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오 Mar 04. 2023

유튜브 데뷔하다  

현재 스코어 조회수 1XX, 좋아요 5, 댓글 1


 예전에 내가 근무하는 시교육청 소속 교원연수원을 통해서 줌으로 연수를 진행한 적이 있다. 책놀이를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독서 전중후에 활용할 수 있는 책놀이를 소개하는 연수였다. 나는 아직 아주 많이 부족하지만... 독서교육에 일가견이 있는 다른 선생님들 사이에 살짝 있는듯 없는듯 끼어서 내가 만든 놀이 몇 가지를 발표할 기회가 생긴 거라 내 나름 준비를 많이 했더랬다. 

 

 당시 강의료랑 원고료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유튜브 클립 제작을 해도 괜찮냐는 제안을 하셨다. 따로 영상을 따로 제작하는 건 아니고 줌 연수 전체를 녹화해두었다가 짧게 편집해서 연수원 유튜브 채널에 올리는 형식이라 큰 부담이 없어서 별 생각 없이 네~ 하고 동의서를 썼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내가' '강의한 줌 전체'를 '스스로 다시 보면서' '영상으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부분을' '직접' 적어 내야 하는 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응하지 않았겠지만.. 암튼 미칠듯한 부끄러움을 견디며 편집점을 찝어서 제출하고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나도 잊었으니 연수원에서도 잊어주셨으면 좋았을걸... 저 연수를 2021년 10월인가 했던 것 같은데 2022년 10월쯤 올라온 클립을 뒤늦게 친구가 발견하고 제보를 해줬다. 제목에 내 실명도 박혀있고 얼굴은 다행히 귀퉁이에 째끔만 나왔지만ㅋㅋㅋㅋ 동영상을 보는 순간 부끄러움이 빡! 밀려왔다. 부끄럽고 숨고 싶고 내가 왜 저런 말을 했을까 싶은 부정적인 마음이 막 몰려오는 순간!! 예전에 어떤 친구가 해줬던 말이 생각났다. 

 

 내가 해낸 것들에 대해 혼자만 꽁꽁 숨겨 알고 있지 말고 꼭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고 스스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더 많이 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었다. 쉴 때 뭐해? 아무 것도 안해(사부작사부작 뭔가 하긴 함), 너 이런 것도 해? 아니...(할 줄 알거나 해본 적 있음) 이런 식으로 넘어갈 때가 많아서 그랬는지 몰라도 저 말을 들은 이후에는 기회가 되면 일부러 표현을 하는 편이다. 그래서 유튜브 클립을 보고 손발이 더 오그라들기 전에 냅다 친한 친구 몇 명에게 나의 유튜브 데뷔를 알렸다. 뻔뻔하게 단톡방에도 올리고 가족들한테도 주소 쏘고 초딩 조카한테까지 다 뿌렸다. 일단 저지르고 나니 부끄러움은 사라지고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책놀이로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책 한 권 출판하고 가끔 연수를 다니긴 했지만 가족들에겐 이게 정확히 뭘 하는 건지 딱 와닿지 않았는데... 근데 이 5분짜리 영상을 보고 '아~ 이런 놀이를 만들고 다른 선생님들한테 소개를 하러 다닌 거였구나' 하고 이제 감이 온단다. 


 부모님들 마음은 다 똑같겠지만 엄마는 거실에 커다란 티비로 유튜브를 틀어서 내 이름 검색해보고 신이 나셨다. 내 이름이 신문에 났을 때도 그 부분을 오려서 한참을 들여다 보셨던 게 생각났다. 극단에서 활동하던 남동생이 티비에 나왔을 때도 무대 조명 아래 연기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들을 봤을 때도 여동생이 피아노 반주자로 기사에 났을 때도 엄마는 세상을 다 가진듯 행복해하셨다. 90명 넘는 엄마 동창회 단톡에 내 유튜브 영상이 알려지는 아찔한 상황은 막았지만 엄마가 자꾸 친구분들에게 내 이름을 검색해서 찾아 보라고 넌지시 권유하셔서 한 편으로는 난감하기도 하다. 엄마가 부디 공유하기 기능을 계속 모르셔야 할텐데... 



다음 번 내가 나올 컨텐츠는 뭐가 될지 궁금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가와 작가 지망생 사이 어디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