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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좀

그 속내 훤히 꿰뚫고도 어찌할 수 없이 동침한다.

by 이은희 시인

이은희


창자까지 훤히 보이는

표피의 비늘

무엇을 삼킨 건지

숨기지 않는 솔직함

오래전 외할머니 아끼시며

좋은 날만 입으시던 붉은 쉐타의

한 올을 탐한 건지,

아버지 가끔 읽으시던

오래 묵어 누렇게 바랜 하드케이스

껍질 속 이야기를 갉아 삼킨 건지

그 속내

훤히 꿰뚫고도

어찌할 수 없이

동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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