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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zelo Nov 28. 2022

블록체인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

혁신적인 기술과 전통적인 업계   

이전 글에서 4편에 걸쳐서 블록체인의 기본적인 개념과 개인적인 의견들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이번 5편에서는 그간 이야기했던 내용을 정리하면서 스스로도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기술적인 내용은 없어서 가벼운 이야기로 읽으면 된다. 



2021년 겨울부터 올해 중순까지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고 기술적인 내용들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로컬에서 작동하는 작은 블록체인을 구현해보기도 했고 공부한 내용을 기술블로그에 정리하기도 했다. 개인적인 의견을 공유하기 위해 브런치에 블록체인과 관련된 내용을 시리즈로 발행하기도 했다. 


블록체인의 기술적인 내용을 공부하면서 흥미로운 개념들이 등장했고 많은 매력을 느꼈다. 블록체인의 철학과는 별개로 그저 기술적인 내용이 흥미로웠다. 또한 기술을 활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범함에서 매력을 느꼈다. 


가장 매력을 느낀 점은 젊고 뛰어난 엔지니어들이 대거 참여하여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도들이 넘쳐났고 희망찬 미래를 꿈꾸면서 아이디어를 실현해나가는 과정에서 열기를 느꼈다. 그래서 언젠가 함께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 가지 간과했던 사실은 흥미로운 기술과 젊은 엔지니어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업계의 생태계가 건전하지 못하면 모든 시도들이 빛바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태초부터 스캠과 급심한 가격변동으로 몸살을 앓던 크립토 업계가 이번에는 FTX라는 거대한 사건으로  다시 한번 주춤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 오랜 기간 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시기일수록 근본적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이전에 작성했던 글에서 사람들은 진정으로 탈중앙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아직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사람들은 중앙화를 원하고 탈중앙화는 사람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중앙화 시스템을 견제하기 위해 요구되는 시스템 상의 요구사항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탈중앙화는 사람들이 중앙화를 싫어하기 때문에 대체제로써 채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중앙화를 견제하기 위한 보충제일 뿐이다. 


탈중앙화와 중앙화는 주기적으로 수요되는 패러다임에 불과할 뿐 둘 중 어느 패러다임도 영원한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중앙화가 대두될 때는 중앙화에서 발생하는 문제들로 인해 탈중앙화가 이목을 끌기 마련이고 탈중앙화가 대두될 때는 탈중앙화의 복잡성과 해결하기 어려운 골치아픈 기술적 어려움으로 인해 중앙화가 언급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탈중앙화를 블록체인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그것이 블록체인이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언급하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다. 


블록체인이 흥미로운 해법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변경할 수 없는 장부를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함께 상태를 관리하고 검증한다는 점에서 탁월하다는 점이고 반드시 이러한 특성이 필요한 좁은 영역에서만 쓰이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은 영역에서는 오히려 블록체인을 도입함으로써 생기는 지출이 이익을 훨씬 초과하기에 고려되기 어렵다. 


망치를 들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는 말처럼 블록체인이라는 해법이 현존하는 모든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으며 블록체인이 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특정한 영역에서만 유용한 해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실과는 별개로 과장된 부분들이 있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절대적인 방안으로 언급되면서 사람들은 현혹했다는 점에서는 업계의 책임이 있다. 현실과의 괴리는 거품을 만들고 거품은 꺼지기 마련이기에 많은 피해를 발생시킨다. 


최근의 사건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웠던 점은 열정적이고 젊은 엔지니어들이 부푼 꿈을 갖고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이기심을 택했던 소수의 사람들로 인해 그러한 시도마저 함께 비난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블록체인은 불완전하고 모순적인 개념이 많은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이슈를 추적하고 업계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말을 경청한 이유는 불가능해보이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멋있다고 생각되었고 불확실함을 알면서도 동참한 사람들의 도전 정신이 존경스러웠기 때문이다. 


어떠한 기술도 완전한 상태로 등장하지 않는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고 차츰 본인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의 해결과는 별개로 블록체인을 사용하고 응용하며 홍보하는 업계의 행보가 기술 자체의 진보를 막았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의 앞길을 막은 셈이다. 


모든 업계가 그렇듯 특정 도메인에는 빛과 어둠이 존재한다. 하지만 유독 암호화폐 업계는 아주 단기간 동안 다른 업계보다 훨씬 많은 의심을 받았다. 윤리와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많았다. 


신뢰 자체가 필요없기 때문에 Zero trust가 가능하다는 키워드를 내세운 블록체인이 결국에는 믿었던 사람들의 신뢰를 깨는 사건들로 인해 침체되고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았다. 


블록체인이 만능 해법이며 무조건적으로 미래의 핵심적인 기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술은 불완전하고 지금의 상태로는 킬러앱은 커녕 상업적인 용도로도 사용되기 힘들다. 전망과 상업적인 용도를 생각하면 블록체인보다 클라우드가 훨씬 안정적이고 유망하다. 클라우드의 경우 이미 유망함이 입증되었다고 생각한다. 


클라우드에 비해 반쪽짜리 답지에 불과한 블록체인은 기술의 완성도가 성숙하기도 전에 심판대에 올랐다. 그 이유는 어찌보면 블록체인에 열광하는 이들이 언급하는 탈중앙화의 의미가 사실은 인간의 근본적 성향과는 반대되기 때문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흥미로운 기술은 그저 개발자들과 엔지니어들의 장난감으로 남아있으면 된다. 장난감 자동차처럼 말이다. 실제로 운전할 순 없지만 가지고 놀면 재밌다. 하지만 유용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도로에 나서면 본인은 물론이고 누군가의 목숨을 잃게 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불완전한 기술이 세상의 주목을 받고 불완전한 상태로 시장을 형성하는 것은 모두에게 피해를 주기 마련이고 진가가 발휘되기 전에 섣불리 사장될 가능성이 있다. 이후에는 해당 기술이 진정 가능성이 있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게 된다. 별똥별처럼 잠깐 빛나다가 사라지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새롭고 재밌는 기술이 나오면서 좀 더 안전하고 안정적인 솔루션이 되어 진정한 의미의 발전이 이루어지길 원했지만 최근 발생하는 사건들이 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주고 있어서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 어려워진 점이 안타깝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블록체인을 지지하는 이유는 기술의 완전함 때문이 아니다. 블록체인을 지지하는 이유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엔지니어들의 노력과 열의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해결하려는 문제의 스케일이 상당하다는 점과 기존 체제에 도전하는 반항아처럼 느껴지는 점이 블록체인을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래서 몸담고 있는 엔지니어들의 사기가 떨어져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온전한 환경 속에서 고민할 수 있게 지원해주고 도와준 뒤에 판단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최근 브런치에 글을 많이 쓰지 못했다.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공부해야할 내용들이 있어서 주로 기술블로그에 작성했는데 블록체인과 관련된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다시 글을 썼다. 


업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지켜보면서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공부하며 지냈다. 


최근 블록체인을 절대적인 미래라고 이야기하는 의견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인지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이 떠오른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은탄환도 없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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