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book 독서모임 중에서.
아침을 열면서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옥상으로 올라가던 그 사람들이 그토록 살고 싶지 않았던 그 하루를 사는 것이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누군가 그토록 태어나고 싶지 않았던 그 하루를 사는 것이다. 이미 태어난 사람들도 애써 이 공동체의 소멸에 공헌하고 있다. 한국으로 여행 오시면 멸종 위기의 공동체를 구경할 수 있어요. 한국은 사라지는 중이에요, 상영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p.18-19
나는 이 책은 이 4줄에서 책 전체를 요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동체라는 것은 곧 대한민국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소멸은 우리가 처해져 있는 사회적 약자와 온갖 곪아 터진 정책이 아닐까 하고, 감히 생각해본다. 고도성장을 이룬 것은 큰 성공을 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진정한 민주주의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투쟁과 희생을 치러냈지만 여전히 민주주의는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 그런 사회의 부조리를 조롱하는 내용들이 이 책 한 권에 여러 면으로 다뤘고, 훌륭하게 그 역할을 수행해 냈다고 생각한다.
‘결혼생활을 하다가 느닷없이 배우자가 화를 내면, 십중팔구 당신이 못생겨서입니다. 다른 이유로 화를 내려다가도 상대가 잘생겼으면 화를 참았을 테니, 결국 배우자가 화를 내는 것은 당신이 못생겨서입니다. ‘
여기까지 이 문장만 읽었다면 작가를 욕하는 사람이 반 이상일 것이다. 나는 이 문장만으로도 너무 재밌어서 첨삭을 남길 정도였다. 그가 말하는 잘생김은 피부와 얼굴빛이다. 좋은 영양과 충분만 수면이 그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러한 특권은 소수만이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난은 가난을 낳는다. 결국엔 있는 사람이 돈 번다, 이런 이야기를 숫하게 들어왔는데 살아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가난의 대를 끊고자 미친 듯이 일을 하고, 그러다 노동자의 삶으로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삶을 마감하는 청년들과 가장들이 우리가 모르는 순간순간 죽어가고 있다.
이 책에는 내가 좋아하는 김영민식 개그와 진심이 섞여 있다.
그렇지만 외나무다리를 아슬아슬하게 건너는 것 같은 문장들이 여러 곳 있어서 마냥 웃으며 볼 수만은 없었다. 그가 권하는 쉬는 방법 중에, 젖과 꿀이 질질 흐르는 달콤한 휴식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결코 내가 음란마귀여서 그런 것만은 아니니라 생각된다.
그런 그가 여자 대학에서 생애 첫 직장을 얻게 된 것은 쇄골에 떨어진 작은 행운이라고 한 표현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결국은 내가 어디까지 받아들이며 책을 읽느냐의 문제인 것인데, 전자는 견딜 수 없고 후자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는 것이 어쩌면 나만의 또 다른 모순된 모습이겠지.
‘무엇에 열심히 종사하지 않은 사람은, 잘 쉴 수도 없다. 쉰다는 것이 긴장의 이완을 동반하는 것이라면, 오직 제대로 긴장해본 사람만이 진정한 이완을 누릴 수 있다. 대개 학생의 경우 그 긴장은 공부를 의미한다.'라는 생각에 대해서는 나는 생각이 다르다.
무엇에 꼭 열심히 종사해야지만 쉴 수 있는 것인가. 제대로 긴장하지 않아도 우리는 진정한 이완을 누릴 수 있다. 마땅히 저마다의 이유로 인해 우리는 이완할 자격이 있다. 학생의 경우에 그 긴장은 공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종일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만화를 그릴 수도 있으며, 춤을 추는 크럼프 동작을 행해서 근육이 긴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꼰대인 것인가? 학생은 왜 꼭 공부를 해야지만 긴장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여기서 묻고 싶다. “학생이란 무엇인가” “공부란 무엇인가” 나 같은 사람들의 물음에 책이 출간된 것일까.
우리가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스스로의 삶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은 ‘누가 좋은 인생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뿐이 아니라 현시대를 살아가는 매일이 좋은 이야기로 하루를 마감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들이 모여서 결국 마지막 눈 감는 순간에도 쌓여서 평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상처가 없다면, 그것은 아직 아무것도 그리지 않는 캔버스, 용기가 없어 망설이다가 끝낸 인생에 불과하다.’라는 문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상처와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자는 다른 이들의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본인의 경험이 전부인 양 살아가는 이들의 인생은 답답하기 그지없고, 나아가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상처를 겪은 사람만이 불쌍한 게 아니라 그 상처의 근본을 알아채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이 더 불쌍한 삶인 것이다.
그 상처와 고통을 비로소 겪어야 나의 인생이 반 발자국이나마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아침에는 죽을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의 시니컬한 진심과 대담한 유머가 담긴 이 책이 다른 이들에게도 와닿기를,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조심스레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