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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연 Sep 03. 2022

욕심과 현실의 차이

하고 싶은 것도, 잘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그에 비해 타고난 재능이나 노력하는 바가 부족하다면??


혈액형의 4가지 성격론에서 MBTI의 16가지의 성격유형으로 세대교체가 된 이 시점에서

N의 성향을 가지는 나는 상상의 나래가 끝도 없이 펼쳐진다.


노래를 잘한다면 이렇게 될 것이고, 악기를 연주할 줄 알다면 이런 상황이 생기면 이렇게 해야지 등등 한 편의 단막극이 뚝딱 하고 만들어진다.


하고 싶은 게 많고 잘하고 싶은 게 많다는 것은 지금 현재 하고 싶은 걸 할 수도 없고 잘하고 싶은걸 잘하지 못한다는 방증일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 그리고 잘하고 싶은 것들은 남들이 들으면 싱겁다고 느껴질 정도의 소소함이 가득한 것들이다.


또박또박 글씨를 단정하게 잘 써 내려가는 것, 손님을 초대했을 때 대표 요리 한 가지쯤을 할 수 있는 것, 지금보다 한치수 작은 바지를 입는 것, 달리기를 좀 더 오래 할 수 있는 것, 운동을 할 때 보다 어제보다는 동작이 더 매끄러워지는 것, 노래를 부를 때 조금만 더 고음이 올라가는 것, 핸드폰으로 음식 사진을 맛있게 찍는 것, 영어공부를 하는 것들이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숨 쉬듯 익숙하게 하는 것들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뭐 저런 걸 하고 싶고 잘하고 싶어 하나 의문일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나의 욕심은 소박하면서도 그리고 끝없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그러게 바라는 바가 소소하든 버겁든지 간에 생각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최근에 깨달은 게 있는 더 큰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마음만 먹으면 바로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이었다는 것이다.

'내가 안 해서 그렇지 시작만 하면 금방 하겠지 뭐'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깔려 스스로 도취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하다 보니 무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라는 구체적인 실행보다는 내가 그것을 하고 있을 때의 결과만을 상상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떠한 목표든, 결과든지 간에 생각 속에서만 간직하던 것을 끄집어내어 경험해 보고 실천해 볼 때, 내 손에 쥐어지는 실체는 상당히 투박하고 거칠며 매끄럽지 못한 것이 대다수 일 것이다. 어쩔 때는 그 실체조차 잡지 못하고 허공에 헤맬 수도 있다. 원하는 만큼의 성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그 과정이 생각보다 지루하고 반복되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세상 모든 만사가 이러한 이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양한 매체에서 직,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가장 큰 내편은 나인지라 이 순간까지도 너라면 언제든지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라면서 근거 없는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다독여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것이 세상살이 고단할 때 나를 이끌어 힘이 되지만,  이럴 때만큼은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끔 나 스스로에게 냉정한 진찰을 내리는 자아가 발현되어, 차갑게 현실을 직시하게끔

따끔한 충고를 날려줄 때가 있다.


생각만 하지 말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글씨를 연습하는 공책부터 사보았다.

  내려가고 나면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생각만 하는  이제 그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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