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난 회사에서 깍두기.

by 몽접

요즘 마음도 몸도 힘들어서 버티는 삶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나, 어떻게든 나는 살아야지라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러다 언젠가는 쓰러진다고 조언을 해주고 있어서 나는 네,라고 답을 했다. 결국 나를 위한 회의 아닌 회의가 열렸다. 올해 마지막 콘퍼런스에 대한 주제가 열렸다. 매우 바쁜 일이라서 누구 하나 빠질 수 없는 일이다. 나는 팀장이다. 그래서 팀원 하나가 아파서 빠지면 주말에 나가서 일을 하거나 적어도 내가 일을 맡아서 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일은 지난주에 일어났다.

관계부서와 미팅을 하고 점심을 먹고 난 후 티 타임을 가지면서 각자 할 일을 가졌다.

그리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누가 어떤 일을 할지 각자의 몫을 이야기했다.

다른 팀의 m직원은 "아 진짜 말에 일이 무슨 산타 선물도 아니고 너무 한 거 아니야?" 하면서 웃었고 내 옆자리 동료는 "우리 일이 많은 건 알았는데 올해는 진짜 아니다"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옆자리 동료는 "우리 내일까지 보고서 완료하고 보름이라 바쁘다, 바쁘네..."하고 말끝을 흐렸다.

나는" 그럼 제가 제일 많은 일을 맡을게요"

그러자 옆자리 동료는 "그러지 말고 자기는 그냥... 그냥.. 조금 있다가.."


이번에 신입 동료가 "이번에 제가 일을 알아야 하니까 일을 많이 주세요, 아무래도 색깔이 다른 일을 해야 하니 제가 많이 해서 이번에 독하게 싸워볼게요"

다른 관련부서 y는 "그러다 자기 다쳐..ㅋㅋㅋ 나도 자기 때처럼 어릴 때는 와라 일이여 했는데 아니다? 그러다 와, 일이다 하면서 파도처럼 쓰러져요"

하지만 신입은 자기주장을 접지 않고 "그러다 쓰러지면 살려주세요라고 할게요"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러자 이제 본격 전으로 각자의 일을 맡았고 내 일이 남았다.

옆자리 동료는 "우리 몽접 연구원은 이번에 깍두기 하자"

폭탄발언이다. 깍두기가 뭔지 안다.

"깍두기?"

u직원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아니 우리 몽접 동료가 어려워요. 마음이 그래서 그동안 우리를 위해서 열심히 뛰어서 좀 쉬어야 할 것 같아. 대신에 내가 더블로 할게, 이번만.. 이번만 봐주자. 그래서 깍두기 하자. 그 오징어게임에서 깍두기, 내가 아무래도 우리 같이 일하려면 몽접 연구원은 그냥 깍두기 해야지 , 아니면 우리랑 헤어지게 될 것 같아서 내가 걱정이 돼서 잠이 안 와."

다들 조용한 가운데 연관부서 m직원이 "그래요 그러죠. 대신에 이번에 깍두기 하고 다음에는 잔다르크 오케이?"

나는 어쩔 줄 몰라서 대답을 못하고 있는데 연관부서 팀장은 "아니 뭘 대답을 못해, 그냥 그렇다고 해. 나 같으면 고맙습니다, 하고 하겠구먼. 회사도 사람 사는 곳이야. 그러니 이번에는 받아" 하고 눈을 찡긋했다.

나는 "감사합니다."

나는 잠시 물을 마시고 "그럼 저는 자료조사 하겠습니다" 하고 말을 정리했다.


그렇게 1시간 회의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와서 한참을 생각했다.

깍두기는 생각도 못했다.

옆자리 동료에게 "제 얼굴이 어두워요?"

옆자리 동료는 "아니, 그렇지는 아닌데 그런 거 힘들지 않을까? 요즘 바이오리듬이 힘들어 보여. 너 죽자 나 죽자 하면서 일을 하니까 그러면 거의 죽자고 드는 건데 아니지 않을까 싶어서"

나는 "죄송해요"

옆자리 동료는 "우리가 함께 한 세월이야"

오징어게임에 깍두기를 본 적이 있다. 다들 선택을 하지 않아서 남게 된 깍두기인데 이번 회사에서 깍두기가 되고 나니 감정이 묘했다.

어쨌든 이번 일을 가장 가벼운 일을 맡아서 이번 기회에 다시 마음을 다지고 다음 일에서는 무거운 것을 맡아서 갚을 예정이다. 감사하다.


겨울이다. 좋아하는 계절인데 아직 겨울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 마음이 무거워서 그런지 몰라도, 내일은 또 다르길 바란다.

열심히 살다 보면 다른 날이 오겠지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밥은 먹고 다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