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0 am 알람이 울린다)
성가대 가야지 오늘의 찬양은 뭐지
연습을 안 해서 모르겠네
(콜록콜록) 목이 칼칼하다
그대로 잠이 들었다
ㅡ
(07:28 am 약 복용 알람이 울린다)
약 먹어야지
약을 먹어야 하는데
약이 어딨더라 방을 안 치워서 위치를 까먹었네
어젯밤에 인지했으면 꺼내놨을 텐데
저번에 저녁 7시로 투약시간 변경하기로 해놓고
까먹고 바보같이 아침에 먹었잖아
이젠 바꿀 수가 없는데(부작용이 심함)
그럼 지금 먹어야 하는데... 먹어야 하는데
그대로 잠이 들었다
ㅡ
(지-잉 핸드폰에서 짧고 굵은 알람이 울린다)
응..? 뭐지..? 내 폰은 무음인데
누가 방금 부재중을 남긴 소리구나
자느라 결국 성가대 못 나갔네
왜 이렇게 몸은 무겁고 눈은 계속 감길까
누가 약을 찾아서 입에 넣어줬으면
좋겠..
ㅡ
(지금 10시다 오늘은 교회 안 가니)
엄마 목소리다
어? 엄마 오늘 출근 안 했네
화장실 가야겠다 너무 참았네
약을 매번 눈에 보이는 곳에 뒀는데
늦었지만 먹어야지 (눈물이 흐른다)
대체 언제까지 이 약과 싸워야 하는지
제주도에서 그 전화를 안 받았다면
싫다 약 안 먹고 싶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뭐 종양이 커지고 시신경 눌리면서 시력을 잃겠지
어쩔 수 없는 내 상황을 또 못 받아들이면서
눈물과 불만과 함께 약을 삼켰다
언제 수용할 수 있을까
시간이 필요해
ㅡ
(어제 심리상담의 여파가 오래가네)
교회 가야지
청년부예배라도 가야지
조금만 누워있다가 가야지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많이 남았네
조금만 생각 정리 좀 하다가 가야지
방도 치워야 하고, 블로그 포스팅도 하고
현수막 시안도 만들어야 하고, 글도 써야 하고
왜 이렇게 해야 할 일이 잔뜩 쌓였지
내가 지금 무기력하구나
무기력증에 걸려버렸네
그러니까 방도 너무 더럽구나
그동안 꾹꾹 누르고 감춰왔던 트라우마를
처음 용기 내어 꺼내면서 고장이 났다
감정조절이 아예 안 돼버리니까
한 시간이라는 심리상담 시간이 끝났는데도
운전할 때 위험할까 봐 걱정되어 보내지 못하는 선생님
드러낸 감정이 괜찮아지려면 며칠은
많이 다운되어 있을 거라며
ㅡ
(이어지는 한숨, 흘러가는 시간)
청년부예배 가야지
밖에 날씨를 봐야겠다 35.1도..?
걸어가다가 어지러워서 컨디션 더 떨어지면 어떡하지
차를 끌고 갈까 바로 밑인데 그 정도도 못 걷겠네
나약한 자식 근데 지금 몇 시지
언제 가지 10분 전인데 이러고 안 가면
일주일간 후회할 텐데
왜 나는 못 일어나고 있지
배도 안 고프네 여기도 무기력하구나
ㅡ
(트라우마)
큰일이네
앞으로 트라우마를 조금씩 꺼내야 하는데
매주 이러면 안 되는데
아휴 지금이라도 일어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