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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사김 Nov 30. 2024

내가 글을 쓰지 않는 이유

 1년 만에 올리는 글이네요. 오늘은 제 브런치에서 다루지 않았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제가 브런치에 글을 올리게 된 것은 제가 가지고 있는 경험이나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였습니다. 나름 업계에 오랜 기간 몸담으면서 겪었던 살아있는 이야기나 MD로서 마케터로서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이제 막 커머스 사업을 시작하신 분들 또는 제품/서비스의 아이디어는 있으나 구체적인 실현방법에 막혀 고민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했던 소통했던 대표님들께 받는 피드백은 글을 쓰는 이유였고, 창업을 꿈꾸는 누군가에게 드리는 저의 응원 메시지 이기도 했습니다. 브런치를 통해 많은 분들이 겪는 힘든 창업의 시기를 조금이나마 이겨냈으면 했습니다. 상품을 만들고 나서 겪는 판로에 대한 막막함, 브랜딩과 비즈니스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마음먹었던 기준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검색되는 이야기는 하지 말자.

두 번째,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는 하지 말자.

세 번째, 마케팅 책에 나오는 이론적인 이야기가 아닌 실용적이고 현실적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하자.

 

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특정브랜드나 플랫폼의 속사정을 이야기하되,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는 자체 검열했습니다.

최소 한 달에 1회 이상 게재하되 2년 이상 지속한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허리 수술을 했을 때에는 병원에서 서서 몇 시간씩 글을 쓰기도 했고, 주말이면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만족감을 주었습니다. 아는 작가님은 글감이 없어 고민을 하고 계실 때 오히려 글감이 넘쳐 어느 주제부터 다루어야 할지 고민할 정도로 시장은 다이내믹했고 저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반응도 나름 괜찮았습니다. 필명으로도 유명 브랜드사나 콘텐츠 플랫폼의 기고의뢰를 여럿 받았을 때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강의의뢰나 좋아요가 쌓일 때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글 목록을 보면 아시겠지만 글의 게재 주기가 주간단위에서 격주, 월단위로 점점 벌어집니다. 초심유지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제 타깃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의문이었습니다.

거짓말은 하면 안 되기에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리테일, 마케팅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글이 평범해지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결론이 나기에 뭔가 찝찝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의 이유는 생각이 많아져서입니다. 글 한편을 쓰는데 한두 시간 길어야 세네 시간이면 충분했지만, 나중엔 글 한편을 놓고 일주일 한 달 넘게 붙잡고 있는 적도 많았습니다. 잘 쓰고 싶은 마음, 오해 없는 표현을 위한 고민이 깊어지다 보니 글 쓰는 자체가 부담이 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내가 글을 쓸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브랜드는 현재 00억대 매출을 보이고 있는데,  목표치가 높아서였을까요? 과연 “나는 증명하고 있는가”에 대한 자책이 들었습니다. 시중에서 팔리는 000억 마케터의 노하우, MD가 공개하는 00 비법 등의 책을 보면서 내가 증명하지 못했는데 누가 누구에게 알려주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이루었던 매출과 실적은 오롯이 제 몫이 아니었단 걸 인정하는 순간, 글 쓰기가 망설여졌습니다.

몇 해전 글로벌 컨설팅펌에게 자문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현실도 모르면서 이론적, 논리적으로만 내세우는 그들을 속으로 욕했던 모습이 떠오르면서 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모처럼 오랜 기간 인연을 이어온 정부기관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유통/마케팅 강의를 하고 왔습니다. 창업기업 대표님들이 대상이었는데 그중에는 인플루언서를 비롯해, 대기업의 마케터, 대학교수, 여의도 증권맨 출신 등 업계에서 인정받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오신 대표님들을 보면서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이 생겼고, 부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강의는 1:1 맞춤형이 만족도도 높고 실용적이지만, 대상자들이 처한 상황이 워낙 다르다 보니 글을 쓸 때처럼 두루뭉술한 이야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플랫폼 기업부터 FMCG, B2B산업재까지 워낙 다양한 카테고리의 대표님들께 도움이 되고자 주제를 잡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강의 중 리액션이 약하면 준비한 내용을 넘어가거나, 피드백에 따라 강약조절을 하였습니다.


제 기대치가 컸었나 봅니다.


수강자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호흡한다는 강의부심이 있었는데, 질문은 적었고 눈 마주침도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1년 만에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쉬는 시간에 만난 대표님들의 피드백 때문이었습니다.

과한 칭찬과 피드백을 주셔서 강의 중에는 왜 리액션이 없었냐고 여쭤봤더니, 정부기관에서 제출할 서류 마감일이라 귀로는 들으면서 각자 모자란 서류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강의 날짜를 왜 이때 잡아서 대표님들이 집중하지 못하게 되었는지..

담당자님.. 나쁜 사람

 강의 후 소통한 분들과의 대화는 유익했고, 나중에 따로 만나 서로 도울 수 있는 부분은 협업하기로 하고 나서 준비한 내용이 쓸모 있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모든 이야기가 도움이 되지 않았겠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피드백은 다른 강의에서 듣지 못한 실전적인 내용이란 점이었습니다. 자금과 네트워크가 충분치 않은 창업기업 관점에서 이야기하고자한 의도가 통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검증되지 않은 업계 비사(秘史)? 를 공개한 것도 반응이 좋았고 본인들이 가는 길에 확신을 주어 감사하다는 피드백이 마음의 울림을 주었습니다.

 


 

 꾸준히 글을 올리는 몇몇 마케터분들을 보면 존경심이 들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인생을 걸고 뚝심 있게 나아가는 대표님들을 보면 많은 자극을 받습니다. 앞으로 제가 언제 다시 글을 쓰게 될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제 노하우와 경험을 아낌없이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제가 쓰는 글의 무게를 스스로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았나 합니다. 앞으로도 가볍게 글을 쓰지는 않겠지만, 진정성 있게 이야기를 꾸준하게 하고자 합니다.

창업을 고민하시고, 시작하신 모든 대표님들을 응원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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