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화가 타인의 눈치를 보는 문화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극단적으로 공기를 읽지 못하면 살아가기 어렵다는 말까지도 합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가 아니라 ‘모난 돌은 배척당한다’, ‘이지메 당한다’가 맞을 겁니다. 모난 돌 옆에 있으면 벼락을 맞을 수도 있으니 말이죠. 물이 흘러가는 대로 대세를 따르고 남과 다른 의견을 내서 충돌하지 않는 삶이 가장 자연스러운 삶이라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언론은 그럴 수 없습니다. 모난 돌이 되어야 하지만 더는 독자의 구독료가 아닌 광고주의 광고비로 언론사가 운영되는 현실에서 그건 어디 개나 줘버려야 하는 이상론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대다수 일본인은 왕실 관련된 뉴스는 물론 오랜 세월 집권당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자민당에 관련한 기사 또한 자체검열을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2017년 총선에서 다시 승리하여 총재 3선 연임에 성공한 아베의 권력이 ‘거칠 것이 없어’ 보였던 2020년, 도쿄신문(東京新聞)은 신문 캐릭터로, 요시다 센샤(吉田戦車)의 대표작으로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만화 ‘우츠른데스(전염됩니다)’에 등장하는 ‘카와우소군(かわうそ君, 수달군)’을 기용하기로 했다는 광고를 내보냅니다
. ‘우츠른데스’의 ‘카와우소군’ 캐릭터에 도쿄신문은 ‘공기는, 읽지 않아(空気は、読まない)’라고 굳이 ‘공기는’이라는 단어 뒤에 쉼표를 찍어가며 선언합니다. 그 말인즉슨 정권의 눈치는 보지 않겠다는 겁니다. 대신 약자를 대변하고 권력이나 힘 있는 자의 눈치를 보며 손탁을 하지 않고 진실만을 추구하는 보도를 하겠다는 각오도 밝혔습니다.
도쿄신문의 이 선언은 신문이 아베 정권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하겠다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를 밝히는 일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신문에 공기를 읽지 않는 외부인사들의 기고(눈치 보지 않는 기사)를 싣기 시작하였습니다. 기사에는 ‘아베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들도 많이 들어 있었습니다. 올해 새로운 광고 CM은 ‘진실을 전하다(本当を伝える.)’인데, 고통받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하겠다는 겁니다.
언론은 팩트만을 다뤄야 하겠지만, 그 사실은 진보적 관점이든 보수적 관점이든 특정 관점에서 해석과 판단이 더해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권 여당은 자신의 주장과 다르게 해석하는 언론의 공정성을 문제시하곤 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권력에 빌붙어 눈치나 보는 언론과 정치인들을 보면서 우리도 ‘공기는, 읽지 않아(空気は、読まない)’라고 선언하는 언론을 보고 싶습니다.
대통령은 언론의 눈치는 보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국민 마음의 공기는 읽어주길 바랍니다. ‘난 내 할 도리를 다했는데, 그걸 무시하고 제멋대로 판단하고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네가 나쁜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참 씁쓸합니다. 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만 충성한다는 말이 그렇게 무서운 줄 예전에 미처 몰랐네요. 그는 자신의 말처럼 국민이 아닌 자신이 속한 조직에만 충성하고 충성하는 사람만 눈에 들어오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