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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록 Sep 01. 2022

저도 이제 뉴요커라고요?

두근두근 첫 출근 일지

2018년 9월 24일-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일어났다.


나도 드디어 어엿한 직장인이라니!

나의 첫 직장은 KPMG라는 회계법인으로 파크에비뉴와 렉싱턴에비뉴 사이, 51번가와 52번가 사이에 위치해 있었다. 4년이 지난 지금도 툭 치면 회사 주소가 입밖에 나올 정도로 두근대는 출근길이었다. 


귀에는 Alicia Keys의 Empire State of Mind가 흘러나오고 뒤엉킨 사이렌 소리들과 손에 든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오랫동안 꿈꿔왔던 맨해튼 첫 출근길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아, 나도 이제 뉴요커인가?


지하철로 편하게 출근하면 될걸, 굳이 굳이 40분을 걸어 헤럴드스퀘어 - 타임스퀘어 - 브라이언트 파크 - 5번가 - 록펠러센터 순으로 랜드마크 다섯 군데를 찍고 출근했고, 이 짧은 듯 긴 투어리스트식 출근길 여정은 향후 2년간 나의 출근길 리추얼로 자리 잡았다. 40분 동안 걸으면서 뉴욕의 랜드마크들을 거쳐 출근하고 나면 아무리 힘든 날이어도 '그래, 그토록 원하던 뉴욕에 입성했구나' 하며 자신감과 의욕이 풀 충전되어 힘든 하루하루를 버텨낼 힘이 생기곤 했다.


미국 회계법인은 신입(new hires라고 부른다)으로 입사하면 첫 일주일은 각자의 오피스에서 연수를 받고, 그다음 주에는 플로리다주의 올란도에 모여 다 같이 연수를 받게 된다. 미국 50개 주 전역에 흩어져있는 직원들이 한 곳에 모여 연수를 받기에 모두에게 지리적으로 제일 공평한 장소가 플로리다라나?


내가 입사했던 2018년을 기준으로 미국 전역에 KPMG 오피스가 약 55개가량 있었는데, 뉴욕 오피스에만 천 명이 넘는 new hires들이 새로 입사했었다. 직원을 이렇게나 많이 뽑는데, 나의 취업은 왜 그리도 힘들었던가 자괴감이 들 정도로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넌 어디서 왔니?

오전 9시 30분, 파트너들의 환영 인사 후 자기소개가 시작되었고, 졸업 후 이제 막 입사한 우리들은 마치 개강 첫날처럼 혹시나 같은 도시/주, 같은 학교 출신은 없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의 자기소개에 집중하였다. 그중 "I'm from Korea"라고 소개하는 두 명이 어찌나 반갑던지! 


자기소개 이후, 연수장은 본인들의 도시/주 이야기, 학교 이야기 등으로 시끌벅적 해졌고, 그래서인지 나의 입사 첫날은 직장인으로서의 느낌보다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커리어 페어에 참석한 느낌이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다섯 시가 되고, 옆자리에 앉은 일본인 동기와 스몰 톡을 나누며 역까지 걸어가는데, 이 친구, 우연인지 운명인지 우리 옆 아파트에 산다고 한다. 아시안을 만난 것만 해도 너무너무 반가웠는데, 심지어 동네 친구라니. 맨해튼의 월세가 살인적이어서 다들 브루클린, 퀸즈, 스테튼아일랜드, 뉴저지 등등 다양한 곳에 흩어져 살았기 때문에 동네 친구가 특히 더 귀했다. 신입 연수 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우리는 그 후로도 가끔씩 브런치 데이트를 하며, 크나큰 미국 땅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가며 느끼는 서로의 외로움과 공허함을 달래주었다. 




시작이 좋았던 나의 입사 첫날.


그날을 시작으로, 뉴욕을 사랑했던 나의 파란만장한 직장생활은 약 2년간 지속되었고, 그 시절은 많이 외롭기도 했지만 꽤나 따뜻했고 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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