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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사김 Oct 03. 2023

홈쇼핑,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면?

인포머셜을 통해 바라본 홈쇼핑의 미래

 홈쇼핑 위기론이 등장한 지는 10여 년이 지났으나, 업계에서 피부로 느끼는 최근 위기의 수준은 엄청납니다. 매출은 지속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2030은 TV를 외면한 지 오래되어 핵심고객의 연령을 50대를 상회합니다. 10년 전 30%를 밑돌던 매출대비 송출수수료의 비중은 22년 기준 약 66%에 다다릅니다. 

변곡점의 시작은 2012년~2015년으로 보입니다. LTE의 도입과 함께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이루어진 시점입니다. OTT, 유튜브의 확대로 매체로서의 TV의 경쟁력은 약화되었습니다. 대중의 관심도를 나타내는 홈쇼핑 키워드의 검색량은 지속하락하여, 23년의 검색량은 14년 고점 대비 약 10%에 불과합니다. 

[10년 전부터 40대조차 스마트폰이 TV보다 우위입니다. 출처=연도별 필수매체 인식변화 2012~2016, KISDI]
[최근 20년간 홈쇼핑 검색량 추이, 출처=구글 트렌드]

변화하는 쇼핑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것은 해외 홈쇼핑업계도 같습니다. 미국의 경우 20년 전 1,500억 달러 규모였던 TV홈쇼핑 시장은 약 10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됩니다.(출처=코트라, 무역협회) 이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 1위 TV홈쇼핑 사업자인 QVC는 전체 판매량의 58%를 모바일을 통해 달성하였고, 라이브 스트리밍을 시도하고 있으나 예전의 영광을 잃은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국내업계에서는 PB상품 제작, 지적재산권(IP) 사업, 숏폼 콘텐츠 강화 등을 통해 신성장 활로를 모색하고 있으나,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아직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인포머셜에서 보는 홈쇼핑의 기시감?

 인포머셜. Information+Commercial이 결합된 단어로서, 상품의 정보를 알린 후 전화번호로 구매를 유도하는 광고입니다. 홈쇼핑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 독립적인 채널을 보유한 사업자라면 인포머셜은 케이블 TV사의 광고편성시간을 구매하여 노출합니다. 국내 1위 인포머셜사의 경우 집행 매체비용 순위가 삼성, LG, 현대차, KT 바로 다음순위일 정도로 막강한 광고 영향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포머셜 업계의 히트상품, 라이나 생명 광고]

 TV채널을 돌리다 어쩌다 보이는 광고를 보면 정말 구매하고 싶게끔 상품 기능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줍니다. 물론 판매가 목적이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를 쌓기 위한 영상미나 빅모델을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소 B급 광고처럼 보이더라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도록 철저하게 셀링포인트와 가격을 강조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제작합니다.

[필요하지 않아도, 일단 광고를 보면 정말 사고 싶어 집니다..]

인포머셜은 케이블 TV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합니다. IMF때 급성장하여 AB슬라이드, 라꾸라꾸침대, 잭필드 바지 등 히트상품을 쏟아내었으나 여러 문제로 서서히 고객의 외면을 받기 시작합니다. 가격에 비해 떨어지는 품질이슈 및 충동적 구매를 유도하는 멘트등이 그 이유입니다.

 2000년대 중반 무렵부터 나타난 위기감은 홈쇼핑업계보다 약 10년 정도 앞선 것이었습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위기의식을 느끼고 체질개선하여, 성공사례를 만들어낸 업체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 핵심전략이 PB입니다. 


플랫폼이 되거나 제조사가 되거나?

 인포머셜 업계 1위 업체인 인포벨은 다수의 자사제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홈쇼핑업계의 위기 속에서도 최근 3개년간 두 자릿수의 성장을 이루어내고 있습니다.

[인포벨 연도별 매출, 출처=인포벨 감사보고서/DART전자공시자료]

‘쏘팔 코사놀’로 대표되는 건강기능식품을 비롯하여 화장품, 주류, 잡화등 카테고리에서 다수의 자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부 브랜드와 보험상품을 제외하고 PB상품 판매에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인포머셜업체 PB제품, 출처=인포벨]


지금의 홈쇼핑이 겪고 있는 2가지 문제를 인포머셜업계 역시 경험하였습니다. 매체수수료 대비 매출효율 저하가 첫 번째이며, 제품 품질에 대한 소비자 신뢰 하락이 두 번째입니다.

TV시청고객은 지속이탈 하는 데다가 인포머셜의 쇼루밍화*(인포머셜광고를 보고, 온라인에서 구매)까지 생겨나니 매출이 광고비 대비 70~80%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자극적 콘텐츠로 인한 방통위 심의가 강화되면서, 콘텐츠의 자극? 이 약해지면서 특유의 셀링포인트를 강조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때 인포머셜 업체는 업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여,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셀링포인트를 강조한 영상 콘텐츠의 제작입니다. 다만 노출된 콘텐츠의 영향력을 온라인의 타 판매채널에 빼앗기지 않고 오롯이 가져가기 위해서는 브랜드를 직접 운영하는 것이 필수였습니다. 타사의 브랜드를 소개해주고 정액, 정률 수수료를 받는 것이 아닌 본인의 브랜드를 보유 중인 광고 구좌에 노출시킨 후 수출, 대형마트, 쿠팡 등 타 채널에서의 판매로 이익을 도모하는 전략은 성공적이었습니다. 플랫폼 사업자로서 한계를 인정하고, 사업의 무게 추를 자체 브랜드를 육성하는 것으로 옮겨갔습니다.  

[자회사 애드크로스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 인포벨 PB제품, 출처=애드크로스]


홈쇼핑사에서 PB를 성공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PB의 론칭이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출시한 10개의 제품 중 1~2개만 자리 잡아도 성공으로 평가받습니다. 거의 모든 홈쇼핑사에서 PB를 출시하고 있으나, 소비자에 기억될 만한 성공사례는 왜 드물까요?

 먼저 매출이 잘 나오는 품목과 특징을 분석하여, 유사한 스펙의 제품을 개발합니다. 해당 카테고리의 개발경력이 있는 외부 제조사 출신 인력을 영입하여 트렌드에 맞는 컨셉으로 기획합니다. 기존 홈쇼핑 조직에 필요 없던 재고관리, 품질관리를 위한 조직도 만들어집니다. 자체 상품이기 때문에 편성팀 소통이나 QA를 진행하는 데는 훨씬 수월합니다. 기대를 갖고 방송이 되었으나 실적은 애매합니다. 론칭 후 1년이 되기도 전에 내부적으로는 해당 브랜드/제품에 대한 지속 운영에 대한 의문이 생겨납니다. 결국 3년 정도가 되면 해당 본부장은 경질되고, PB는 존재감이 없어집니다.


입퇴점이 빈번한 유통업체에서는 한 번의 평가로도 재방송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만 브랜드사의 관점에서는 훨씬 긴 호흡으로 씨앗을 심고 싹을 틔워야 하는데, 당장의 실적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유통사의 기준은 신규브랜드가 어느 정도 자리 잡기까지의 허들로 작용합니다.

인포벨의 PB는 손실을 감수한 장기적 관점이 있었기에 만들어졌습니다. 재고문제가 생겨도, 당장의 매출효율이 나지 않아도 투자 개념으로 광고를 지속 집행하였습니다. 개발 선급금, 영상 콘텐츠 기획, 물류 투자를 먼저 하고 부족한 매출은 별도의 영업조직을 만들어 타 유통사에 입점을 통해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오너의 의지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필요한 건 인디언식 기우제? 

 브랜드웍스코리아의 주방용품 브랜드 오덴세는 CJ오쇼핑의 PB브랜드로 시작하여 현재는 독립된 자회사 브랜드로 성장하였습니다. 

[CJENM PB브랜드로 시작한 오덴세, 출처=오덴세 홈페이지]

초기 몇 년간 영업적자를 면치 못하면서도 회사차원에서는 꾸준히 투자와 지원을 지속하였습니다. 반드시 성공시킬 수 있다는 믿음에서 경영진의 서포트가 있었던 것인데,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 경영리더가 든든한 뒷받침이 되었다는 것이 업계의 소문입니다. TV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와 같은 계열사 예능에 노출시키는 한편, CJ오쇼핑이 CJENM에 합병됨에 따라 드라마 ‘미스터선샤인’에 PPL을 진행하는 등 가용할 수 있는 마케팅자원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홈쇼핑 PB의 약점인 브랜드 고객 접점을 넓히기 위해 오프라인으로 진출을 론칭 초기부터 도모하였습니다. 한샘 플래그쉽 매장을 시작으로 하여, 현재는 30여 개의 백화점 매장 및 10여 개의 복합몰, 아웃렛 매장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세계 최대 생활용품 박람회 암비안테(Ambiate)에 출품하면서 수출판로를 개척하며, 꾸준한 제품 개발과 브랜드 관리를 통해 성공한 홈쇼핑 PB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023년 오덴세 연관 긍/부정어, 출처=썸트렌드]

홈쇼핑 PB의 성공이 유독 어려운 이유는?

쿠팡의 경우 거의 모든 카테고리에 걸쳐 20여 개의 PB를 보유 중이며, SSG의 피코크, 노브랜드, 데이즈 등은 알려진 성공사례입니다. 패션 카테고리를 제외하고 유독 홈쇼핑에서의 성공 사례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쿠팡 PB 브랜드 탐사, 출처=쿠팡 홈페이지]

유통사의 PB는 브랜드사의 제품에서 브랜드를 떼고 동일한 품질과 가치를 제공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포지셔닝합니다. 소비자에게 대형마트나 온라인은 데일리 쇼핑채널로서 목적성 생필품 또는 FMCG를 구매하는 채널로 여기기 때문에 품질만 어느 정도 맞는다면 PB가 구매의 대안으로 자리 잡을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홈쇼핑은 정기적 구매라기보다는 비정기적이며, 목적성보다는 충동적 구매 채널이다 보니 일상 소비재의 PB운영이 어렵습니다. 또한 여러 가지 품목을 장바구니에 담아 객단가 4~5만 원을 만들어내는 쿠팡이나 대형마트와 달리 홈쇼핑의 1인 구매액은 1가지 품목으로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객단가가 낮은 품목에 대해서는 개발이 어렵고, 물류/재고를 감당할 여력도 생기지 않습니다.

결국 객단가를 도모할 수 있으며, 기존 브랜드제품의 대안으로써 선택이 아닌 독립된 브랜드로서의 가전, 패션, 생활주방용품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장기적인 브랜드의 성장을 기다릴 수 없는 경영진과 R&D나 품질관리, 영업, 물류 조직을 관리한다는 것은 회사 오너차원에서 감당해 주어야 가능합니다.


홈쇼핑 PB가 나아 가야 할 방향은?

홈쇼핑 MD를 통해 PB를 기획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그들은 매출이 잘 나올 것인가? 방송의 스토리가 잘 나올 상품인가? 에 대한 판단은 잘할 수 있으나, 신제품을 기획하거나 연구개발 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또한 브랜드를 성장시키는데 필요한 마케팅 역량도 부족합니다. 따라서 PB는 제조사가 제품개발을 하듯이 장기적 관점에서 별도의 조직에서 독립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인포머셜 사가 셀링포인트를 부각할 영상콘텐츠 제작에 역량을 활용하여 PB를 성장시켰듯이 홈쇼핑사는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제품소개, 콘텐츠 역량을 활용해야 합니다. 

아이디어는 있으나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상품화를 시키고, 판로확대에 도움을 주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홈쇼핑을 발판 삼아 쿠팡, SSG, 백화점, 해외로 수출하는 브랜드로 성장시킬 적극적 지원군 역할도 가능합니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라는 좋은 씨앗 가릴 수 있는 안목과 싹을 틔울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경영진의 장기적 관점과 인내라고 생각합니다. 

 홈쇼핑업계에서 PB성공사례를 창출하여 현재의 위기를 잘 극복하길 기대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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