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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유 Aug 05. 2022

고독 : 孤獨

그대들은 고독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인가요?



-고독과 대화할수록 풍요로워진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여러 주파수들이 내곁에 공존하는 것을 느낄 때가 빈번하다.

산책을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길을가다가도 볼일을 보다가도 대화를 친구랑하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심지어. 잠을 잘 때도말이다.

어찌보면 나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존재는 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문득했다. 금방 내 피부에 스쳐지나가는 시원한바람처럼 말이다.

행복 슬픔 불안함 기쁨 즐거움 우울 외로움  등등..  여러 잡음들과 주파수들이 뒤섞여 공존하기 때문에 나와의 대화가 생소하기도 어색하기도하다.

학창시절을 졸업하고 첫 증명사진을 찍을 때 희미하게 웃던 나의 어색한 모습처럼 처음엔 대화를 잘 걸어주지도 받아주지도 대답을 하지 않았고,

나의 대화를 묵살시키기도, 감정을 써내려가더라도 금방 빗물에 지워지기도했지만 그럼에도 비약적이지만 빗물에 지워지더라도 남은 조금의 ‘흔적’을 보았을 땐 뿌듯하기도했다


왜 뿌듯한가? 에 대한 질문을 하염없이 하고 쏟아내다보니 느낀 것이 하나 있다.

고독할 때 생긴 깊은 골짜기에 물이 담기듯이 나의 생각과 감정들이 담기기 시작하면서 남들과 다른 사람이 되는,그리고 매력있는 사람이 되는 방법이며 고독할 때 무엇을 하는가가 ‘나’라는 사람을 설명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경우를 이야기하자면

내가 아무런 소속이 되어있지 않을 때. (22살부터 25살까지 사회생활을 빨리 시작하여 그 사이 빈틈 없이 살아오다가 5개월가량 쉬게 된 시기가 있다.) 그 때야말로 나와의 대화를 통하여 나의 고독을 관찰하고  돌아보며 내 삶에 중심축[中心軸]은 잘 구축[構築]이 되었는지 축[軸] 주위 복잡한 환경들에 의해서 흔들리거나 무너질 일은 없는지. 축 주위의 살들은 잘 붙혀졌는지. 상처가 나서 시선을 자주 주어야하는 곳은 없는지를 말이다.

무엇보다도 고독이 밀려와도 슬프거나 우울해지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독할수록 풍요로워진다는 것을 내 스스로가 어느정도는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는지, 앞으로는 얼마만큼 더 나아갈 수 있을지

내가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이 감정이 앞으로 얼마만큼 나를 더 힘들게할지 또는 기쁘게할지 혹은 또 다른 감정을 휘몰아치게 할지.

지금까지의 그린 그림들은 만족하는지,  혹은 여기서 얼마만큼 더 색칠해야하는지.

지금 어느정도의 터널을 지나왔으며, 얼마만큼의 터널이 남았는지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파이프 속에 내가 있고 내 옆에는 항상 고독이 ‘동행’해줬다.

이 글을 쓰는 이 시점에 내가 느낀것은 단 하나이다.‘고독할 때 얻은 것들, 깨달은 것들이 나에겐 너무나도 소중한 보물과도 같다.’

‘고독속에 너를 다 쏟아부어라 용광로처럼’

고독속에 너의 모든 것들을 쏟아붓고 용광로처럼, 그리고 넌 그 용광로에서 나올 땐 아주아주 견고한 ‘태[態]’를 가진 사람이 되어있을거야. 마치 아름다운 크리스탈잔처럼,고귀한 자태를 뽐내는 도자기처럼말이야.

그렇다면 어떻게하면 고독과 어색하지 않게 대화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도 계실거라 생각한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내가 경험한 것들이 조금이나마 고독과 마주하는데 나침반의 역할이라도 되었으면한다.혹은 약간의 타당성을 갖기를 바란다.


고독을 마주하고 본인의 감정과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책을 읽고 느낀 생각을 메모장에 조금이나마 활자로 남기는 것과 아주 비슷한 행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너무 많은 잡음과 생각들이 한곳에 줄기세포처럼 뒤엉켜 생각의 끈을 매듭지으려해도 쉽지가 않다 .머리에 나사가 조여오는 듯한 기분.

충분한 공간을 부여하고 생각이 순환할 수 있어야하는데 잡음들이 그 공간 사이사이를 채우고 있어 쉽지가 않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우선 잡음들과 나의 고독을 구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작은 ‘기록’이었다.




첫번째: 무엇이 됐든 좋습니다. 무엇이든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세요.


‘무형의 생각’을 눈에 보이는 ‘어떠한 형태’로 치환하는 것만큼 예술적인 가치를 지닌 분야가 또 있을까. 그래서 우린 늘 사람의 감정을 정의내리려하고 타인의 감정을 읽고 나와 같기를 바라는 마음에. 타인을 내 자신에 대입하고 개입 시키고. 공감하고, 어긋나고,  또 마모되면서 맞춰나가는것이 아닐까. 마찬가지로 내 생각을 내가 ‘인지’하고 글로 치환하는 과정은 하나의 곡을 써 내려간다고 생각한다. 88개의 건반이 서로 다른 음들을 찍으며 조화로운 운율과 박자, 감정을 구축하듯이 글자 하나하나가 모여 반주가되고 그 사람은 지휘자가 된다.

처음부터 생각을 글로 나열하고, 나의 감정을 스스로 나열하고 화음을 하나하나 쌓아온 것은 아니다. 애초에 책과 글에 대해 아는 것 또한 없었을 뿐더러, 별생각이 없었다.

그렇다면 나의 글 쓰기의 시작은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참으로 재밌기도 신기하기도 인생은 정말 사소한 행동들로 인하여 많은것들이 격변한다는 것을 느꼈다.

글을 쓴다는 것. 그 시작은 다이어리에 기록했던 가게부가 시작이었다.


-나의 시작은 일기.기록.메모.

 다이어리에 당일 지출 내역을 기록한 것이 시작이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우리 삶의 중요했던 순간들은 정말 사소했던 것들이 시작점이었던 일들이 많았다고 느껴진다. 그 때 메일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그 때 전화를 받지 않았더라면, 그 때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때 우리가 어긋났더라면,

그 때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군시절 때  다이어리를 쓰지 않았더라면’ 내 삶은 지금과 대척점의 삶이 진행 됐을거라고 확신한다.

나는 군시절 PX에서 음료수 한캔을 구매하려는데 잔액부족이 뜬 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충격이 적잖히 컸나보다. 하긴 PX에서 음료수 한캔을 구매해본 성인남성이라면 다들 알 것이다 가격이 얼마정도인지는. 근데 그런 가격을 결제할 금액이 없었다는 것이 내 자신에게 큰 충격이었겠지. 그 때 이후로 나는 가계부를 적기 시작했다.

매일매일의 지출내용,잔액을 기록하고 매달 조율하면서 소비를했고 이 습관이 매일.매주, 매달 매년 발전되면서(내가 이전에 언급했던 루틴이란 안주가 아닌 발전이라는 말 기억하는가? 이런 부분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다이어리에 계획을 짜고 할일을 기록하고 일기를 쓰고 나의 생각과 사유를 매마른 큰 호수에 빗물을 담듯이 메모장에 담아냈다.

지금은 내 곁에 없으면 불안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내 곁에 그 때의 형태,감정,생각이 그대로 남을 수 있게 기록을 해두자. 생각의 호수속에 잘 담아두었다가 시간이 흘러서 필요한 순간이 올 때 언제든지 꺼내 마실 수 있게 말이다.

나에게 있어 글이란 그리고 기록이란 무한한 자기복기와 디테일의 총량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내 인생에 있어 하나의 중요한 ‘중심축’ 역할을 자처했다. 마치 하늘 정 가운데에 언제나 떠있는 북극성처럼.

그래서 나는 공허할 때, 고독이 밀려와 파도가 나를 집어삼킬 거 같아 내가 잠식 될  땐.

항상 메모장을 켜고 펜을들고 글을 써내려갔다. 무언가 마음에 거슬리는 일, 걱정되는 사건, 안되면 어떡하지? 실패하면 어떡하지? 이번에 하는 이 선택이 -과연 맞는걸까- 와 같은 믿음이 부족해질 때, 두려워질 때, 불안해질 때, 공허해질 때마다 나는 항상 내가 그리던 북극성을 떠올렸다.

그러니 무슨 일이 있거나 헷갈리는 일이 와도 그냥 그저 머리 ‘위’를 올려다보면 내가 지금 서 있는 위치며 나아가야할 방향이 너무나도 선명이 보였다.

만일 그런 나만의 ‘중심축’이 없었다면 아마도 나는 여전히 앞으로도 이곳저곳을 헤매겠지

.

.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우리 삶의 중요했던 순간들은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정말 사소했던 것들이 시작점이었던 일들이 많았다고 느껴진다.’

모든 일들은 하나,  찾아왔다가 떠나가기도 지나가기도, 무언가에 의해서 이어지기도 끊어지기도했지만 나의 삶은  ‘다행히도’  좋은 방향으로 길이 열렸다. 지속적으로

.

.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된 것들

-하루키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김경 :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

-개리 비숍 : 시작의 기술

-유튜버 이연님의 영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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