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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로크무슈 Apr 30. 2022

처음 만난 사람과의 여행

(24) 아이슬란드 - 처음 만난 사람과의 여행


간 밤에 오로라는 뜨지 않았다.


건방지게도 내가 누군가에게 까다로운 사람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네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주변에 물어봐도 너만 한 호구는 없다는 게 답변.


내가 조금 불편한 게 낫다는 주의라, 주접 수준의 배려가 오히려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경험을 회상하는 게 빠를 정도다.


아이슬란드에서 생애 첫 동행 여행을 하게 되었다.


보통 여행이라면 마음이 맞는, 편안한, 친한 따위의 수식어가 붙는 인간관계와 함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처음 보는 사람과 여행을 간다는 말이 아주 역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여러 방법으로 동행자를 구해 많이들 여행한다는 뜻이겠지.


아이슬란드는 혼자 여행하기 쉽지 않은 곳임은 틀림이 없다. 마음이 맞는, 편안한, 친한 친구들을 동행자로 수배하자니, 정신없이 일에 휩쓸려 다니는 친구들에게 어떻게 “나 시간 났으니 너희도 비워봐.”라고 말할 수 있겠냐며.


조금 더 인간관계의 범위를 넓혀 수배해보았으나 최소 일주일의 시간을 할애해야 하니 대부분 거절 의사를 비추었다.


(어쩌면 나랑 같이 가기 싫었던 게 아니었을까 지금 글을 쓰면서 화들짝 깨달았다.)




창문을 닫아 두어도 찬 공기가 밤새 들어찬 것이, 북유럽이구나를 실감하며 캐리어 바닥에 꽁꽁 구겨온 패딩을 꺼냈다.


직원이 바뀐 로비에 이런저런 인사와 함께 조식 결제를 하고 올라오니 나 혼자를 위한 다이닝 테이블이 세팅되어 있었다. 민망했지만 대가를 지불했으니까 당당하게 먹도록 하자. 두 접시째 먹을 즈음 다행히 직원들도 함께 식사를 했다.



숙소에서는 꼭 조식을 먹는 편이다. 조식만큼 여행 기분이 잔뜩 묻어나는 것도 없다. 조식이라고 해도 어딜 가나 비슷한 계란 요리 조금과 햄, 빵, 과일 몇 조각이 대부분이지만, 이걸 접시에 덜어 포크로 찍어 먹는 날은 여행날 아침이 유일한 까닭이다.




오늘은 고대하던 동행자들을 만나는 날이다.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길부터 당장 얼어붙어 있으니 걸어가는 게 여간 쉽지 않았지만, 모험을 떠나는 듯 헤쳐 나아갔다. 꽤 차가운 공기에 배차간격이 한 시간인 공항행 버스를 기다리느라 콧잔등이 발갛게 피어올랐다. 중간중간 마주치는 동네 주민들이 반갑게 인사해주어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무사히 공항에 들어서 상기된 얼굴과 기분을 가라앉힐 겸, 평소 같았으면 두 번 접어 한 입에 넣을 피자 한 조각을 나이프와 포크로 아주 천천히 먹으며 도착 연락을 기다렸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앉아 있어야 하나, 서 있어야 하나, 근엄한 표정을 지어야 하는 걸까 고민하다 보니 동행친구들이 착륙했다며 연락이 왔다.


몇 분이 지났을까 고개를 들어 입국장 문을 쳐다보니,

듬직하니 웃는 상이 매력적인 남자와 아주 곱살스러운 여자 한 쌍이 나와 두리번거리고 있다.



첫인상은 보통 들어맞는다.


다들 좋은 사람 같아, 어서 다가가 인사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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