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우울증 치료일기 <15>
이전의 블로그에서 이어지는 일기입니다.
혹시나 이전의 증상이 궁금하신 분들은 글 마지막에 있는 링크를 봐주세요.
그간 어떻게 지내셨어요?
"그간 어떻게 지내셨어요?"
진료실을 들어가면 선생님이 항상 해주시는 말이다. 3년 넘게 들어가는 진료실은 매번 크게 달라지는 것 없이 고요하다. 어느 때와 다름없이 나는 또 이야기한다. 이번에는 잠을 어떻게 잤고요, 집중력은 어떻게 개선되었고요. 식욕은 어떻고요...
마지막 일기를 쓴 게 작년 3월 말. 내가 휴직에 들어가기 한 달 정도 전이다. 나는 나도 모르는 새에 가장 아끼게 되었던 지인을 잃고, 고양이를 떠나보냈고 일이 너무 바빴다.
처음에 병원에 간 날이 생각났다. 2015년 크리스마스에 아직도 어딘가에 남아 있는 사람과 이별하고 나를 가장 아껴주셨던 외할머니를 떠나보냈고 연구실선배한테는 심한 인격모독을 당했다. 집에서는 또 큰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장학금 때문에 공부를 했고 시험을 봤고 프로젝트를 하고 근로장학생 업무를 했다. 그리고 내가 아닌 후배들을 다독이며 챙겨야 했다. 그때의 어느 날인가 양치하다 바라본 거울에서 울고 있던 나를 발견한 건 아주 신선한 충격이었다. 두 번은 없을 경험. 그냥 대학생일 뿐인 나에게는 너무 큰 상처들이었던 일들의 연속. 바쁘게 지내면 그것도 다 잊히니 일을 계속 벌렸다. 그리고 한계에 도달해서 너무 힘들다고 하자 그때 만났던 남자친구한테 들었던 말은 아직도 상처다. '네가 그렇게 일을 벌여놨잖아.' 이 일을 터놓았을 때 선생님은 차분하게 이야기하셨다. '감정을 그렇게 막아두면 안 된다.'라고. 그저 흘려보내라고 충분히 그 기분과 감정과 내 상태를 느끼라고 하셨다. 이번에는 정말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는 데 결국 잘 안되었고 그게 신체적인 반응으로 나타났다. 순간순간 필름이 끊기는 상황이 반복되었고 이러다 출근하다가 쓰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은 바빴고 내가 빠지면 당장의 공백을 맞닥뜨릴 팀원들이 신경 쓰였다.
선생님이 몇 번인가 휴직 권유를 해주실 때, 결국 저질렀다. 진단서를 요청하고 상사에게 면담을 요구하고 한 달 반의 휴직을 승인받았다. 휴직하는 한 달 반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 고민한 것들을 토대로 많은 결정을 작년 말에 내렸다. 오랜 연애를 정리했고 나 스스로를 아슬아슬하게 매달아 놓기도 하고 스스로를 탐구하는 일을 반복했다. 그리고 몰랐던 나를 발견하고 스스로에 대해 다시 정의해 나갔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나 스스로의 존재의의를 찾아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늘 있던 부작용과 늘 있던 증상들이 익숙해질 때쯤 다시 수면장애가 시작되었다. 두세 시에 잠에서 깨고 다시 잠들 것을 알면서 다시 눈을 감는다. 이제는 이 증상이 내가 불안할 때마다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갑자기 만들어놓은 상황에 스스로가 불안해하는 모습이 어처구니가 없다.
검사한 지 오래돼서 다시 업데이트할 겸 새로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다행인 건, 미약하지만 개선이 되었다는 부분이다. ADHD가 개선이 되긴 한다는 점에서 (물론 약을 먹은 상태에서 그런 거지만) 언젠간 약을 끊을 수도 있다는 부분이 희망적이다.
약
환후각이 계속돼서 메디키넷에서 다시 돌아왔다. 확실히 환후각은 거의 없어졌다. 아주 없어지진 않았다.
그냥 뭐 항상 먹는 거.. 대신 점심에 먹던 스타브론은 빠졌다.
저녁
동일.
안정제. 작년에 휴직하기 전에 추가하고 그대로 유지하는 중. 추가할 때는 이 약의 효과가 확실했다.
먹고 초반에는 기절하듯이 잠드는 게 부담스러웠는 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잠에 드는 게 어려워서 추가. 언제 추가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새벽에 깨서 추가. 딱히 큰 효과는 없다. 아침에 피곤할 수 있다고 하셨지만 그것도 없다.
우울증 치료제지만 부작용이 졸린 거라고 하셔서 부작용을 이용해 보자고 하셨다. 원체 내가 부작용이 많이 발생해서 괜찮겠지 했는 데... 부작용이 없다..
ADHD, 우울증 치료일기 <01>
ADHD, 우울증 치료일기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