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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칼 Aug 03. 2024

이상하다. 왜 자꾸 올라가지?

엄마와 초등 아들이 떠난 동상이몽 자전거 여행 - 국토 종주 편

어제 제사를 지내고, 짐을 재정비한 우리는 아침을 먹은 후 인천 터미널을 향했다.

“아빠, 이번엔 진짜 부산 갔다 올게.”


우리는 오후 1시쯤 충주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환이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자전거가 있는 거치대를 향해 달렸다.

“엄마, 있어. 아주 잘 있네.”

환이는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던 자전거를 향해 환한 웃음을 보였다. 우리는 충추 버스 터미널에서 탄금대 방향을 향했다.

“아들, 저기 국토 종주 표지판 보이지? 저 길로 들어가.”

“오케이.” 

    

충주 시내를 관통하는 국토 종주 자전거길은 오르막이 많고, 차도 옆으로 달려야 하는 구간이 꽤 길었다. 그동안 우리가 달려온 길과는 달랐다.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충주 시내를 벗어나니, 강 옆으로 자전거길이 이어져 있었다. ‘이제 달릴만하네.’라는 생각도 잠시, 충주에서 수안보까지는 자전거 전용도로보다 차도를 함께 이용해야 하는 구간이 많았다.

     

오후 4시. 우리는 오늘의 목표인 수안보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수안보 온천은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되어 있듯 조선 제1대 임금인 태조 이성계가 악성 피부염을 치료하기 위해 자주 찾았다는 왕의 온천이라 불리는 곳이다. 우리나라 최초, 자연적으로 3만 년 전부터 솟아오른 수안보 온천은 국내에서 수질이 가장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수안보 인증센터에는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청년이 있었다. 청년은 셀카봉에 핸드폰을 끼워 개인 방송 촬영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방해되지 않게 한쪽으로 비켜서서 구경했다.

“안녕하세요. 제가 지금 도착한 곳은 새재 자전거길에 있는 수안보 온천 인증센터입니다. 충주 탄금대부터 28km 지점으로 한 시간 삼십 분 정도 걸렸네요. 앞으로 이화령고개를 넘어갈 예정인데, 경사가 가파르고 사람이 많지 않은 길이니 늦은 시간 수안보에 도착하신 분은 다음 날 넘어가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저는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지금 시각은 오후 3시 50분입니다.”

     

인증센터 근처에는 또 다른 청년이 기다리고 있었다. 청년은 핸드폰을 삼각대에 세워두고 아무 말 없이 인증센터 앞을 지나가는 자기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자연스러운 모습이 영상에 담겼는지 핸드폰 영상을 확인하는 표정이 꽤 만족스러워 보였다.

     

두 청년이 출발한 뒤, 한쪽으로 물러나 있던 우리도 인증 도장을 찍었다. 유튜브 방송을 하는 청년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의 속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충주에서 수안보까지 청년은 한 시간 반, 우리는 세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그들보다 약 두 배의 시간이 걸리고 있었다.

‘몇 배가 걸린 들 어떠하랴? 우린 우리만의 속도로 가면 되는 것을….’

     

오후 4시 숙소를 잡기엔 이른 시간이라 우린 밥부터 먹기로 했다. 들과 산으로 둘러싸인 수안보는 꿩 요리가 유명했다.

“아들, 아빠가 충주에서 일할 때, 여기로 꿩 요리 먹으러 몇 번 왔었던 거 기억나?”

“아니, 꿩 요리를 내가 먹어 봤다고? 난 먹어 본 적 없는데.”

나는 음식점에 들어가 꿩만두 전골 2인분을 시켰다.

“엄마, 최고. 진짜 맛있어. 만두 더 먹어도 돼?”

환이 입에서 더 먹겠다는 말이 나온 건 거의 처음이었다. 자전거 여행을 하며 환이의 먹성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게 느껴졌다.

‘조금 있으면 둘이 2인분이 부족할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을 먹고 나왔는데, 밖은 아직 환했다.

“아들, 내일은 국토 종주의 꽃이라 불리는 이화령고개를 넘어가야 해. 5km 내리막이 있는 구간. 여기서 이화령 꼭대기까지는 17km 가야 해. 조금 있으면 저녁이라 오늘 이화령고개를 넘어가진 못하겠고, 10km 거리에 수옥 폭포 관광단지가 있네. 관광단지 부근에 숙소 몇 군데가 검색되는데 거기까지 갈까? 아니면 물 좋은 여기서 온천욕 하고 쉬었다 갈까?”

“10km? 그 정도면 갈 만하지. 엄마, 배도 부른데 오늘 관광단지까지 가자.” 

    

어제 종일 집에서 쉬고 출발했기에 체력이 남아 있던 우리는 별다른 생각 없이 조금 더 가기로 했다.

“그래, 배부르니까 조금만 더 가보자.”

우리는 페달을 밟았다. 20분 정도를 달렸는데 뭔가 이상했다. 경사가 급하진 않았지만, 오르막의 연속이었다.

‘이상하다. 이화령이 여기서부터 시작인가? 아까 지도에서 봤을 땐 아니었는데. 그런데 왜 계속 오르막이지?’ 뭔가 찜찜했다. 더 가자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지도를 자세히 봤어야만 했다.


“아들, 잠깐만. 우리 지도 좀 다시 확인하고 가자.”

자전거에서 내려 나는 네이버 지도를 확인했다. 이화령은 확실히 아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반지도로 되어있던 지도를 지형지도로 바꿨다.

‘앗! 우리가 있는 곳의 색이 진해지고 있었다. 오르막이란 얘기였다.’ 노을이 물들고 있었다.

‘여섯 시가 되면 깜깜해질 텐데…. 다시 수안보로 돌아가야 하나?’ 걱정되기 시작했다.


수안보로 돌아가는 길과 앞에 있는 관광단지 숙소까지 거리를 비교해 보니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았다. 우리는 전조등을 환하게 밝히고 가던 길을 가기로 했다.


엄마와 초등 아들이 떠난 동상이몽 자전거 여행 - 국토 종주 편(충주)
엄마와 초등 아들이 떠난 동상이몽 자전거 여행 - 국토 종주 편(수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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