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유의 즐거움으로
"마음이 답답해!"
오늘 남편의 첫 한마디. 한글검증 2급을 목표로 매일매일 조금씩 공부하고 있는 일본인 남편은 작년부터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시작한 계기는 한국인과 결혼한 내 은사와의 대화였다. 한국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눴으면... 돌아가신 후 후회하지 않았으면...
남편이랑 결혼한 지 10년이 되었지만 한 번도 한국어 공부를 강요한 적이 없었다. 한국어 강사로 몇 년 활동하면서 남편에게 한국어를 진심으로 가르쳐 준 적도 없었다. 일본어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유학 시절을 떠올리며 힘든 경험을 보고 싶지 않았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다. 생존을 위해 도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극한 삶을 살기란 경험자로서 아름다운 추억이라고 섣불리 내뱉을 수 없다.
어렵고 외롭고 지치고 이 과정을 통해 뭔가를 쟁취한 사람은 때론 성공스토리로 미화되기도 하지만 내가 그 삶을 살았다면 가볍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남편에게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그냥 묵묵히 지켜봐 줄 뿐이다.
며칠 전 한국 부모님과 통화를 하면서 남편이 두 번 정도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 기특했다. 경상도 사투리가 알아듣기 어렵다는 핑계도 대견했다. 다음에는 세 번 대화를 주고받고 전화기를 건네주길 기대할 뿐이다.
3년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남편은 오늘 점심은 짜파구리를 먹자고 한다. 영화 기생충을 보고 이런 맛있는 음식을 왜 안 알려줬냐고 했다. 사실 나도 영화를 보기 전까지 짜파구리를 알지 못했다. 한국 드라마에 경찰서에서, 당구장에서, 그리고 이사한 후 나눠먹는 자장면. 결혼 준비하면서 부산에서 처음 자장면을 맛본 남편은 검은 소스의 저항감 비주얼에 비해 그 맛은 최고라고 말한 게 기억난다.
5,6년 전부터 일본 젊은층 사이에 한국 음식은 맛있는 먹거리에서 엔터테인먼트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 맛난 음식을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향유한다. 향유란 누리고 나누는 것을 뜻한다. 나눔은 소통을 가져오고, 소통은 교류이며,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탄생의 문화 실천이다. 한국어도 마찬가지다. 소통의 수단이지만 교류의 문화 실천이며 향유의 풍요로움을 가져다준다.
오늘도 향유의 즐거움으로 한국어 공부에 매진해주길 바라며...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