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노트
기록의 핵심은 100개의 기록이 만들어졌으면 중요한 10개만 보관한다는 것. 이것중에 제일 유용한 것을 골라서 그것을 활용하는 것인데 이것을 ‘평가 appraising 해서 선별 selecting 한다’고 말한다. 기록은 곧 요약이고, 기록한다는 것은 요약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다.
기록형 인간은 경험 기억의 전체를 담는 동시에 그것의 대표격에 해당되는 단어 몇 개를 기록으로 남긴다. 이것들이 오랜 시간 누적되면 자기의 이야기와 글, 강의 그리고 사상이 된다. 단순히 기록하는 것 자체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자신에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기록을 만들어 내는 게 진정한 기록의 출발이다. 기억의 대체 수단으로 기록을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기록하는 일이 주는 직접적인 효용은 사실 기억이 아니라 ‘집중’이다. 쓰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억하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답은 요약과 집중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요약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먼저 이렇게 시작해 보자. 무엇이 되었든 키워드 2개만 메모하는 것이다. 유튜브이던 두꺼운 책을 읽든 얇은 책을 읽든 마찬가지다. 핵심만 찾아서 조금만 메모하라. 이것이 올바른 메모법을 실천하는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이다. 챕터를 요약할 때 A4 용지 기준으로 반쪽을 넘지 말자. 서너 챕터를 읽고 요약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내가 무엇을 읽었는지 큰 맥락이 명확하게 잡힌다. 책 한 권을 읽으면 A4 3장 이내 메모가 적당하다.
책을 읽는데 6시간이 걸린다고 하면, 메모하는 데 1시간 소요 정도가 가치 있다. 읽는 거보다 쓰는데 시간을 더 할애한다면 메모가 필요 없다. 기록은 하다 보면 무조건 실력이 는다. 그것이 기록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자기화한 것만 이해할 수 있다. 학문의 세계는 여러 사람의 자기화를 통해 성장한다. 다시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한 것을 가져와서 거기에다가 내 생각을 10퍼센트쯤 얹는 게 학문의 방법이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새로운 지식이나 깨달음 등을 놓치지 말고 키워드로 메모해 두자. 메모해 둔 것을 토대로 나의 이야기를 덧붙이자. 이 원칙을 기억하며 말과 글로 표현한다면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자기화하는 최고의 방법
관심이 가는 장이나 절부터 읽기 시작한다.
내용을 문단별로 읽어 내려갈 때도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기억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건너뛰어도 된다)
읽으면서 중요 키워드는 동그라미를 하고, 그중 더 중요한 맥락은 줄을 긋자. 이때도 읽는 동시에 바로 표시하는 게 아니라 몇 쪽을 읽고 맥락을 파악한 뒤에 표시하는 것이 좋다. 메모는 노트에 해도 되고 책 여백에 해도 된다. 자기화를 통해 한번 거르고 내 지식으로 만들고 싶은 것만 메모하면 된다. 짜깁기는 베껴 쓴 것을 그대로 편집하는 것이다. 반면 요약은 같은 내용이더라도 키워드만 적어 자기식으로 편집하는 것을 말한다. 책을 읽고 기록을 할 때 짜깁기가 아니라 요약으로 남겨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오독에 대한 두려움을 버려라. 정작 저자의 의도보다 중요한 것은 책을 읽으면서 담긴 서사를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기 때문에 그 책은 내 머릿속에 언제고 존재할 것이다.
김정운 작가는 인간의 주체적인 편집 행위를 에디톨로지(editology)로 명명했다. 그 표현이 가장 적적하게 잘 표현된 것이 유시민 작가의「거꾸로 읽는 세계사」다. 유시민 작가는 ‘세계사와 관련해 내가 읽은 책을 요약하고 종합했다’고 설명했다. 요약을 적절하게 활용된 예라고 생각한다. 요약을 할 때는 나의 생각, 나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요약을 끝낸 다음에는 정리 노트로 다시 간략하게 옮겨보자. 요약해 놓은 노트를 가끔 훑어보면서 다시 한번 연상해 보는 것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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