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독서 아웃풋
좋은 책을 만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솔직히 말해서 없다. 그럼 좋은 책을 어떻게 정의를 내린다는 것조차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식의 대가’들이 좋다고 느끼는 책과 내가 좋다고 느끼는 책이 같을 리 없으며 구한말에 살았던 사람들이 좋았던 책과 21세기에 사는 어른이 좋다고 느끼는 책은 또 다를 것이다.
책과 관계를 맺는 방법에는 왕도가 없다. 스스로가 습관화될 때까지는 일종의 강제도 필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아침 독서’라는 시간을 별도로 빼내어 10분 정도만 할애해 보자. 10분의 시간이라면 책을 좋아하지 않거나 독서 습관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도 크게 힘들지는 않을 일이다. 반강제로 책을 읽는 구조를 스스로 제공한다면 책에 대한 거부감도 사라지고 그것을 계기로 독서 습관이 몸에 밸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을 습관화하려면 처음에는 반강제적으로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일화를 들자면 올해 들면서 1년 정도 ‘독서 모임’을 진행하려고 한다. 순전히 책 읽기가 몸에 배지 않은 동생에게 ‘책의 맛’ 혹은 ‘독서의 기쁨’을 알게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첫 달은 둘이서만 하기로 하고 매주 금요일 밤에 진행하였다. 강제적으로 맡은 부분을 읽고 메모하기 시작하더니 횟수가 거듭되니 읽는 것이 곤혹 정도는 아닌 상태가 되었나 보다. 아마 강제적으로 시작했지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모양이다. 다음 달 책을 선정해서 내게 통보했다. 열두 달 중 한 달이지만 절반의 성공을 한 셈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풍요로운 표정을 짓고 읽는다. 조용히 읽고 있어도 그 파동은 확실하게 주변으로 퍼져 나간다. 아침 출근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버스 안에서 혹은 택시 안에서 단 10분 간이라도 좋으니 책을 읽고 있는 왠지 시선이 가는 여성의 흉내를 내보자.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의 책으로 충분하다. ‘10분 독서’를 20분으로 늘려도 좋고 아침이나 저녁도 괜찮다. 독서 시간이 짧긴 하지만 책 읽는 속도가 아무리 느리더라도 몇 권의 책을 연간 읽을 수 있을게 분명하다. 주말에는 산책 삼아 카페가 있는 도서관에 가 보자. 최근에는 북카페가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커피를 마시며 책을 뒤적거려 보는 것은 어떤가. 그러다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다. 책 읽는 사람들 틈에 몸을 맡겨 거기서 발산되는 파동을 느껴 보자. 그것만으로도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전염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순히 책을 읽고 인풋 한다고 해서 독서 습관이 몸에 배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웃풋의 전제가 없는 인풋으로는 도중에 긴장이 풀리고 무엇보다 지루하다. 그저 눈으로만 글자를 쫓기만 했으면서 읽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목적이나 목표가 없는 독서는 그 행위의 의미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책을 그저 읽기만 하는 것으로 끝내면 습관이 이어지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책 읽기가 좀 더 즐거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출구가 보일까? 흔히 기억하는 뇌는 머리고 기록하는 뇌는 손이라는 표현을 자주 접한다.
필자는 아웃풋의 하나로 ‘책 읽기 독서 모임’을 소개하고 싶다. 독서 모임은 필사 모임도 있으며 더러는 독서 모임을 매개로 글을 쓰기도 한다. 고전을 읽는 모임도 있고, 시집을 읽는 모임도 있다. 다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아웃풋이 중요한 이유는 책을 읽고 그것을 ‘자신의 의견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성공 체험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책을 읽고 어떤 감상이 떠올랐다고 해도 그것은 한낱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의 의견’이란 쓰고 말하기를 반복하는 사이에 점차 강고하게 진화한다. 그것이 간단한 메모 형태가 되더라도 분명 의미 있는 기록이라 생각한다. 좀 더 발전하여 인쇄물의 형태를 갖추고 피드백이 되면 한층 날이 선다. 의견은 반복해서 듣지 않으면 논리가 서지 않는다. 또한 몇 번이고 글을 쓰면 쓸수록 논리적인 정합성이 깊어진다. 읽고 쓰고 듣고 또 읽고 쓰고 듣고를 반복함으로써 마침내 ‘의견’으로 결실을 보게 된다.
책을 읽고 말하다 보면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이나 다양한 경험으로 알아낸 견해지만, 다양하게 읽고 여러 채널을 통해 아웃풋을 경험하다 보면 차츰 ‘자신만의 의견’이 만들어진다. 독서를 통해 견고하게 형성된 자신만의 생각을 기록하고 말하고 의견을 나누는 행동들이 반복된다면 우리가 ‘책을 읽는 사람만이 가지는 힘’에 구체적으로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책을 읽고 심금을 울린 한마디를 메모하거나 주변에 감상을 말하거나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자신의 SNS에 자신이 추천하는 책에 대한 글을 써서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자신만의 언어를 사용해 의견을 피력하면 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독서가 더욱 즐겁고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