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전의 삶 여섯
바람 따라 떠다녔다
콩에 붙으면 된장이 되고
밀에 붙으면 빵이 되고
쌀에 붙으면 술이 될 것이다
유기물을 무기물로 분해하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그 중간에 만들어지는 것을 사람들은 좋아했다.
바람이 불 일이다
따뜻한 김이 풀풀 새어나오는 양철집
창문 안으로 떨어졌다
시큼한 냄새
이제 막 쪄서 나온 고두밥 위로 내려앉았다
문득 깨어나니 막걸리병 속이었다
어느 허름한 공원 벤치
서너 명 노인들이 쭈그리고 앉아
안주도 없이 막걸리를 따랐다
종이컵을 잡은 손은 굵디굵은 굳은살이 박였고
입으로 가져가는 술잔은 바들바들 떨렸다
꿀꺽-
뜨거운 위장에 닿자 기억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