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도 용기란다.
조카아이가 두고 간 빵을 보니 짠하다.
필요한 그 사람에게 전해줬더라면
좋았을 것을.
지하철 입구를 막 빠져나오자
어떤 할머니가 다가왔다고 한다.
옷차림이 초라하고 딱 봐도 노숙자 같은
느낌이었다고.
쭈글 한 얼굴 찌푸리며 '배가 고프다'라고
말했다 한다.
순간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단다.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사드려야 되나?'
'그러다 무슨 오해라도 받으면 어쩌지?'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이상한 일에 연루되는 거 아냐?'
그런 생각이 들자 그냥 무시하고
가기로 했단다.
횡단보도를 건너며 돌아보니
배를 잡고 구부정 서 있는 할머니가 보였다.
마음이 영 편치 않았던 조카아이가
편의점에 가서 빵 하고 우유를 샀단다.
사실 주머니 사정 좋지 않은 녀석으로선 그 정도가
최선이었다.
빵을 슬며시 전해주고 오려고
그 자리에 갔는데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 근처를 살펴보다가 할 수 없이
전하지 못하고 돌아왔다는 것.
"에구, 사줄 마음이면 할머니에게 가서 잠깐 기다리시라고 하지 그랬니."
어찌 보면 친절을 베풀 때도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너무 사소해서 눈치가 보일 수도 있고,
역으로 친절을 베풀고도 피해를 당할까 봐
몸을 사릴 수도 있다.
'조금의 생각과 조금의 친절이 그 어떤 돈보다
더 가치를 발휘할 때가 있다.'는 존 러스킨의
말이 떠오른다.
비록 작은 베풂일지라도 받는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다음부터는 친절을 베풂에 있어서
보다 용기를 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