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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센트럴파크엔 있고, 한국 센트럴파크엔 없는 것.

명동에 있는 그라운드시소에서 "One step away"라는 제목의 사진전을 봤다. 이경준 작가는 뉴욕에 거주하는 한국인 포토그래퍼로서 뉴욕의 풍경과 그 안에 자연스럽게 묻어있는 뉴욕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의 사진 작품 중 많은 것들이 뉴요커들이 공원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을 담고 있다. 단편적인 이미지지만 나는 그의 그런 작품들이 우리가 뉴요커라고 부르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잘 묘사했다고 생각한다. 도시의 사람들은 하루종일 어디론가 바쁘게 이동하지만, 공원에서만큼은 잠시 앉아 햇빛을 쏘이고, 책을 읽거나 사색에 잠긴다. 그리고 그 잠깐의 충전으로 또다시 일상을 살아간다. 


한국에도 뉴욕처럼 많은 중앙(센트럴) 공원들이 있다. 심지어 이름까지 연트럴파크, 공트럴파크 등 미국의 그것 이름을 그대로 땄다. 최근 지인들과 실제로 처음 연남동의 연트럴파크에 가보았다. 겨울의 밤이라 한산했다. "그럼 여기서 사람들이 막 테닝도 하고 그래?"하고 지인에게 물었더니 "이 사람 진짜 캐나다에서 왔네"하면서 웃어댔다. 


뉴욕 센트럴파크의 평화로운 풍경들 2016 Photo by Part-time Artis


한국에도 좋은 공원들이 많이 생기고 있지만, 아직 뉴욕 센트럴파크엔 있고, 한국의 센트럴파크엔 없는 것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에 하나가 '자기애'다. 도심공원은 말 그대로 도시 안에 있는 녹지 공간이다. 그러니까 뉴욕 센트럴 파크는 입구는 도시의 빌딩숲에서 진짜 자연의 숲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도시의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러 가는 도피처이며, 특이 이곳에서 자기와의 대화를 많이 나눈다. 동양의 종교나 고전 철학은 '자기애'를 이기주의 비슷한 것으로 매도하기도 한다. 자기보다 사회가 더 중요하고 자기에 대한 욕망이 악의 뿌리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갈수록 더 복잡해지고 세분화되고 있어 다양한 경로로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그럴 때 스스로를 잡아주는 자기애가 없다면 어디론가 쉽게 휩쓸려버리고 만다. 이경준 작가가 촬영한 뉴욕의 공원들 풍경을 보면 사진 속 뉴요커들이 공원에서 머무는 시간 동안 얼마나 자기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내는지 느낄 수 있다. 


2016 Photo by Part-time Artis


나도 캐나다 살 때부터 공원을 걷거나, 자전거 타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오히려 더 좋았다. 그런 생각을 나만 하는 게 아닌지, 밤새 눈이 내린 다음날 몬트리올 도시 한가운데 있는 몽로열산(Mount Royal)에 아무리 새벽 일찍 올라도 처음으로 내 발자국을 세기는 일이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려웠다. 혼자 도심 공원의 숲 속을 걸을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나는 이 혼자 하는 '생각'이 나 자신과 나누는 대화라고 생각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많은 업무사이에서 코너에 몰려 급하게 사고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실수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릴 때가 있다. 혼자 걷는 시간에는 그런 것들을 복기하며 정리하고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때로는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기도 한다. 새로 쓰고 싶은 글의 아이디어가 되기도 하고, 새로운 여행이나 취미의 근간이 되기도 한다. 그런 작은 시간들이 모여 '나(my self)'가 '정의'되고는 한다. 


한국의 공원은 시각적인 것에만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보기엔 너무 그럴싸하지만, 정작 공원이라고 하기엔 자연 자체가 너무 없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공원들은 그 공원을 조성할 때 그곳에 원래 자라던 나무들을 그대로 보존하고 공원을 조성하는 경우가 많다. 그곳에 살고 있는 야생 동물들도 생각해야 한다. 심지어 주택지를 건설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100년이 넘은 나무들이 도시 안에도 수두룩하다. 이 나무들은 말 그대로 도시 '숲'을 연출하는데, 도시 사람들에게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봄에는 꽃을 가을에는 단풍을 선물한다.


한국의 센트럴파크에는 결국 자기애뿐만 아니라 애향심도 없고, 자연 그대로를 사랑하는 마음도 없다. '핫플', 일명 사람들에게 핫하다는 장소들을 찾아다니면서 인증샷을 찍는 일에 시간을 너무 허비하다가는 정작 더 소중한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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