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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허하면 삼겹살을 드세요.

by 몽접

어제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인은 요즘 바쁘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더니 전화 연결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발걸음을 옮기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걸었다. 하지만 역시 또 연결이 되지 않았다. 결국 발길을 집으로 향하는 순간, 지인은 전화를 받았다.

나는 뜬금없이 "우리 삼겹살 먹을래?"라고 물었고 지인은 "좋지"라고 했다.

나도 내가 왜 삼겹살을 이야기했는지 모르겠으나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기름이 필요했던 건지 지인과의 대화가 필요했던 건지 아무튼 그렇게 나는 지인을 기다리기 위해 지하철역에서 40분을 기다렸다.

지인은 급하게 오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떡을 사들고 왔다.


우리는 잘 가는 고깃집을 갔으나 웨이팅이 4팀이나 있어서 발길을 옮겼고 평소 지인이 좋아하는 고깃집을 갔으나 거기는 평소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빽빽한 곳인데 사람이 없는 것으로 봐, 우리가 예상한 대로 뭔가 좀 싸했다. 결국 우리는 다음 장소를 옮겨서 정육점에서 고기를 골라서 고기를 구워 먹는 자주 가는 곳으로 갔고 이미 주인은 우리를 알아보고 평소 식사를 하는 곳이기에 식사냐고 물어보셔서 오늘은 고기를 먹을 거라고 하니 므흣한 미소를 보이시며 상차림을 준비해 주셨다.


지인은 고기를 좋아한다. 나는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는, 그저 그런 사람이다. 이런 내가 갑자기 고기가 먹고 싶었던 것은 내 마음의 허기가 있어서 그런 건지 몰라도 최근 갑자기 기름류가 입맛을 당기고 있다. 사실 피자도 먹고 싶어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체중 때문에 지금 계속 미루고 있다. 그러다 폭발을 한 것인지 삼겹살을 마주 하고 있자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지인은 하루를 보낸 이야기를 했고 나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하면서 지인은 평소 내 식습관을 지적하며 제발 먹으라며 잔소리를 해서 나는 웃으며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연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나는 요즘 결국 힘들어서 사는 게 너무 벅차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지인은 다 그런 때가 있으니 지나간다라는 마음으로 살라고 했다.


지글지글 구워지는 삼겹살에 우리는 콜라와 함께 먹으며 추운 겨울에 몸이 좀 풀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추울 땐 아니 마음이 외로울 땐 삼겹살인가 봐"라고 했더니 지인은 나를 웃겨볼 심상으로 "그냥 삼겹살은 진리지"라고 환한 미소를 보였다. 우리는 그렇게 열심히 먹으며 크리스마스트리를 이야기했다.

올해는 지인이 장만하기로 했다. 매해 사기는 사는데 이것도 사실 자리를 차지해서 늘 고민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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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비워내고 고기를 비워내고 얼추 다 먹어 갈 때 즈음 나는 "나 요즘 힘들어"라고 말하니 지인은 "알아"라고 답을 하고 "그러니까 많이 먹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팡하고 쏟아질뻔했다. 그냥 무심한 말에 나도 모르게 말이다.


어렸을 때 아빠 엄마는 겨울이 되면 고기를 자주 구워주셨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엄마는 육개장을 자주 하셨고 아빠는 삼겹살을 자주 구우셨다. 그리고 늘 하시던 말씀이 있으셨다. "자 추울 때는 고기로 몸보신을 하고 우리 가족 건강하자"라고 늘 말씀하셨는데 난 그럼 "아빠 여름에 먹는 삼겹살은 뭐야?"라고 물으면 아빠는 "그건 서비스"라고 웃으시며 받아 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없는 살림에 고기를 장만하셨는지 마음이 찡하다. 이건 있었다. 동네에서 돼지를 잡으면 아빠는 그 팀에 돈을 내서 n분의 1을 하셔서 각자 할당만큼의 고기를 가져오셨는데 그날 잡은 고기를 맛보라고 하셔서 나는 이렇게까지 먹어야 하냐고 물으면 아빠는 어렸을 때 이 빠는 없어서 못 먹었다며 빨리 먹으라고 재촉을 하셨다. 옆에서 엄마까지 힘드셨지만 엄마는 늘 "그래 클 때는 많이 먹어야지" 하시며 우리에게 주셨는데 엄마도 뭐 다르지 않으셨다.


우리 둘은 고기를 먹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고 결국은 사는 게 뭐 있냐고 그냥 이렇게 버티고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쨍하지 않겠냐며 서로를 위로하며 고깃집을 나왔다. 무거운 발걸음에서 다소 가볍게 탁 털고 나온 고깃집에서 음료를 마시며 나는 지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지인은 " 사는 거 별거 없어, 그냥 다 지나간다 하고 살아"라는 내용으로 충고를 해 주었고 마지막은 "정 안됨 쉬어"라는 눈물 나는 결말을 열어주어 정말 어제는 따뜻한 잠을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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