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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고혈압으로 쓰러지지 않는 비법

헤비급 '고래'가 헤엄칠 때 뇌 손상을 입지 않는 이유는?

달리기를 시작하다.


작년 10월 중순부터 취미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초반 한 달까지는 1분도 헉헉거리며 간신히 달렸다. 하지만, 지금은 쉬지 않고 1시간 정도 뛸 수 있다.

10km 마라톤 2회 완주

약 6개월 이상 달렸음에도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은 바로 '심장과 머리가 터질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이는 나의 체중이 늘어날수록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지구에서 가장 무거운 고래는 괜찮을까?

그렇다면 바닷속에 있는 울트라 헤비급 '고래'는 헤엄칠 때 괜찮을까?

대왕고래 @unsplash

대왕고래는 지구 역사상 가장 크고 무거운 동물이다. 평균 몸길이는 25m로 아파트 10층 높이며, 몸무게는 평균 130톤 정도로 코끼리 약 26마리의 무게이다. 또한, 심장은 무려 경차 크기랑 맞먹고 성인 남성 3명도 들어갈 수 있다.


이런 뚱뚱한 대왕고래가 맘먹고 열심히 헤엄치면 최대 40km/h까지 나아갈 수 있다. 나의 달리기 속력인 10km/h (10km를 달릴 때 약 1시간이 걸린다.)에 비해 대왕고래가 4배나 빠르다.

@pexels

내 몸무게보다 2,167배(?) 무거운 고래가 빠르게 헤엄치면서도 고혈압에 걸리지 않고 100년 이상 사는 장수 동물인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2022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로버트 새드윅 교수팀이 밝혔다.

인용 논문
고래의 생존 비법, '경이로운 혈관'

모든 포유류의 혈압은 정맥보다 동맥이 크다. 동맥은 높은 혈압으로 심장에서 펌핑되어 나와 산소가 풍부한 혈액을 온몸으로 보내주며, 정맥을 통해 다시 심장으로 모인다.


격렬한 운동을 하게 되면, 혈액이 급작스레 이동하여 뇌로 쏠리게 된다. 뇌로 들어가는 혈액과 뇌로 나가는 혈액의 압력 차이가 커지면 뇌 손상이 유발된다.

@pixabay

육상 동물들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혈압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바다에 사는 포유류인 고래는 물속에서 숨을 참은 채로 헤엄치므로 호흡으로 혈압을 정상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고혈압으로 인한 뇌 손상을 입지 않는 이유는 바로 고래의 뇌와 척추를 감싸고 있는 특별한 혈관 시스템 덕분이다. 이 혈관의 이름은 '경이로운 그물(wonderful net)'이라고도 불리는 괴망(Retina mibrailia)이며, 이것이 고래의 혈압이 요동치는 것을 막아준다.


연구진은 11종 고래의 생체역학적 특성을 반영하여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헤엄치는 고래의 혈압을 분석했다. 모든 고래는 꼬리를 위아래로 움직여 헤엄치는데, 이 과정에서 꼬리에서 뇌로 피가 쏠리게 된다.


실험 결과, 그물 구조의 혈관 시스템 덕분에 동맥에서 뇌로 들어가는 혈액이 주변 정맥으로 분산되어 혈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맥박 자체를 감소시키기보단 뇌로 들어가고 나가는 혈압을 비슷하게 유지하여 압력 차이를 없애는 것이다.

@pixabay

또 다른 바다의 대표 포유류인 기각류(물개, 바다사자, 바다코끼리 등)는 이러한 괴망이 없다. 그 이유는 이들은 고래와 달리 몸을 좌우로 흔들며 이동하기 때문에 뇌로 혈압이 몰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연구는 살아있는 고래에 분석 장비를 넣어 고래의 혈압과 뇌 혈류를 직접 측정하진 않았다. 하지만, 가상 실험의 결과로 괴망이 고래의 빠른 헤엄으로 유발할 수 있는 신체적 손상을 90% 이상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였다.


연구진은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이고, 어떻게 생존하고 살아가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생물학에서 굉장히 매혹적인 일이다."


인용논문

M.A.Lillie et al., Science, 337, 1452-145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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