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오 Jul 21. 2022

작가와 작가 지망생 사이 어디쯤

어중간한 글쟁이는 오늘도 뭔가를 씁니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할 때 나 스스로에 대한 소개를 이렇게 했더랬다.



 안녕하세요. 이곳을 두드리는 다른 분들처럼 무언가를 계속 써왔거나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프로페셔널한 작가는 아직 아니지만 꾸준히 다양한 분야의 글들을 써왔습니다. 글쓰기 자신이 없어서 문예창작과 중퇴를 해놓고도 미련이 남아 대필 작가로 활동했습니다. 그 사이에 드라마 공모전도 얼씬거려보고 영화랑 희곡도 기웃거리다가 지금은 뜬금없이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책놀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떠도는 시간 동안 '나'에 대한 이야기는 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브런치를 통해 빼곡한 흔적을 남겨보고자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중학생 때, 나중에 어른이 되면 써봐야지 정도의 호기심으로 출발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기서 나중에 어른이 되면의 어른은 한 50살쯤? 그쯤이면 많이 살았으니까 쓸 말도 많을 것 같아 야무지게 계획을 했던 것 같다. 티비를 보다가 생긴 불만을 적어 C일보에 보냈다가 독자 의견란에 글이 실렸던 경험 외에는 내가 쓴 글을 남이 읽을 기회가 따로 없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께서 학교 빠지고 나가야 되는 글쓰기 대회인데 누구 나갈래? 하셔서 재빠르게 손을 들고 참가한 적은 있었다. 뭐라고 썼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고 그냥 남들 학교에 있을 시간에 돗자리에 배 깔고 엎드려 누워서 신났던 기억만 남은 그 대회에서 어쩌다 상을 받았다. 문예창작과 중에서도 손에 꼽히던 학교에 진학했던 것은 사실 계획에 없던 것으로 원서 쓰기, 실기 시험 등 다 말하자면 구구절절 자기 연민으로 가득한 TMI라 과감히 패스. 결과만 이야기해보자면 입학은 했으나  스스로 튕겨 나온 꼴이 되었다.  


 그랬으면 딱 관심을 끊고 다른 공부를 더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건너 건너 알음알음 부탁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모 가수의 기념 사업회 참여를 권유하는 글, 따로 글을 봐줄 만한 비서나 조력자가 없는 소소한 선거들의 당선 소감문, 결혼식 주례사, 대학교 과제나 소논문, 잡지나 신문 기고문, 자기소개서 등 남의 이야기를 활자로 대신 써주던 시기가 있었다. 대필 작업은 사실 마음에 짐처럼 남아있긴 하지만 사실 나의 이야기보다는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편하고 쉬웠다. 가장 많은 글을 썼던 시기이기도 하고 글쓰기 전에 인터뷰를 하면서 누군가의 일생이나 생각들을 만나고 숱하게 자료 조사를 했던 경험들도 다 긍정적으로 기억하고 싶다.


 이런 것들을 다 뒤로하고 나는 나의 글을 어떻게 쓰고 있는 걸까? 생각해보면... 정말 잘 쓰는 것도 아니고 못 쓰거나 안 쓰는 것도 아닌 상태다. 사전 준비 없이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거나 고등학생끼리 경쟁하는 시대회에서 상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글쓰기는 부족하다. 부지런한 친구가 거의 나를 질질 끌고 가다시피 해서 무려 백제가 배경인 역사 드라마 공모전에 도전했었는데 떨어진 적이 있다. 그 친구랑 또 열심히 영화 시놉시스 쓰다가 바쁘다는 핑계로 흐지부지 됐다. 아 소재는 진짜 좋은데! 또 혼자 쓰는 그림책은 번번이 소재부터 까이지만 교육청 사업으로 만든 그림책 두 권에는 내 이름을 올렸다. 나 혼자 정식 출판은 힘들지만 다른 사람들 사이에 껴서 출판을 해본 적도 있다. 교과서 글감 공모전에서는 한 번 떨어졌지만 교사용 교재와 학생 교육용 자료는 8월쯤 비매품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다 떨어졌지만 작년엔 동시 쓰고 재작년엔 수필 쓰고 3년 전엔 동화 쓰고 등등 1년에 한 번 정도는 꼬박꼬박 공모전에 도전하고 있다. 작년에 한겨레 교육센터에서 어린이 논픽션 창작에 대한 좋은 수업을 들었는데 뭐라도 남겨보자 싶어서 열심히 구상 중이고 10월까지는 꼭 탈고를 하고 싶다. 



어중간한 글쟁이, 작가와 작가 지망생 그 어딘가를 서성이는 많은 동지들을 생각하며 

게으름을 이겨내고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써 나가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교사가 일요일 밤마다 하게 된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