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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록 Jun 05. 2022

내 나라 한국에서도 이방인이 된 기분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게 정말 맞을까?

더 이상 학교에 다니지 않기로 결심했다면 실행을 해야 했기에, 1년 반 가량의 짧디 짧은 첫 유학생활을 마치고 내 나라 한국으로 귀국했다.


이 얼마나 따스한 품인지.


고등학교 때도, 나중에 대학에 다닐 때도 방학에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비행기가 착륙하는 그 순간이 늘 제일 설레었다. 긴 비행 끝에 한국 땅의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심장이 어찌나 두근대던지. 심지어 착륙 후 인천공항 게이트를 나오면 한국 특유의 냄새도 어서 오라며 날 반겨준다.


귀국을 결심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던 길, 왠지 모를 시원섭섭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


당차게 떠났던 유학길의 끝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패배감, 하지만 이젠 더 이상 말이 안 통해 서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안도감, 그리고 친구들을 원 없이 볼 수 있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매일매일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행복함 등의 감정이 뒤섞인 눈물이었던 것 같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부랴부랴 검정고시부터 알아봤다. 나는 한국에서 중학교 3학년 1학기까지만 마치고 유학을 떠났는데, 그 당시 한국에 돌아왔을 땐 중국 학교에서의 학력도, 국제학교에서의 학력도 그 어느 것도 인정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별 수 없이 중졸 검정고시와 고졸검정고시 두 개의 시험을 연달아 봐야만 했다.


당시만 해도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봤다고 말하면 꽤 많은 사람들이 선입견을 가지고 나를 바라보았다.  학교를 안 다니냐는 질문을 참 많이도 받았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난 유학을 그만두게 된 계기나, 학교를 다니지 않기로 결심하게 된 백그라운드 등을 주절주절 설명해야 했다. 나중에는 마치 달달 외워둔 대본처럼 누군가 콕 찌르면 튀어나왔다.


"왜?", "왜 굳이?" 하는 질문들을 여러 번 받게 되면 스스로도 잠시 헷갈려지는 순간이 온다. 분명 나만의 특별한 이유들로 굳게 내린 결심인데 옆에서 자꾸 '그러니까 그걸 굳이 왜?' 하고 물으면 '아, 이게 잘못된 건가?' 하고 혼란이 오는 그런 순간.


그래서 난 내 나라 한국에서도 이방인이 된 느낌을 자주 받았다.

성실히 학교와 학원에 다니며 차근차근 대학입시 준비를 하는 친구들과는 분명 다른 길을 걷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나를 특이한 눈으로 바라봐준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후회를 잘 안 하는 성격인 나도, 원하던 대로 검정고시를 보고 남들보다 이르게 '고졸'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나서도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게 정말 맞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꽤 여러 번 던졌었다.

다행히 난 그 질문에 늘 YES라는 대답이 나올 수 있게끔 유의미하고 재미있는 경험들을 하며 10대 후반을 보낼 수 있었고, 아래 세 가지 귀한 능력도 얻게 되었다.




1. 쫄지 말고 일단 Go! 

2. 다 각자만의 스토리가 있겠지!

3. 나 사용법

     

남들이 흔히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든 스스로 잘 한 선택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꽤 많이 용감해졌다. 결과는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란 생각이 드니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선택을 주저하는 빈도는 줄어들고, 반대로 실행력은 높아졌다. 쫄지 말고 일단 go의 마인드가 장착된 것이다. 


또한, 나 스스로가 너무나도 다양한 풍파를 겪고 또 그에 이어지는 다양한 경험들에 노출되다 보니, 누군가의 결정이나 상황들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지 않게 되었다. '다 각자만의 스토리가 있겠지'하고 생각하는 오픈 마인드가 자연스럽게 길러졌다. 그리고 사람들이 흔히 갖는 스테레오타입을 깨가는 재미도 느끼게 되었다. 이를테면 '외국인은 장학금 받기 힘들지 않아?', '이 회사는 아시안이 가기 힘들지 않아?', '이 업계는 여자가 도전하기 쉽지 않잖아' 하는 고정관념들을 마주하면 괜히 한 번 깨보고 싶달까.


마지막으로 "나 사용법"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게 되었다. 어딜 가든 나의 결정들에 대한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들에 대한 질문을 받았었기 때문에 나의 이야기를 설명할 기회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나라는 사람을 더욱더 깊이 들여다볼 기회가 많았고, 자연스럽게 나를 사용하는 법도, 나를 설명하는 법도 더 잘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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