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도의 IT Product Manager 취준기 1화
영어영문학도의 제로베이스부터 PM이 되기까지의 고민과 과정을 세세하게 기록합니다.
나는 나를 설명할 때, 항상 애매하게 큰 육각형이라고 말하곤 했다. 인서울을 할 정도로 공부도 나름 꽤 했고, 운동도 뭘 하든 잘했고, 사람과의 관계나 적극성도 나름 괜찮은 편이라 학과, 동아리 회장을 권유받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SKY, 전문직을 할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도 아니고, 운동선수가 되기에 경쟁력이 애매했다. 부모님처럼 장사를 할 정도로 용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어느 누구처럼 평범하면서 조금은 다방면에 뛰어나고 관심이 많은 10대, 20대를 보냈었다. 그래서 였을까? 나는 뚜렸하게 잘 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항상 어떤 직업을 가질까 고민을 했었다. 하고 싶은게 없었기에 나는 공부밖에 할게 없었다. 20살까지는 수험공부, 20대 초반에는 감정평가사 고시공부, 20대 중후반에는 공기업준비를 했었다. 관성적이고 뻔하게 살아오다 공기업 인턴을 하게 되었고 그 때 내가 평생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을 던졌을 때, 숨이 턱 막혔다. 공기업이기에 필요한 절차와 공익을 위한 합리성보다 더 우선시되는 당위성들을 보면서 진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내 성격과 맞는 직업을 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서 느꼈던 나의 성격, 장점을 파악했다. 나는 합리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일정이 있으면 동선이 꼬이는 걸 엄청 싫어하는 편이고 가게에서 서비스가 제대로 안 이루어지거나, 웹이나 앱 상에서 불편한 경험을 하게 되었을 때 , 조금만 더 개선하면 좋을 것 같은데 왜 안 하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에 맞는 직무를 찾아보면서 마케팅을 접하게 되었다. 내가 정의하는 마케팅은 '100만 원을 쓰면 101만 원을 벌어줘야하는 가장 자본주의적인 것'이라고 느꼈다. 어렵지만 굉장히 매력적인 분야라 생각했고 내가 마케팅분야에서 살아남게 된다면 어떤 분야든 어떤 상황이든 자립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마케팅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직무를 알아보던 중 마케터들이 나중에는 PM으로 커리어 전환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PM? Project Manager 인지 Product Manager인지 그게 무엇을 하는 직종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혹시나 미래에 나도 여타 이미 경험한 마케터들처럼 커리어 전환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찾아보게 되었다.
Product Manager PM 쉽게 설명하면, 초기의 카카오톡과 지금의 카카오톡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초창기 카카오톡은 정말 메신저의 기능을 충실히 했다. 아니 그런 기능밖에 없다고 하는 게 더 알맞은 표현인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카카오톡을 보면 다양한 기능들이 있다. 그중에서 특히나 PM이라는 직무를 잘 설명할 수 있는 기능은 선물하기이다. 매출을 창출시키는 기능을 추가하고 그 전반적인 기획과 진행, 런칭까지 담당하는 사람을 PM이라고 일컫는다. 단순하게 선물하기 기능을 추가하는 일이지만 꽤나 복잡한 기획과 과정들이 있다. 우선적으로 선물하기 기능을 추가하면서 이 기능을 유저가 사용하게끔 유도하는 동기까지 치밀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그래서 선물을 보내게 되는 생일을 표시하는 기능도 같이 추가하게 되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곧 생일임을 알게 되어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능을 사용하게 된다. 전략을 바탕으로 이젠 구현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어디에 배치를 해야 할지, 어떤 디자인으로 해야 하는지, 개인정보와 연결된 생일관련 데이터들로 구현하고, 또한 이런 개인정보를 활용해도 되는지에 법적검토 등 신경써야할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런 것들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팅, 사업기획 등 다양한 사람들과 조율하고 일정을 체크하면서 서비스를 론칭하는 것이 Product Manager라고 한다.
이런 General한 Product Manager가 애매하게 큰 육각형인 나와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되기로 결심을 했지만 나는 문과 중에 문과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대학생이었다.
홍하디의 눈 앞이 캄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