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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을 파는 잡화상 Sep 19. 2024

거미줄, 퀼트




그들은 허공에서도 의연했다. 


아득한 높이에 집을 짓고

벼랑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날마다 바람을 단단히 붙들어 매 두었다

살아남아야 한다, 반드시.

결심할수록

허공은 매일 자라는 각오만큼

깊어졌고 

절벽을 깎아 내렸다

발끝에 매달려 있는 까마득한 벼랑

그곳에서 발굴된 

미래문명의 화석인 

바람의 암각화 속

아이들은 고치로 매달려 

그네를 타고 허공을 가르고 

함성을 내지른다. 밥그릇을 걷어차지 마세요.

아우성 칠 자격 충분하지 않나요?

하늘의 은총이 아니라

체불임금과

일할 자유가 필요하다고

지상에서 거둬들인 계절을 누리도록

문을 열어둬야 한다고

쾅쾅,


가파른 타워크레인이

태풍의 반경에 들었다는 뉴스가

파문을 일으키자

거미줄의 거미들은 

저마다 응원의 말을 뜨기 시작했다. 

퀼트, 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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