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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May 26. 2024

그리운 그녀 (故) 이은주 주연 《주홍글씨》

당신, "마음을 놓고 가세요" 그녀가 진정 바라던 낙원은 있었던 걸까?

(故) 이은주, 한석규 주연의 영화 《주홍글씨》 넷플릭스로 다시 보며...


2024년 5월 8일 수요일 오전, 전날 우연히 봤던 유튜브에서의 댓글 때문에 지금은 우리 곁에 있지 않고 영원한 별이 되어버린 배우 이은주의 유작인 《주홍글씨》를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 내가 이 영화를 보지 않았을 리가 없겠건만 도무지 자세한 내용이 기억나질 않는다.

왜일까? 혹시 2004년 그해 나에게도 너무 큰 슬픔이 있었던 해였기에 어쩌면 내가 이 영화를 실제로는 보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캐스팅된 것과 19금에 파격적인 제목을 머릿속에 각인시킨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놓고 가세요" 

2004년 10월 29일 개봉했던 영화 《주홍글씨》에서

뜨겁게 사랑을 나눈 후 담배를 피워 문 기훈(한석규 배우)에게 가희(故이은주 배우)가  했던 말이다.
화대를 달라면서 돈 대신 마음을 달라고...

  
유능한 강력계 형사 이기훈 그는 지금 자신의 지고지순한 아내 수현(엄지원 배우)의 절친이었던 도발적인 매력을 소유한 가희와 뜨거운 불륜 관계에 있다.

그는 가희에게 자신이 아내 수현에게 불만이 있어서 가희를 계속 만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내뱉는다. 어쩌면 자신이 이미 가희에게 중독된 건지도 모르는 채로...





가희 옆에 마음을 놓고 간 기훈은 새벽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수현 옆에 다시 몸뚱이를 놓아두었다.

자신의 아내가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도 모른 채로 그렇게 아내 수현 옆에...
새벽 자신 옆에 누워 잠든 기훈을 보는 수현의 모습 이상하게도 불륜을 저지른 남편을 바라보는 데도 전혀 분노와 배신감에 몸서리치는 처럼 비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나에겐 수현의 그런 태연함이 어딘지 모르게 더 깊은 슬픔을 감춘 듯했고, 더한 안쓰러움을 자아냈다.

물론 영화의 후반부에서 드러나는 반전으로 인해 그 모든 것들은 한순간에 다 정리가 된 듯했지만...




주변인물 지경희(성현아 배우) 그녀 역시 미스터리 한 사진관 여주인이었다.

남편이 죽던 날 콩나물 이천 원어치가 든 검정 비닐봉지를 들고 등장한 모습이 무언가 비밀을 감춘 듯하며 신선했다.

사진관의 남자 손님에게 자신의 누드를 찍어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당돌한 여자이기도 했던 그녀는 누가 보아도 사진관 남자 주인, 즉 그녀의 남편의 죽음과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마치 치정에 얽힌 청부살인 같은...



이 영화의 원작은 나중에 알았지만 김영하 작가의 <사진관 살인사건>과 <거울에 대한 단상> 이 두 편의 단편이 합쳐져서 변혁 감독에 의해 영화로 탄생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동안 어떤 부분에서는 보는 것이 아닌  읽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물론 영화의 제목이  미국의 작가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와도 '간통''불륜'이라는 소재를 다루는데서 전혀 무관하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만...



트렁크 속에서의 엔딩,

조금은 작위적인 듯도 했던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의 여주인공 펄의 이름을 따서 '진주'라는 이름만 먼저 지어진 채 자동차 트렁크 속에서 핏물로 흘러내린 가엾은 기훈과 가희의 환대받지 못한 분신...


영화의 마지막은 불륜이라는 레퍼토리를 능가하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불륜을 저지른 남편 기훈에게 오히려 더 시원하게 아니 처절하게 복수를 한 것만 같은 반전이었다고나 할까?




배우의 운명도 조금은 자신의 작품을 닮아가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배우들 역시 작품을 고르는 일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도 아름다웠던 외모와, 살짝 허스키한 매혹적인 목소리, 뛰어난 연기력까지 모든 것을 지녔던 배우 (故) 이은주, 그녀를 그토록 힘들게 했다는 것들에 대해 얼마 전 뒤늦게 철 지난 유튜브를 보며 자세히 알게 됐다.
그러면서 인간의 본성은 정말 善 보다는 惡에 더 가까운 것이 맞겠다는 씁쓸한 생각도 함께...

누군가는 이 영화가 왠지 어둡고 음산한 기분이 찝찝해지는 영화라고도 했다.

허나 내가 젊은 시절 가장 좋아했기에 늘 개봉관을 직접 찾게 했던 배우 한석규와 너무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아직은 생생하게 살아 숨 쉬던 20년 전의 이은주,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나에게는 잠시나마 반갑고도 좋았던 시간이었다.

그녀를 다시 보고 싶은 분께 강추한다.





추신

https://brunch.co.kr/brunchbook/shuvy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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