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장 송달 후 답변서 제출 기간과 구체적 내용의 검토
어느 날 갑자기 날아든 이혼 소장, 이것은 그 동안의 관계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자 일종의 선전포고와도 같은 것입니다. 표현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이혼소송은 갑자기 전개되지는 않습니다. 이미 피고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상황입니다. 하지만 예상하는 것과 현실이 되는 것은 다릅니다. 충분히 예견된 일이라 해도 막상 이혼 소장을 송달받은 직후에는 당황함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혼란스러울 수 있고, 이혼소송이 제기된 이 상황을 부정하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상대방은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다.
이혼 소장을 송달받았을 때 무엇부터 살펴보아야 하는지 말씀드리기에 앞서, 확실하게 강조드리고 싶은 것은 이미 상대방은 루비콘 강을 건너왔다는 것입니다. 배수진을 치고 주사위를 던졌다는 뜻입니다. 외교적 문제가 전쟁으로 비화되었는데, 무장한 군대가 국경을 넘어 오고 있음에도 잘 타이르면 철수하리라고 믿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소장의 내용을 살펴보시면 아시겠지만, 이혼소송이라는 것은 기분 내키는 대로 갑자기 시작하고 갑자기 그만둘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법률적, 법률 외적 숙고 끝에 결단을 내리고 소송을 개시한 것입니다. 설득을 해서 취하시킬 수 있는 것이라면 처음부터 시작되지도 않았습니다.
가사전문변호사로서 수많은 이혼사건을 수행했지만, 많은 의뢰인 분들께서 이미 이혼 소장을 송달받으신 상황 중에서도 '혹시 잘 이야기하면 소송이 취하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십니다. 당연히 이혼을 원치 않는 분들입니다. 하지만 이미 비용과 시간, 수많은 고민을 거쳐 시작된 소송이기에, 상대방이 이를 쉽게 취하해줄 리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막연한 기대가 대응을 늦출 뿐이며, 후술하겠지만 극단적으로는 소송을 망치게 되는 요인이 됩니다.
법률적 검토 후 소송의 기각이 가능한 사안이라면 법리 다툼으로 소를 기각시킬 수 있겠으나, 그러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사실을 인지하시고 현실적인 대응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그렇다면, 소장 송달 후 피고의 입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사소송절차는 가사소송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민사소송절차를 따릅니다. 민사소송에서는 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소장을 법원에 접수하고 이 소장의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되면 피고에게 일정한 의무를 지우는데, 바로 피고의 답변서 제출 의무입니다. 즉, 피고는 이 소장 부본을 송달 받고 30일 이내에 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혼 소장 송달 후에는 30일의 시간 제한에 걸리는 것입니다.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는다는 것은 피고가 응답하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법원에서는 30일의 기간 완성 이후 무변론판결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따로 변론기일을 열지 않고 판결을 선고한다는 의미이고, 누군가는 적극적으로 주장과 입증을 하였는데 누군가는 아예 무응답으로 일관하였다면 그 결과가 어떠할지는 불 보듯 뻔한 것입니다. 소장은 원고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고 전반적으로 진실에 기반하고 있어도 과장과 무리한 요구가 포함된 것이므로, 이 내용이 그대로 인정된다면 최악의 참패를 면치 못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소송을 반드시 기각시키고자 하든, 적극적으로 반소를 제기하여 다투고자 하든, 상대방의 주장을 전반적으로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든 답변서 제출은 필수적입니다. 실무에서의 답변서 미제출은 '청구의 인낙' 즉, 상대방 청구를 그대로 인정한다는 답변과 다름없다는 점 반드시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피고로서는 30일 이내에 관할 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하여 응소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 30일 내에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우선 소장을 충분히 살펴보고 쟁점을 정리한 다음, 이 내용을 기반으로 변호사에게 상담도 받아 보고 변호사 선임도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이혼 소장에서는 무엇을 살펴봐야 할까요? 본 소송에서의 쟁점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과, 내가 주장할 수 있는 내용을 살펴봐야 합니다.
이혼사건을 두고 단지 이혼이 되었는지 여부만으로 성공과 실패를 논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혼소송에서 다른 모든 쟁점의 논리적 전제는 '이혼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일단 이혼소송이 기각되는 상황이라면 재산분할이나 양육권 등의 문제를 따질 이유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원고의 입장에서나 피고의 입장에서나(특히 이혼청구를 기각시키고자 하는 경우라면 더욱) 이 청구가 인용될 수 있는지 여부를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피고의 입장에서 이혼 소장을 송달 받았다면, 이 소장의 내용 속에서 원고가 구체적으로 어떤 원인에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였으며, 그 근거로 들고 있는 사실관계와 증거는 무엇인지를 찾아야 합니다. 대부분은 요건과 증거를 갖추고 있어 소송을 개시했겠지만, 때로는 증거가 불충분하거나 논리가 비약적인데도 일단 소송을 제기하고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혼 소장 검토 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소송을 기각시키는 것도 가능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반소를 제기하여 상대방에게 책임을 묻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이혼 소송이 받아들여질까요? 그 모든 조건은 민법 제840조의 한 조문 내에 압축적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해당 조문의 해석 범위에서 벗어난다면, 그 어떠한 사유로도 이혼이 불가능합니다.
민법 제840조(재판상 이혼원인)
1.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
2. 배우자의 악의적 유기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의 심히 부당한 대우
4. 자신의 직계존속에 대한 배우자의 심히 부당한 대우
5. 3년 이상의 배우자 생사불명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사유
그런데 이 규정의 내용을 살펴보면 확실한 것도 있는 반면 모호한 것도 있습니다. 예컨대 제1호의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소위 말하는 불륜을 뜻하는 것으로, 부부 간의 정조의무에 반하는 일체의 행위를 포괄하기에 불륜 사실을 1회만 적발하더라도 이혼사유로서의 인정에 충분합니다. 반면에 심히 부당한 대우라거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사유와 같은 것은 판단이 쉽지 않은 내용이며, 실제 실무상으로도 그렇습니다. 또한 위 사유는 반드시 하나만 주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를 함께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속적인 가정폭력의 경우, 제3호와 제6호 사유를 함께 적시하여 주장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혼 소장을 송달받았을 때, 상대방이 제1호의 사유와 같이 확실한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면 그 증거가 명확한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고, 제6호의 사유와 같이 다소 주관적인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면 그것이 판례에 의하여 인정될 수 있는 사안인지,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명확한지 등에 대해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혼 소장 송달 후 과연 기각이 가능한지, 반대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등이 궁금하시다면 직접 판단하시기보다는 소장 지참 후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현재 상황상 상대방(원고)이 주장하는 이혼 사유가 명백하여 소송을 기각시킬 수 없다면, 이는 최소한 두 가지를 의미합니다. 첫째, 이혼을 막을 수 없습니다. 둘째, 원고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합니다. 여기에서의 위자료는 최대한 감액할 수는 있으나 그 범위가 어느 정도는 정형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혼 소장에서의 이 분석만으로 모든 쟁점이 다 정리되는 것일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사실 대부분의 이혼소송 사건은 인용 또는 기각을 다투는 경우보다는, 어차피 이혼이 된다는 것에 양자 모두가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위자료의 액수와 재산분할의 비율 및 방법, 양육권자의 지정을 두고 다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이혼 소장 송달을 받은 뒤에는, 구체적으로 재산분할에 관하여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위자료는 얼마나 청구했는지, 양육권 다툼이 있는지 등을 모두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혼 시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가 지급할 의무를 지는 위자료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상 3,000만원을 전후하여 결정됩니다. 반면 많은 이혼사건에서의 핵심적 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재산분할은, 브런치 글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기에는 그 내용이 상당히 복잡할 뿐만 아니라 실제 당사자의 상황을 보고 개별적으로 상담드려야 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점은 내가 유책배우자라고 해서 재산분할을 포기할 이유도, 양보할 의무도 없다는 것과, 현재 공동재산의 명의보다는 실제 재산이 축적된 경위와 유지, 증식의 기여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 구체적 사안에 대한 심도 있는 상담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한편, 양육권 분쟁은 어느 일방이 양육의사를 밝히고, 어느 일방이 양육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확고하다면 다툼의 여지가 적지만, 서로 친권 및 양육권을 보유하겠다고 주장한다면 다툼의 여지가 있습니다. 자녀의 연령이 모성의 보호를 필요로 할 정도로 어리다면 대부분 모친에게 유리하나, 그 외의 경우에는 종합적 상황을 판단하여 양육권자가 결정되므로 소송 내에서 치열한 다툼이 벌어질 여지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혼소송 국면에서는 어느 한 쪽이 자녀를 데리고 나가버리는 돌발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 사전처분 등의 추가적인 분쟁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처음부터 이 부분까지 고려하여 체계적인 계획 하에 소송을 수행하여야 합니다.
만약 현재 법원으로부터 이혼 소장 부본을 송달받으셨다면, 앞서 말씀드린 내용을 종합하여 우선 내용을 검토해보신 뒤,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상담을 받아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혼소송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라면 얼마든지 고민의 시간이 있지만, 반대로 소장을 받은 피고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응소 외에는 선택지가 없으며, 소송 과정에서 어떤 결과를 도출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하나 이마저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이 점 참고하셔서 주어진 기간 내에 최선의 방법으로 대응하시기 바랍니다.
변호사 장 성 민 (가사전문변호사, 법무법인 감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