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넬 Aug 14. 2024

오래된 친구

얼마 전 갑자기 친구가 보고 싶어 불쑥 연락을 했다.

함께 친했던 고등학교 동창들이 많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서로 틀어지고, 각자의 생활로 바쁘다 보니 어긋나게 붙어버린 뼈처럼 점점 어색해져 갔다.

그래서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친구가 서로에게 더욱 소중한 존재로 남았다.  


오래전에 이 친구와 행주산성까지 자전거 타고 다녀왔던 게 생각나서 물어보니, 지금도 자전거로 10km 약간 안 되는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한단다. 
마침 잘됐다 싶어, 뚝섬유원지부터 이촌까지 같이 자전거를 타고 가서 점심을 먹고 빙수도 먹기로 했다.


한여름 11시 땡볕이라 그런지 자전거 도로는 매우 한산했고, 중간중간 다리 밑으로 지나는 그늘 구간이 몹시 달았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달려 인터넷으로 찾아본 이촌동의 퓨전 음식점에 도착했다.  다른 테이블은 모두 커플 아님 가족으로, 40대 남자끼리 온 테이블은 우리 밖에 없었다.

친구는 이런 음식점은 결혼 전에 데이트할 때나 가봤지, 결혼하고 육아를 하다 보니 한 5년 만에 처음 와보는 것 같다고 한다.


이런 핫플에서 당당하게 식사하는 아재들이 사실 세련된 거라고 말했지만, 음식이 나오자마자 후다닥 접시를 비우고 자리를 떠났다.



빙수 집으로 자리를 옮겨, 금방 나온 빙수를 몇 숟갈 뜨더니 이내 친구의 안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그려졌다.

아까 퓨전 요릿집에서는 가타부타 말이 없더니 빙수는 그리 달지 않은데 맛이 깊고, 과하거나 튀는 재료 없이 조화가 썩 훌륭하다는 것이다.
여기는 꼭 가족들을 데려 와야겠다길래, 제수씨한테 내가 알려줬다고 꼭 말하라고 신신당부했다.


별로 가볍지 않은 고민들을 서로 가볍게 털어놓고,

친구에게 유용하겠다 싶은 정보도 알려주고,

각자의 자리에서 힘껏 버텨 온 서로에게 잘하고 있다고 격려를 주고 받았다.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친구와 나는 이촌동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다음에 또 언제 볼 지 정하지 않았지만, 친구와 나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오늘처럼 어느 날 문득 보고 싶을 때 연락해도 항상 반가울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다음에 만날 때 할 얘기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살아가면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