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할 게 있습니다. 놀라지 마시고요. 제가... 사실은 달나라에 땅이 좀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게 달나라 주민증하고. 나머지 서류들은 달에 있는 제 땅 등기문서와 달소유 권리증, 토지 위치도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돈을 주고 정당하게 샀습니다.
2004년 9월, 미국에 있는 ‘달 대사관(Lunar Embassy)’으로부터 정당하게 매입한 땅입니다. 2에이커(두 필지). 1에이커가 한국 단위로 치자면 약 1,224.4평 정도 됩니다. 위치를 지구로 비유하자면 캐나다 토론토 근방쯤 되고요.
한 필지는 평생 우리나라에 땅 한 평 없으신 우리 아버지 명의로 사드렸고, 나머지 한 필지는 제 가족 이름으로 샀습니다. 이중국적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렇다고 제가 뭐, 누구처럼 군대를 안 갔다 온 건 아닙니다. (웃음)
2004년 당시, 아버지께 계약서와 달 주민증, 땅문서를 드리면서 비장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아부지, 달 땅 1,224평입니다. 제가 학창 시절 속상하게도 해드렸고, 엄마 금반지도 팔아먹었는데, 이 정도 땅이면 그동안의 물가 상승을 감안 하더라도 충분히 상응하는 가치라 생각합니다. 오래오래 사셔서 군산 집 파시고, 달에 가서 저택 하나 지으시고 엄마랑 행복하게 사세요. 집 짓는 비용은 저에게 얘기하지 마시고요. 조만간 문 뱅크(Moon Bank)라고 생기겠죠? 거기에 대출 상담하세요.”
아부지는 이것저것 문서를 꼼꼼히 살피시더니, 긴~~ 한숨을 쉬시며 엄마를 보셨습니다. 그리고 딱 한 마디 하셨죠.
“저녁 일찍 먹지.”
아마도 저녁을 일찍 드시고 달에 있는 당신의 땅을 보시려나 보다 했는데... 저녁 반주로 소주를 한 병 반 드시고는, 나를 상당히 측은하게 바라보시더니 바로 누우셨습니다.
“... 아부지? 달 안 보실 거예요?”
아부지는 군산을 떠날 생각이 없으신가 봅니다.
그리고 우리 애들에게도 달 땅문서와 등기 권리증을 보여주며 설명했더니, 착한 우리 아들은 뭐라 할 말을 잃은 듯했고, 현실적인 우리 딸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본인은 한국이 너무 좋으니 아빠나 가셔서 사시라.”
다들 너무 건조하게 사시네... 그래, 합치면 2,448.8평이니 나 혼자 가서 대저택을 지어서 위대한 개츠비처럼 살 거다.
그때 가서 뭐 “땅 쬐금만 달라느니, 위대한 유산이니, 땅값이 올랐느니” 그런 세속적인 말들은 하지 말아라. 치사 뿡~이다.
아빠는 달 사회단체에 다 기부해서 불우한 달 시민들을 위해 쓸 거다. 초청도 안 할 거다. 나 혼자 천년만년 살 거다. 밤마다 너희가 사는 지구를 내려다보면서, 매일 파티하면서 위대한 개츠비처럼 살 거다. 흥~
그리고, 아부지도 그래요. 아들이 12평도 아니고 124평도 아니고 무려 1,224.4평을 사드렸는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그리 어려우셨습니까? 아부지도 흥~입니다.
난 매일 밤마다 달에 있는 내 땅을 보며 언젠가 그곳에 가는 날을 상상할 거야~~
이따금 달을 보면, 그 위에 아버지의 한숨이 비쳐 보인다.
[달 토지 계약 정보]
계약번호: 1,777.58-228호
위치: Area Juliet-5 / Quadrant Bribe Lot #454-55
위도(Latitude): 20-24° N
경도(Longitude): 32-36° W
상세: 북서쪽 맨 끝 선단으로부터 남쪽으로 021 제곱평방, 동쪽으로 014–015 제곱평방에 위치.
#감성에세이 #에세이 #글쓰기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