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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jung Kang Feb 04. 2018

Book: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 by 마이클 해리스 (어크로스)



최인아 책방 북클럽이 생겼다는 글을 보고, 고민도 하지 않고 6개월 회원권을 구매했다. 6개월 동안 최인아 씨가 고른 책을 회원들에게 보내주고, 희망하는 사람은 모여서 토론도 하는 형태의 북클럽인데 (선착순 형태로 진행 되겠지만), 첫 책으로 보내온 책이 바로 이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 였다.


제목을 보고서는 멈칫했다. 매대에 놓여있었다면 손도 대지 않았을 제목이다.
책 날개를 보고, 원제가 Solitude라는 것을 알고 약간은 마음에 놓였다.


하얀색 종이로 포장된 책과 함께 동봉된 편지의 추천사 일부를 발췌한다.

하루 스물 네 시간 중 혼자 존재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아니 그런 시간이 있기는 한가요?

누군가와 함께 있지 않고 혼자 계실 때 온전히 혼자인가요?
만약 그 때, 카톡을 주고 받거나 페북을 들여다 보고 계시다면 여러분은 혼자 계신걸까요? 그들과 같이 계신 걸까요?


<딥 워크>를 읽으며 일에 몰입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면, 이 책은 나 자신에게 몰입하지 못하는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책 끝을 너무 많이 접어서 책이 두꺼워졌다.




나는 매일 아침 사회적 불안의 안개 속에서 "내가 빠뜨린 게 뭐였더라?" 하고 생각하면서 일어나고, "내가 무슨 말을 했던가?"를 곱씹으면서 잠자리에 든다.

29p.


우리의 디지털 욕구는 거의 전적으로 사회적인 쪽에만 집중되어 있다. 워터먼은 사람들을 중독의 위험에 빠지도록 방치하는 것은 대부분 소셜미디어의 앱이라고 말했다. "문자 보내기,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같은 것들입니다. 이와 반대로 뉴스, 날씨, 운동경기 결과 등을 다루는 비소셜 사이트에는 중독의 위험이 거의 없어요. 공유한다는 사실 자체에 중독성이 있습니다."

43p.


홀로 있음은 하나의 자원이다.

모든 자원들처럼 그것은 수확되고 비축되고, 허가나 조사 없이 강력한 권력에 의해 사로잡혔다가 개인 재산으로 변신하여, 끝내는 우리가 한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텅 빈 공간이 점차 줄어들고, 그다음에 사라지는 것을 지켜본다. 결국 우리는 본 박사가 가졌던 풍요로운 내적 삶을 잃어버린다.

49p.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이 그들의 우울증 위험도를 거의 낮춰주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메일과 문자는? 그런 것은 어떤 수준의 우울증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현대인은 역사상 가장 많이 관계를 맺는 인간이 되었지만 고립을 막아주는 어떤 대비책도 갖추지 못한 것 같다.

54p.


사회화의 확대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이 홀로 있는 시간을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 똑같이 반복되는 사회생활에서 자신을 격리시키면 "일상적 삶의 복잡한 상황에서는 좀처럼 포착되지 않는 자기 이해와 깊은 내면과의 접촉이 증진된다" 라고 스토는 말한다.

57p.


크리스프는 기존의관념과 생각은 언제나 의혹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관념과 감수성을 개발해야 한다고 믿었다. 크리스프는 진정한 자신을 정립하려는 용기는 혁명적 행위일 수 있다고 보았다. 진정으로 멋진 사람이 되러면 부끄러움 없이, 유행이나 흥분한 군중의 요구에 개의하지 말고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순응에 대한 이 같은 거부는 인류 전체에게 훨씬 더 이롭다.

114p.


그런 집합적 의견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할수록 가치 있는 것과 무시해야 할 것에 대한 그들의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나 자신의 취향은 어디 있는가? 한 사람의 마음을 군중이 바꾸어 버리기가 얼마나 쉬운가?

143p.


당신은 자신이 모르는 것과, 당신이 아직 좋아하지 않는 것에는 결코 노출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 성장은 정체되고, 당신이 좋아하는 것의 관념은 그로테스크하게 왜곡되게 그려질 것이다.

146p.


매슈 크로포드는 <당신 머리 너머의 세계>라는 책에서 성숙한 취향을 가지는 과정은 사실 오락의 반대라고 말한다. 그렇게 하려면 공부와 교육이 필요하다. "그것에 미래가 있는가?" 그가 묻는다. "가공된 자극, 너무나 쉽게 삼킬 수 있는 정신적 자극 때문에 우리는 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또 우리는 크로포드가 생각하는 유식한 취향 개념을 버리고 대량 오락과 대중의 판단을 기초로 하는 취향을 선호할 경우 무엇을 ㅗㄴㅎ치는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149~150p.


구굴의 알고리즘이 '당신이 좋아하는 종류'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장소는 더 찾기 힘들어질 것이다. 광고가 구글 수익 구조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 그들은 돈이 안 되는 것은 사람들이 찾아내든 말든 상광하지 않을 것이다.

160p.


자연 세계는 그 나름의 무섭고도 상징적인 발언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은 메트로폴리스의 군중 사이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의미를 우리 삶에 부여한다. 강물을 들여다보면서 시간이 달아나는 것을 본다. 참나무에서 연록색 새순이 돋아나는 것을 관찰하며, 우리 자신도 새로워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얼굴이 상기된다. 자연의 무한성은 우리에게 위안과 진실을 투사하며, 우리 삶을 힘들게 만드는 가변적 트라우마와 난관들을 성찰하며 그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게 하여 내가 파도를 바라보면서, 무한한 확신을 가진 파도의 작품들을 보면서 나는 그들의 차분함, 그들의 정상성을 조금이나마 흡수한다.

201p.


발자국이 하나도 없는 해변에 가지 않고서는 홀로 있으며 행복할 수 없다면, 텅 빈 파도가 끝없이 계속 밀려오는 곳이 아니고서는 홀로 있지 못한다면, 휴가도 없는 현실의 삶은 명분을 잃는다. 아니다, 나는 여기서 느끼는 이 감각을 잘 꾸려서 일상생활 속으로 가져가야 하며, 그것이 도시에서도 계속 유지되게 해야 한다.

201~202p.


좋은 소설의 처음 10쪽만 읽어도 우리가 자기 주위에 구축한 요새, 나날이 살아가면서 우리를 보호해주는 단일한 '자아'라는 허세가 벌써 허물어지기 시작하여, 새로운 목소리, 새로운 정체성이 우리를 씻어주도록 허용한다는 것이다.

209p.


죽음은 최종적이고 어길 수 없는 홀로 됨이다.

그것이 약속하는 소멸을 우리는 공포로 바라본다. 바라보기라도 할 수 있다면 말이지만. 그것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최종적 격리이기 때문에, 우리 대부분은 평생 그것에 대해 온전히 생각하지 않은 채로 살아가게 된다. 프로이트가 지적했듯이,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절대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을 상상하려고 노력할 때 우리는 구경꾼이 되기 때문이다.

259p.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이토록 짧고 당황스러운 시간 동안 우리가 서로를 그토록 사랑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 신체를 고립이라는 어쩔 수 없는 사실, 그것의 견고한 한계, 그리고 우리가 죽는다는 사실이다.

282p.


"다른 사람과 함께 한 시간을 보낸다면 그에 비례하여 혼자서 X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일종의 규칙 같은 것이 있어요. 그 X가 얼마인지 난 잘 모릅니다. (..) 하지만 상당히 높은 비율입니다".

비율이라고! 군중 속에서 보낸 시간에 비례하는 상당히 긴 시간을 혼자 보내는 것. 그건 아주 현명한 명제다.

285p.




이틀에 걸쳐 이 책을 읽는 동안은 메일, SNS를 확인하지 않고 게임도 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이를 지켰다. 중간중간에 시간이 궁금해서 핸드폰을 보고 싶을때마다, 습관처럼 메일이나 SNS를 확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책 페이지를 찍어 앱에 올리는 평소의 독서 습관 대신에, (마음은 아프지만) 책끝을 접었다.


내가 갈망하고 있는 자발적인 '홀로 됨'의 시간에 대해 이토록 잘 설명한 책이 또 있을까. 너무 강력했던 초중반에 비해 후반이 약했고, 번역도 군데군데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이 책을 만나게 된 사실이 너무 다행스럽다.


나를 찾고자 노력할 것

(나만의) 취향을 만들 것, 다른 사람의 공감은 신경쓰지 말 것

독서를 통해 자아와 떨어져있는 시간을 가질 것

몽상의 시간을 즐길 것

자연의 혜택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것


마지막은, 내가 혼자의 시간을 갈망할 때 하는 생각과 너무 닮은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나는 나 자신을 다시 만나고 싶어 기다리기가 힘들 지경이다. (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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