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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람 Jul 31. 2022

걷다 보면 그냥 알게 되는 스토리텔링 여수

오동도와  자산공원

여수는 이제 여행의 핫플레이스 되었다. 여름방학이 막 시작되어서 그런지 6월 말의 여수에는 젊은 여행객으로 넘쳐난다. 북적이는 낭만포차 거리는 코로나 이전을 회복한 듯하다. 늦은 금요일 오후에 서울에서 여수 엑스포행 ktx를 타고 여수에 도착하자 벌써 해가 꼬리를 감추고 있다. 얼른 간단한 저녁을 먹고 어스름이 내리는 오동도를 향한다. 땅거미가 내리고 있지만 의외로 오동도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꽤 있다. 오백 미터가 넘는 오동도 방파제 길을 걸어서 오동도로 들어가는데 바다에 떠 있는 관광선에서 불꽃놀이를 한다. 나를 반기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가는 사람이 모두 불꽃놀이를 쳐다본다. 방파제 길 끝에 다다르니 몇 마리의 귀여운 고양이들이 인기다. 사람과 친숙한 지 재롱을 부린다. 이 고양이들은 오동도의 명물이 된듯하다. 반시계 방향으로 오동도 둘레길에 들어서니 아름들이 동백나무가 가득하다. 동백나무 그늘에 털머위가 지천이다. 털머위는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기후가 맞는지 오동도에도 많이 서식한다. 


[그림 1] 오동도 초입의 냥냥이. 고양이가 사람 손을 타서 도망가지도 않고, 관광객들이 귀여워해 주면 애교를 부린다.



   약한 바다 안개에 비친 가로등의 운치는 비할 바가 없다. 오동나무 틈새로 곰솔, 후박나무, 팽나무가 큰 키를 자랑한다. 어두워지는 밤이라 내가 좋아하는 나무들을 더 자세히 볼 수 없어서 아쉽다. 오동도를 거의 한 바퀴 도니 외항 방파제 길이 보인다. 예전에 왔을 때 가보지 못했으니 어두워도 방파제 길을 걸어본다. 마치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다. 아래를 처다 보니 테트라포드로 막아 방파제를 만들고 그 위에 기둥을 세워서 방파제 길을 만들어 놓았다. 방파제 외항 넘어 검은 물결이 밀려오지만, 여수와 해남도 사이에 정박해 있는 큰 배의 불빛이 여수 바다 위를 가득 채우고 있다. 


    밤에는 오동도를 자세히 볼 수 없어서 다음 날 아침 6시에 아침 운동 삼아 오동도에 다시 들어갔다. 아침 6시인데도 벌써 오동도에서 나오는 사람이 제법 있고, 오동도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꽤 있다. 어제저녁에 어두워 잘 보지 못했던 털머위는 동백나무 아래에서 너무 싱그럽게 자라고 있다. 아직 꽃이 필 시기가 아니어서 노랑꽃은 볼 수 없다. 털머위는 우리나라가 원산지란다. 주로 제주와 남해안 해안가에서 자생하는데 요즘은 기후변화를 남부 내륙에서도 볼 수 있단다. 남부지방이 따듯해서 팔손이 나무와 같은 난대성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나는 꽃과 식물을 좋아하는 성격 때문에 걸음을 자꾸 멈춘다. 내가 물리학자가 되지 않았으면 생태 분류학이나 역사학을 공부했을 것이다. 오동도는 동백나무 외에도 남부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 나무와 풀이 많아서 발걸음이 계속 멈춘다. 동백섬 오동도에 오동나무가 많은 것은 당연하지만 중부지방에서 볼 수 없는 식생을 볼 수 있다. 예덕나무는 노란 꽃을 피우고 있고 광나무는 흰색 꽃을 피우고 있다. 다양한 식물들이 개화시기를 달리해서 적응하고 있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한다.

[그림 2] 오동도의 식물들. 왼쪽 상단: 예덕나무, 우측: 광나무, 좌측 하단: 털머위와 팔손이나무. 



    오동도는 동백나무 외에 다양한 수종의 나무가 자라로 있다. 큰 키를 자랑하는 팽나무는 위풍당당하게 자리 잡고 서 있다. 큰 나무 밑에 조금이라도 틈새가 있으면 빛을 받기 위해서 키 작은 나무들이 몸을 비비 꼬며 자라고 있다. 집 근처에서 볼 수 없는 커다란 보리수나무가 가지를 펴고 서 있다. 다닷바람을 견딘 나무들은 자신의 몸이 비틀어지고 꼬여도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무들의 모습은 사람들의 내면을 닮아있는 것 같다. 


[그림 3] 우거진 오동도 숲은 다양한 나무들로 가득하다. 오동나무 외에도 덩굴식물, 팽나무, 보리수나무 등이 산재해 있다. 


    여수에 오면 오동도는 필수코스로 방문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자산공원을 둘러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여수 해상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여수 앞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전부다. 오늘은 일부러 시간을 내어 자산공원을 둘러보았다. 가끔 마을 사람들이 운동하러 지나갈 뿐이다. 자산공원도 오동도처럼 나무들이 덮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나무가 후박나무이다. 아름들이 후박나무에 초록색, 검은색 열매가 달려있다. 많은 열매가 떨어져 나가고 몇 개만 남아있다. 이순신 장군 동상에 도달했는데 공사 중이고 코로나로 폐쇄되어 있다. 다시 시계 방향으로 공원을 돌아본다. 머리 위로 해상 케이블카가 휙휙 지나간다. 자산공원은 크기가 크지 않아 쉽게 둘러볼 수 있다. 자산공원길을 따라서 마을길을 따라 낭만포차 거리 쪽을 향해서 걷는다. 일부러 작은 마을 골목길에 들어선다. 골목길 입구에 커다란 석류나무에 꽃이 한창이다. 붉은 꽃과 노란 꽃이 같이 피어 있어 특이하다. 가을이 되면 많은 석류가 주렁주렁 열릴 것이다. 1970년대에는 석류나무가 있는 집이 귀했다. 석류가 익어 벌여져 속살을 드러내면 마을 아이들은 군침을 흘렸다. 골목길을 조금 더 내려오니 비파나무에 노란 비파 열매가 달려있다. 중부 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노란 열매가 많이도 열려 있다. 나도 남도에서 자랐지만 고향에서 비파나무를 본 적이 없는데 여수에서 만날 수 있다. 열매가 여기저기 길바닥에 떨어져 있어도 주워가는 사람이 없다. 비파 열매는 맛도 좋다고 하는데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은 후미진 골목에서 자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고향 마을에서 유실수가 있으면 아이들 손이 닿는 곳의 열매는 익기도 전에 모두 없어졌는데 이제 인구가 많이 줄어들어서 그런 풍경을 볼 수 없다. 


[그림 4] 자산공원과 인근에서 만난 꽃과 나무. 후박나무와 비파나무가 이국적 정취를 더한다. 연탄재 사이에서 핀 접시꽃 당신은 애처롭다. 좌상단: 석류나무, 비파나무, 오른쪽: 접시꽃, 좌하: 후박나무


    1970~1980년대 도시의 변두리 마을의 연료는 대개 연탄이었다. 그래서 연탄재는 흔했고 마을 공터의 여기저기에 버려져 있었다. 겨울에 길에 얼음이 얼면 연탄재를 깨뜨려 놓으면 걸어 다니기 좋았다. 요즘은 연탄을 사용하는 집이 많지 않다. 코로나가 일어나기 전 늦가을에 우리 학교 대학생들과 연탄배달을 했는데 아직 인천의 원도심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집이 꽤 있다.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는 원도심의 작은 골목길을 연탄 몇 장을 지고 배달했다. 요즘 대학생들도 연탄을 거의 볼 수 없었을 텐데 열심히 배달한다. 우리 세대의 모습이 아직도 원도심에 남아 있는 것이 안타깝다. 여수의 자산공원 아래 마을의 공터에 연탄재들이 더러 버려져 있고 그 사이에서 접시꽃이 애처롭게 꽃을 한 장 달고 있다. 이 모습을 보고 한동안 내 소년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여 한동안 넋을 놓고 광경은 머릿속에 담는다. 여수는 무척 애착이 가는 도시이다. 여수를 올 때마다 남도의 새로운 풍경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도시다. 다음에 여수에 오면 또 어떤 광경을 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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