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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을 파는 잡화상 Jun 19. 2024

철근 한 송이


아파트 화단과 맞닿은 보도블록 경계선에 잡초와 뒤엉켜

척추를 곧게 편 철근 한 마리


습기와 햇살, 별을 품고

잡초와 뒹굴며 문신을 새긴다

콘크리트에 수감돼

주물러지고

휘어질 몸이라면 녹슬지 않았으리

수직으로

수평으로

오로지 일직선상으로

사각의 철창을 조립해 무한의 공간을 나누어

비명들을 가두고   

아파트 정수리와 발등을 단번에 내리꽂은

창으로

옆구리 옆 옆구리 옆

옆구리와 옆구리를 꿰뚫고

세상의 모든 형상들을 물고 뜯고

잡고 늘어져 울끈불끈

오로지 곧은길로만 한길로만 관통하려는

거푸집을 불사르며

달이 뜨고 지고

해가 뜨고 지고

비바람의 날들을 지나 파릇파릇

움이 트고 달궈진 여름을 지나

가지런한 척추에 검붉은 녹 꽃이 만개한  

철근 한 송이

138억 년을 거슬러, 흙으로 물로

공기로 바람 속의 먼지로

은하수 저 편을 향해 천천히

유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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