해 깊게 파고들어 성과를 내야 한다면

관리자는 맡은 부서의 다양한 업무에 대해 예산과 자원(인력, 시간, 예산 등)을 잘 분배하고

내부적 갈등과 대외적 문제를 조율하고 해결하는데 본인의 시간과 에너지를 보다 더 집중해야 합니다.

관리자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실무자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 부서는 여러가지 위험에

직면하게 됩니다.

부서의 자원이 효율적으로 분배되지 못하고 관리자가 관심을 가지는 실무분야에 집중될 수 있고,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는 부서원들은 불만을 가지게 되거나 관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줄서기 등

안좋은 정치를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던 자원이 효율적으로 분배되고 사용 되지 못하는 부서의 성과가 그리 좋을리 없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 작업할 나무의 전체 모양을 볼 줄 알고, 나무위에 올라가서도 잘라낼 가지와 놔두어야

할 가지를 볼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중에 한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바로 '과감함' 이었습니다.

'정말 이 가지를 잘라도 되나? 이렇게 큰 가지를 한번에?'

이런 생각이 드는 건 한번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 이었죠.

'괜찮으니까 잘라라!' 라는 지시를 받고 과감히 가지를 잘라 보니 수형도 좋아지고 햇빛도 잘 들어오고

일도 수월해졌습니다.


우라나라 회사의 관리자들은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을 뿐 그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 지 준비가 되어있지도 않고, 제대로 교육도 받지 않은 채 관리자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리자로 역할을 부여받게 되면 그 전에 실무자로서 수행해 왔던 경험을 뛰어넘어 새로운 시각으로, 더 넓은 시야로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보는 것이 좋은 관리자로 가는 첫 걸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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