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초등 아들이 떠난 동상이몽 자전거 여행 - 국토 종주 편
아침에 일어났는데 밖이 시끌벅적했다. 펜션 주인집 식구가 출근과 등교 준비로 바빴다. 어제는 겨를이 없어 몰랐는데 주인아저씨는 초등생과 중학생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였다. 그래서 어제 우리에게 바로 달려와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펜션으로 돌아온 아저씨가 우리 방문을 두드렸다.
“편안히 주무셨어요? 제가 직접 키운 사과예요. 크기는 작지만 맛있을 겁니다. 부산까지 꼭 완주하세요.”
우리는 아저씨가 내민 사과를 먹고, 상주 자전거 박물관 오픈 시간에 맞춰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수리가 안 되면 어떡하지?’ 걱정됐지만, 일단 가 보는 수밖에….
숙소에서 500m 거리의 자전거 박물관에 도착했다. 매표소 옆에 수리하는 데가 보였지만, 그곳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자전거 수리하는 곳은 몇 시에 여나요?”
매표소 직원에게 물었다.
“문 열었어요. 수리하는 곳의 위치가 바뀌었어요. 안내해 드릴 테니 저를 따라오세요.”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야 자전거 박물관 전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상주 자전거 박물관 외부에는 자전거를 처음 타는 사람을 위해 체험할 수 있도록 자전거 연습장이 있었고, 탈 수 있는 사람을 위해선 주변 자전거길을 즐길 수 있도록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하는 곳이 있었다. 고장 난 자전거는 바로 수리할 수 있도록 정비하는 사람이 상주해 있었다. 다른 자전거를 정비하고 있는 할아버지를 보니 마음이 놓였다.
“안녕하세요? 국토 종주 중에 바퀴가 터졌어요. 수리가 가능할까요?”
“어디 보자. 우리한테 20인치 바퀴가 있나?”
창고를 다녀온 할아버지는 여기 20인치는 없다며 때워야겠다고 자전거에서 바퀴를 분리하기 시작했다.
“꼬마야, 타이어 바람이 천천히 빠졌어? 한 번에 훅~ 빠졌어?”
잘 모르겠다는 환이한테 할아버지가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한 번에 빠졌으면 타이어가 터진 거고, 천천히 빠졌으면 바람이 센 거야. 바람이 세는 거라면 넣기만 하면 되거든. 일단 한 번 넣어보고 기다려 보자.”
바람을 넣고 십 분쯤 기다렸다. 바퀴는 바람이 빠진 상태로 원상 복귀가 됐다.
“터졌구나!”
할아버지는 바퀴에서 속 타이어를 분리하고 구멍이 난 데를 찾아 때웠다. 그러고는 겉 바퀴를 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으로 훑었다. 몇 번을 훑던 할아버지는 핀보다 짧은 못 하나를 찾아냈다.
“찾았다. 이거네! 이걸 찾지 못하면 때워도 다시 구멍이 나니까 꼭 찾아야 해요.”
옆에서 어떻게 고치는지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내게 할아버지는 친절히 설명해 주셨다.
국토 종주를 시작하기 전 ‘타이어가 터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가다가 타이어에 문제가 생기면 근처 수리점에 들르거나 새 자전거를 살 생각으로 가볍게 출발했었다. 설마 자전거 파는 곳이 펑크 난 곳에서 30~40km 떨어져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특히나 환이 자전거는 바람이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어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반면 내 자전거는 평소에도 바람이 자주 빠졌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국토 종주를 출발하기 전 인터넷으로 속 타이어를 주문해 출발 전 직접 갈아봤다. 전에 해본 적은 없었지만, 유튜브 영상을 보고 따라 하니 어렵지 않았다. 니퍼와 장비 몇 개만 가지고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출발 전 남편이 정비할 도구는 챙겼냐고 물었을 때, 그런 거 챙기면 무겁다면서 가볍게 출발했던 것이 어제의 나를 당황케 했었다. 다음 여행엔 이런 경우를 대비해 예비 타이어와 장비를 꼭 챙겨야겠다고 생각하며 자전거 수리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다. 귀찮았을 텐데도 정비하는 할아버지는 하나하나 제대로 가르쳐 주려고 하셨다.
환이 자전거 정비를 마친 할아버지는 내 것과 현이, 현이 엄마 자전거까지 모두 타이어 공기압을 맞추는 방법을 알려주며 체인에 기름칠까지 해주셨다.
“여기 사인해 주세요.”
정비를 마치고 가격을 묻는 내게 할아버지가 내민 건 종이 한 장이었다.
“이곳은 국토 종주 자전거길에 유일하게 있는 무상 수리 가능한 곳이에요. 상주시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정비를 받았다는 사인만 하시면 됩니다. 월급은 상주시에서 받고 있어요. 부산으로 가다 보면 대구에도 수리하는 데가 있지만 거긴 유료예요.”
어제 펑크가 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운이 좋을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는 거구나!’라고 생각하며, 네 명 모두 사인을 마치고 출발했다.
“할아버지, 혹시 주변에 우리에게 추천해 주실 음식점 있어요?”
“농우마실이라고 식사하기 괜찮은 곳 있어요.”
우리는 할아버지에게 소개받은 맛집을 향했다. 주변 맛집은 검색하면 찾을 수 있지만, 나는 현지 사람들에게서 얻는 정보를 선호한다. 주변에 사는 사람에게 물어물어 찾아간 음식점은 대부분 평균 이상은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다닐 때마다 기회가 된다면 마을 사람들과 한마디라도 해보려고 한다. 자동차로 여행할 땐 마을 사람들과 말하는 게 쉽지 않지만, 자전거 여행에선 그럴 기회가 많다. 농우마실에서 육회 비빔밥과 돌솥 밥을 먹고 나니 벌써 오후 한 시다. 현이네는 구미 버스터미널에서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했다. 오늘은 구미까지 같이 달리기로 했다.
“구미로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