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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하림 Sep 23. 2022

현대 아반떼 N 직접 타보니

3편 : 가장 평범한 아반떼, 그중 가장 특별한 아반떼 N을 시승한 소감


운전이 즐거운 자동차와의 첫 경험


  보통 한 분야를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서 빠져들게 되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필자도 그랬다. 그저 자동차를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관련된 많은 것을 갖고 싶어졌다. 그렇게 자동차 카탈로그 수집에 몰두했고, 매월 자동차 잡지를 정독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활동 영역이 넓어졌고,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는 국산차, 수입차 매장은 전부 들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던 중 생각지도 못한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됐다.


  그 당시에 자동차를 좋아하는 필자의 모습을 보고, 짧게나마 시간을 내 매장 시승차를 동승할 수 있게 해주셨다. 그 차가 바로 현재까지도 시장에서 최고라고 평가받는 폭스바겐 5세대 골프 GTI였다. 1시간 동안 시내와 짧은 와인딩 로드를 동승하며, 자동차라는 게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게 됐다. 이때도 자동차를 타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했지만, 정말 운전이 즐거운 차를 탄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어찌나 심장이 뛰던지.



그 역할을 해낼 자격 갖춘 아반떼 N


  그 이후로 자동차 관련된 루틴이 완전히 바뀌었다. 가장 부담 없는 DSLR 카메라를 들고 자동차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사진 촬영을 이유로 다양한 자동차 동호회 모임에 깍두기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때 정말 흔치 않은 자동차를 정말 많이 타볼 수 있었고, 필자에게 정말 큰 재산이 됐다. 심지어 당시의 인연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현재 하고 있는 일도 자동차와 관련된 만큼 이때부터 인생의 방향이 결정된 게 아닐까 싶다.


  오늘 소개할 주인공, 현대 아반떼 N은 자동차에 관심 없는 사람마저 돌아서게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장난감이다. 껍데기만 아반떼일 뿐 정말 빠르고, 무엇보다 뛰어난 성능을 다루기 쉽게 정말 잘 조율했다. 극소수가 누릴 수 있는 어려운 고성능이 아니란 소리다. 물론 아반떼라는 이유로 그돈씨라는 말을 듣긴 하지만, 적어도 이 차가 가진 성능과 완성도를 폄하하는 사람은 없다. 가장 대중적이고 이상적인 N, 아반떼 N 시승 소감을 정리해 본다.



충분한 성능을 갖춘 플랫파워 엔진


  아반떼 N의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2.0리터 N 전용 터보 플랫파워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 · 8단 DCT로 구성된다. 쉽게 말해 세타 2 터보차저 엔진이며, 엔진 형식명은 G4KH. 이 엔진은 현대자동차 N 라인업 외에도 중형 세단 현대 쏘나타와 기아 K5, SUV인 현대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에 탑재됐다. 국내에서는 기아 K5를 뺀 전 차종이 판매됐다. 


  이 엔진은 플랫파워라는 이름에 맞는 충분한 성능을 자랑한다. 최고출력 280마력/5,500-6,000rpm · 최대토크 40kg.m/2,100-4,700rpm는 성능이 높을 뿐만 아니라 성능이 발휘되는 회전 영역대가 넓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스티어링 휠에 위치한 NGS 버튼을 누르면 오버부스트 기능이 활성화되는데, 이때는 최고출력이 10마력 더 올라간다.



다양한 보조 기능을 더한 변속기


  변속기는 6단 수동변속기가 기본이고, 8단 DCT는 190만원짜리 옵션이다. 6단 수동변속기는 앞서 출시됐던 현대 벨로스터 N처럼 변속 시 알아서 엔진 회전수를 보정하는 REV 매칭 기능이 적용된다. 8단 DCT는 가속 성능 및 변속 속도 향상, 20초간 활성화되는 엔진 오버부스트, 트랙을 감지해 최적의 변속을 실현하는 N 파워 시프트(N Power Shift), N 그린 시프트(N Grin Shift), N 트랙 센스 시프트(N Track Sense)가 추가 적용된다.


  그 결과 아반떼 N 8단 DCT는 0-100km/h 가속을 단 5.3초 만에 주파한다. 이는 배기량을 고려하면 국산차로서는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고,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성과 운전 재미를 전면에 내세우는 다른 라이벌과 비교해도 크게 빠지지 않는다. 이 시장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 폭스바겐 골프 GTI보다는 확실히 뛰어나고, 혼다 시빅 타입 R보다는 살짝 뒤처진다. 아반떼 N의 공차중량은 6단 수동변속기 1,450kg, 8단 DCT 1,485kg이다.



울림이 상당히 큰 가변식 배기 시스템


  사실 운전의 즐거움을 강조하는 자동차에서 사운드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운전의 즐거움을 느끼는 하나의 묘미로 작용할 수 있는 감성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아반떼 N은 그런 점에서 안팎으로 상당히 공을 들였다. 터치 몇 번만으로 세부 설정할 수 있는 가변식 배기 시스템을 더하고, 실내에도 액티브 엔진 사운드 기능을 적용했다. 다만 가변식 배기 시스템은 공을 들인 것을 넘어서 그 정도가 과하게 느껴질 정도다.


  먼저 엔진 시동 과정, 아이들링 사운드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아반떼 N은 4기통 터보차저 엔진이 탑재된 다른 라이벌들에 비교해서도 제법 요란한 편이다. 냉간 시에 중저음으로 깔리는 소리가 큰 편이고, 이 특유의 톤은 가변식 배기가 완전히 열리는 N 모드 및 주행모드 개별 설정 시에 더 크게 만들 수 있다. 심지어 열이 어느 정도 올랐을 때에도 이 톤이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가급적' 엔진 시동을 걸고, 빨리 자리를 뜰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관총 소리 버금가는 팝콘음


  사실 아이들링 시의 사운드는 급가속 및 액셀 오프 과정에서 들리는 팝콘음에 비해서는 정말 양반이긴 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반떼 N 팝콘음은 자동차 소음 인증을 어떻게 통과했나 싶을 만큼 강렬하고,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진다. 배기 시스템 특성상 엔진 회전수를 많이 쓰고, 밟고 다닐수록 더욱 커진다. 특별한 상황에 밟는 게 아니라면, 배기 시스템만큼은 얌전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관심 없는 사람 입장에서는 '소음공해' 그 자체다. 


  지금까지 경험한 현대 N 중에서 팝콘음이 강렬한 순서대로 나열하면 아반떼 N, 벨로스터 N, 코나 N 순이다. 아반떼 N은 기본적인 소리도 크지만, 팝콘음 발생 시 그보다 3배 가까이 되는 소리가 일순간 터지듯이 나온다. 5,000rpm에서 액셀 페달을 떼면 팝콘음이 가장 크게 들리는데, 팝콘음이 큰 것을 넘어서 마치 기관총을 쏘는 것처럼 그 큰 팝콘음이 일순간 4회 가까이 반복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실내보다 바깥에서 훨씬 크게 들린다.



여유로운 힘 · 매끄러운 회전 질감을 갖춘 엔진


  시승차는 아반떼 N 8단 DCT 사양이다. 제원에서 알 수 있지만, 아반떼 N의 힘은 상당히 여유롭다. 물론 현대자동차가 밝힌 제원상 0-100km/h 가속 시간에는 살짝 못 미치지만, 5초 중반에서 후반대 기록이 꾸준히 나온다. 엔진 회전수 상승에 따라 묵직한 토크로 꾸준하게 밀어준다는 느낌을 받게 되며, 사운드도 그에 맞게끔 증폭된다. 엔진 회전 질감 역시 상당히 매끄러운 편이고, 작정하고 밟았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모두 만족스러웠다.


  다른 고성능 차량도 그렇긴 하지만, 아반떼 N 역시 N 모드 활성화 여부에 따라서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다. 일반적인 드라이브 모드로 다닐 때에는 아반떼 N의 특별함이 와닿진 않는다. 다만 앞서 선보였던 벨로스터 N과는 다르게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뒀을 때 꽤 사운드가 들리는 편이다. 벨로스터 N의 경우 마치 아반떼 스포츠를 타는 것처럼 정말 무미건조한 반응을 보였는데, 아반떼 N은 사운드를 키워 심심함을 어느 정도 덜어냈다.



상당히 만족스러운 8단 DCT


  8단 DCT에 대한 만족감도 높다. 과거 스포티함을 논하던 일부 차종에 탑재됐었던 7단 건식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말 그대로 특별함을 느낄 수 없던 듀얼클러치 변속기였다. 효율 개선이란 장점 외에 변속 속도는 늘어졌으며, 특히 수동 변속 모드에 상당히 보수적이었다. 패들 시프트를 10번 넘게 당기더라도 변속은 한두 번 될 정도. 그뿐만 아니라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단시간에 과열 경고등이 뜰 정도로 열에 취약하기도 했었다. 


  그에 반해 8단 습식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빠른 변속, 수동 변속 조작을 기억해 칼 같은 변속을 실현한다. 단순히 변속 속도가 빠른 것뿐만 아니라 단계별 설정을 통해 인위적인 변속 충격을 구현할 수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마치 오랫동안 고성능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만든 것만 같다. 참고로, 7단 건식 DCT와 같은 현대트랜시스에서 제작한다. 제품 코드명은 D8F48W. 해당 변속기는 세타 2 터보차저 엔진이 탑재된 차에 일괄 탑재된다.



일상과 스포츠 주행 모두 대응하는 서스펜션


  아반떼 N을 운전하는 즐거움은 코너를 돌아나가고, 탈출 시 극대화된다. 터치로 조작 가능한 전자식 서스펜션 감쇠력은 노면에 살짝 떠가는 것과 노면에 완전히 밀착해 달리는 것 모두 가능하다. 2가지 상황에 따른 차이가 확실하며, 데일리카 성격이 한층 강화됐다. 앞서 출시됐던 벨로스터 N은 주행모드 설정에 관계없이 승차감이 시종일관 딱딱했다. 과속 방지턱이나 큰 요철을 지날 때는 딱딱한 서스펜션 감쇠력 때문에 골이 울릴 정도였다.


  한편, 선회 과정에서 느껴지는 차의 반응에 있어서 벨로스터 N과 코나 N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다. 날렵하고, 코너를 파고든다는 느낌이 드는 건 똑같다. 다만 벨로스터 N은 전반적으로 거칠었으며, 코나 N은 짧은 휠베이스 덕분에 한층 자극적이었다. 반면 아반떼 N은 시종일관 안정적이고, 운전자의 조작을 오롯이 받아들이며, 운전자가 예상한 대로 움직인다. 운전자 조작에 따라 뉴트럴 스티어와 약간의 오버스티어 사이를 오갈 뿐이다.



비현실적인 코너링 가능케 하는 미쉐린 PS4S


  특히 코너를 돌아나가는 한계 속도가 비현실적일 정도로 높다. 이는 순정 타이어로 장착되는 미쉐린 PS4S의 영향이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300마력 미만인 아반떼 N에겐 상당히 과분한 존재다. 미쉐린 PS4S는 500마력이 넘는 독일 고성능 차량 및 스포츠카 순정 타이어로 장착되고 있기 때문.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자동차 한계를 90% 가까이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타이어 스키드음을 들을 일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스티어링 조향감과 브레이크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스티어링 휠은 R-MDPS 타입으로 정직하게 반응하며, 주행 모드 세부 설정을 통해서 조향감을 가볍고, 무겁게 설정할 수 있다. 브레이크는 제동 성능의 한계가 높고, 그 성능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브레이크를 다그칠 수밖에 없는 와인딩 로드와 서킷 주행도 무리 없이 소화한다. 다른 N처럼 차급에 비해 최소 회전 반경이 큰 점은 일상 주행 시 부담스럽다. 유턴 시에 무려 3차선을 필요로 한다.



아반떼 N 한줄 평, 의도적으로 미완된 현대 N


  아반떼 N은 지금까지 출시된 현대 N 중에서 가장 크고, 달리기 쉬우며, 뛰어난 주행성능과 운전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다른 현대 N에 비해 거칠거나 자극적인 맛은 조금 덜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중성을 더욱 확보했다는 점이 플러스로 작용한다. 300마력대 이하 차량 중에 이렇게 비현실적으로 빠르며, 코너와 서킷을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는 차는 아반떼 N 뿐이다. 해외에서 엘란트라 N이 호평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면, 아반떼 N 8단 DCT 순정의 인제 스피디움 베스트랩이 1분 56초다. 휠 · 타이어 · 브레이크를 바꾸면 1분 52초까지도 줄어든다. 50초대 초반 랩타임은 BMW F 바디 M과 거의 대등하다고 보면 된다. 물론 차종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적게는 2배, 많게는 3배 더 비싼 차와 똑같은 랩타임을 낼 수 있는 것. 다만 작정하고 밟을 경우 실연비는 3km/L 초반으로 곤두박질친다. 실연비는 시내 7km/L · 고속도로 18km/L.



  정리해 보면 300마력대 미만 최고출력으로 500마력 가까운 고성능차와 견줄 수 있는 주행성능을 갖춘 최고의 장난감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이 차의 가격 대비 성능비를 수치로 환산한다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TOP 5 안에 충분히 들지 않을까. 6단 수동변속기, 8단 DCT 선택을 할 수 있는 점도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을 가능케 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가속 성능, 주행성능의 이점을 고려하면 8단 DCT를 안 고를 이유가 없다.


  그러나 아반떼 N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당장은 말리고 싶다. 코나 N과 판매 간섭을 막고자 상품성을 애매하게 구성했기 때문이다. 아반떼 N은 코나 N에 적용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N 전용 모드를 갖춘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모두 빠진다. 즉, 아반떼 N을 의도적으로 미완 상태에 둔 것이다. 현재 커뮤니티 상에서는 페이스리프트 기점으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들어갈 것이란 썰이 유력하게 돌고 있다. 그때가 바로 이 차를 살 때다.



Good : 정말 잘 조율된 파워트레인, 랩타임으로 확인 가능한 비현실적으로 빠른 주행성능, 일상과 스포츠 주행 모두 양립하는 서스펜션

Bad : 의도적인 애매한 상품성, 크다 못해 소음공해처럼 다가오는 팝콘음, 일상 주행 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다소 넓은 최소 회전 반경


시승차 정보 및 가격 : 2021 현대 아반떼 N 3,212만원. 각종 옵션 포함 가격은 3,637만원


* 본 콘텐츠는 현대자동차로부터 시승차를 지원받았으며, 그 이야기를 가감 없이 썼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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