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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발걸음 맞추기

항상 내 걸음에 맞춰주는 우리 아이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과자가 먹고 싶은 우리 아이는 마트에 가자고 조른다. 월, 수, 금 저녁에 쓰레기 버리는 날에 같이 나가서 근처 슈퍼에서 과자를 한 봉지씩 들고 온다. 한 손을 꼭 잡고 나와 걷는 우리 아이.


나는 평소에도 걸음이 빠른 편이다. 성격도 급한 편이라 천천히 가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매번 걸을 때 내가 한 걸음 걸을 때면 2~3걸음을 걸으면서 따라온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평소처럼 빨리 걷지 않고 나름 천천히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항상 아이보다 앞서가고 아이에게 빨리 가자며 재촉한다. 그런데도 불평 없이 종종걸음으로 내 손을 꼭 잡고 따라오는 우리 아이.


그러다 문득 우리 아이가 가장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걸음에 맞춰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나란히 혹은 내가 뒤에서 지켜봐 주는 느낌으로 아이의 속도에 내 발걸음을 맞춰보았다. 정말 느리다. 10분이면 갔다 올 거리를 30분 만에 갔다 왔다. 갔다 오는 동안 이것저것 살펴보고 내가 천천히 발걸음을 맞춰줌으로써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는 듯했다. 어쩌면 내 시간을 위해 아이의 많은 감정과 경험을 없앴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미안했다.


나는 과연 걸음걸이만 빨랐을까? 빨리 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발걸음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빨리 치워, 빨리 자, 빨리 먹자 등 아이의 무수히 많은 행동에 빠름을 강조해왔다. 이것이 과연 아이가 느리기 때문일까? 아이는 항상 나의 걸음에 맞춰주었다. 손을 꼭 잡고 자신이 편하게 걸어갈 수 있는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나아간다. 앞으로 인생을 살아감에서도 내가 추구하는 속도보다 아이는 대부분 느릴 것이다. 그때에도 나는 빠른 걸음 걷기를 시킬 것인가 온전히 아이의 걸음에 맞춰 주고 한 손을 꼭 잡은 채로 같이 걸어가 줄 것인가.


나도 아이의 속도에 맞춰 걸으면서 주위를 더 잘 둘러보게 되었다. 아이가 어떻게 걷고 있는지 위험하게 걷지는 않는지 또 내가 없을 때 아이의 속도에서는 위험한 것들은 없는지. 그리고 내 인생에서 나는 어떤 속도로 걸어왔는지 지금도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항상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게 도와주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사랑해주는 우리 아이다.


우리 아이가 지금보다 훨씬 커서도 나는 걸음걸이에 맞춰 줄 수 있을까? 다른 부모들은 손을 잡고 빠르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아마 나도 조금은 두려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견디고 기다려주려 한다. 아이가 가장 두려워할 것이 빠른 걸음을 걷는 나를 쫓아가기 위해 꼭 잡은 두 손을 놓치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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